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작업환경과 안전불감증부터 고쳐야

‘산재(産災)로 죽는 나라’. 최근 우리나라에 붙은 오명이다. 지난달 30일 국제노동기구(ILO)와 노동부 발표를 보면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우리나라 근로자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지난 2005년 22.5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9만147명(근로복지공단의 요양승인 받은 사람 기준)이다.

이 중 2406명이 생을 달리했다. 하루에 7명꼴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OECD 회원 30개국 가운데 가장 많다. ‘산재공화국’이란 오명을 떨쳐버리기 힘든 형국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업무로 병을 얻고도 인정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심하면 아프지도 않으면서 회사에서 보상만 받고 놀고 있다는 등 갖은 악성소문에 시달리기도 한다.

실제 현장에선 이 같은 경우 스트레스로 인해 병을 가중시키곤 한다. 산재 근로자들을 ‘놀고 먹는다’는 식으로 치부하면서 이들의 고통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회사서 보상해주니 일하지 않고 누워만 있으려 한다’는 식의 잘못된 일부 경영자 생각에 있다. 하지만 사실 산재환자의 직장 복귀율은 30%도 되지 않는다.

경제적 손실도 심각하다. 최근 5년간 산업현장에서 재해로 인한 직ㆍ간접 손실은 무려 68조원에 달한다. 연간을 따지면 실제 산재에 의한 경제적 손실은 16조원이다. 근로손실 일수는 6393만일로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보다 119배나 많다.

산재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불행이다. 기업으로서도 손실은 막대하다. 금전적 손해가 따르는 것은 당연지사. 여기에다 직원 사기의 하락과 귀중한 인력 상실도 따른다.

부끄러운 나라에서 탈피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대책마련을 시급히 단행해야 한다. 높은 산재율 이면에는 전체 사업장의 90%에 이르는 중소영세업체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안전불감증이 자리잡고 있다.

일단 산재가 발생한 업체에 대해 처벌을 강화시켜야 한다. 현재 피해규모에 비해 처벌강도는 매우 약하다. 실제 지난해 도급 순위 10위에 드는 건설사 중 산업안전법 위반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비율이 50%에 이른다.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선진국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협소한 산재보험도 손질을 해야 한다. 사실 전체 산재의 78%가 50명 미만의 영세사업체에서 발생하는 있다. 그런데도 정작 산업재해보험은 노조가 있는 대형사업체에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열악한 여건에서 고군분투하는 근로자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산재를 줄이기 위한 시설투자 지원과 더불어 안전의식을 높이는데도 힘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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