탄핵돌풍만난 이명박 운명 가를 변수 셋

▲ “궁지에 몰렸소”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로 폭발한 여론에 이명박 대통령이 궁지로 몰리고 있다. 국민들은 미국산 소고시 수입 반대뿐 아니라 이 대통령에 대한 사임요구 서명, 탄핵서명까지 벌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첩첩이 쌓이는 악재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취임한지 두 달 반 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탄핵서명’이 등장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경제대통령’ 이미지는 소비자 물가 폭등에 가려졌고 청와대 및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는 성난 민심에 불을 붙였다. 또한 설익은 정책의 남발과 인사파문은 청와대가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내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민심은 폭발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기점으로 들고 일어선 이들은 도심 곳곳에서 촛불집회로 억눌렸던 불만들을 표출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처와 청와대의 대응, 정치권의 반응은 이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음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李 대통령 취임 두 달 반 만에 지지율 30%대로 곤두박질
강부자 정권·민심 역방향 정책·경제 추락…이명박號 ‘휘청’
박근혜 이명박에 ‘광우병’ 칼날…대통령 탄핵 문제로 비화?
‘CEO 대통령’ 신뢰의 위기 ‘명박한 MB효과’ 어떻게 넘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로 도심 곳곳에서는 침묵시위와 촛불집회가 번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탄핵서명은 110만을 훌쩍 넘겼다. 국민들의 분노에 정치 분석가들은 입을 모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만 가지고 나온 결과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설익은 정책, 돈 많은 정부

이명박 정부의 실책으로 평가받는 것은 설익은 정책과 강부자 정부, 인사 파문,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 등이다. 이러한 복합적 요소가 ‘광우병 파문’으로 폭발했다는 것이다.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도 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 될 수 있었던 것은 ‘경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일하는 정부, 일하는 대통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서민 살림을 위협하는 물가인상이나 당초 주장과는 달리 “7% 성장은 힘들다”는 고백에 모든 부정에 눈 감고 ‘CEO 대통령’으로 빡빡한 살림살이를 펴보려 했던 국민들은 뿔이 났다.

청와대와 고위 공무원의 재산 공개는 불난 집에 기름 붙기였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 103명의 재산 공개에서 이 대통령의 재산은 103명의 재산등록 대상 고위공직자 가운데 가장 많은 354억7000여 만원이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의 재산 평균액도 31억38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장·차관, 청와대 수석 등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1인당 재산 평균액이 22억8000여 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강부자(서울 강남 부동산 부자)’ 정권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청와대 참모진의 투기의혹은 이러한 시선을 비난여론으로 바꿔 놓았다.

정치권은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의 영어몰입교육 논란, 여론수렴 방안없이 추진주인 한반도 대운하 등 ‘대책없는’ 정책에 맞물려 ‘반정부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정치분석가는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경제와 일자리는 해결되지 않고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청와대 수석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만 불거지고 있다”며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와 말 바꾸기는 ‘신뢰’를 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5월 둘째 주 정례 주간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1주일 전 35.1%보다 9.7%p 하락한 25.4%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5월 첫째 주 지지도도 전 주보다 12.1%포인트 급락한 수치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띈다.

취임 초 57.3%였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지지율 27.9%보다도 낮은 수치다.

정권 말에나 보여 지는 ‘대통령 불신 현상’과 ‘레임덕’이 취임 초 찾아오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연 평균 7% 성장도 청와대에 들어선 직후 힘들다고 6%로 낮추더니 이제 그마저 힘들다고 하고 있다”며 “특히 국민들 돌아보지 않고 홀로 ‘옳다’고 외치며 밀어붙이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은 ‘독선’과 ‘아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광우병 파동 탄핵으로

▲ “경제 살리기는 내 몫”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시장과 기업을 잇달아 방문, ‘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민심이 이 대통령에게서 돌아섰다는 것은 ‘광우병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은 광우병 위험이 높은 ‘30개월 이상의 뼈 있는 소고기’ 수입에 ‘촛불집회’, ‘침묵시위’로 항의하고 있는 것.

정치권 안팎에서는 ‘촛불집회’에 보인 한나라당과 정부·청와대의 대응은 이명박 정부의 문제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촛불집회에 대해 한나라당은 “반미·반정부 세력, 좌파정권의 선동 전문가들이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며 “정치선동을 중단하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의 절절한 요구를 왜곡하는 것이야말로 특정세력의 정치적 음모”라며 “미국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점점 커져가고 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스스로 만든 자업자득의 결과이며, 모든 책임 또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소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광우병이 의심될 경우 재협상 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는 엇박자를 냈다. ‘재협상’의 실현가능성도 낮다. ‘재협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문제제기에 한나라당과 정부가 ‘사태 모면’에만 급급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 놓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연일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대통령 탄핵 서명이 100만명을 넘어가자 이 대통령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어느 나라가 자기 국민에게 해로운 고기를 사다 먹이겠느냐”며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할 것임을 강조, ‘민심 달래기’로 돌아섰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사 먹는 쇠고기가 국민께 해가 되면 당연히 수입을 안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나라의 최고 목적으로, 어느 나라도 그것보다 최우선적인 정책은 있을 수 없다. 국민건강이 최우선 정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와 ‘이명박 대통령 탄핵’에 서명한 이들은 “국민을 두려워 하지 않다가는 한 번 크게 혼난다”, “절대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나라의 주권을 파는 이명박의 행동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대통령이란 이름 하나로 독단적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라고 국민이 드린 자리 아니다. 대통령 자리가 너무 과분한것 같다”는 말로 이 대통령을 질타하고 있다.

타개책은 ‘박근혜 카드’

▲ “경제 살리기는 내 몫”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시장과 기업을 잇달아 방문, ‘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방향과 철학이 없고 실용이라는 방법론을 앞세워 모든 사안을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며 “‘나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일 우월주의’ ‘성과 지상주의’식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에서 벗어나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가야 한다”는 정치전문가의 지적처럼 이 대통령에게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문제에 다가서고 풀어나가는 정치적인 해결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번 상황의 타개책으로 ‘박근혜 카드’를 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쇠고기 협상 문제와 관련 “필요하다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정부는 협상 전에 국민과 충분한 교감을 갖지 못했고 협상 후에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 국민감정은 고려하지 않았다. 쇠고기 문제는 협상 전과 후 정부의 자세나 태도가 문제”라며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국민정서와 같은 방향의 발언에 “한나라당이 얼마 전만 해도 이 문제에 대해 위험물질까지도 아니고 뼛조각을 갖고 엄격한 잣대로 비판했다”면서 “한나라당 입장이 바뀌고 일부 언론도 마찬가지였다”며 당의 태도 변화도 비판, ‘원칙’을 강조한 박 전 대표를 ‘정치적 해법’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때늦은 사태수습으로 국민과의 골만 깊어진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두달여 동안 중첩된 문제들에 어떤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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