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銀 자기자본비율은 현재 -39.73%로 금감원 지도기준인 5%에 한참 못 미쳐 -
지난해 9월부터 부산 한마음저축은행과, 경남 아림저축은행에 이어 14일 서울 한중저축은행이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조치를 받으면서 저축은행업계 전반의 건전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업이 유리한 서울 지역에 위치한 한중저축은행이 이번 사태를 맞았다는 것에 경영자의 부도덕성과 불법행위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축 銀, 소액신용대출 연체율 심각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2003년 이후 금감위로 영업정지를 처분 받은 저축은행은 한나라, 한마음, 아림 등 5개에 이르고 있다. 또 이 가운데 작년 2월에 영업정지된 한나라저축은행은 인수자를 찾지 못해 현재 청산절차를 밟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2년말 11.28%였던 저축은행 업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이듬해 말 11.74%로 0.5%포인트 가량 오른 뒤 작년 9월말에는 12.79%를 기록, 지난 3년간 상승세를 이어왔으며 대출 연체비율도 같은 기간 4.8% 포인트(19.34%→24.14%)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민경기의 장기불황으로 지난 2001년 저축은행들이 앞다퉈 내놓은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의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오른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1년말 11.1%에 불과했던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연체율은 다음해 말 29.0%로 급등한 뒤 신용카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2003년말에는 50.0%를 기록, 대출 가운데 절반이 부실채권이 되기에 이르렀다.
작년에도 이런 급등세는 지속돼 4월말에 54.8%였고 12월말에는 60%에 육박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14일 중상호저축은행(대표 조길원)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를 내렸다. 이에따라 한중상호저축은행은 이날부터 7월13일까지 수신업무, 대출업무, 환업무는 물론 예금지급이 정지된다.
한중 銀, 부실심화 불법 행위로 은폐
지난 1972년 설립된 한중저축은행은 작년 11월말 현재 총자산 규모가 1천896억5천만원에 이르는 중.소형 업체로 여.수신은 각각 1천738억원, 1천851억원이며 거래자 수도 각각 2만9천771명(여신), 7천892명(수신)에 달하고 있다.
이 업체는 현재 옛 서울은행의 지점장을 역임한 조길원(63)씨가 대표직을 맡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한중저축은행 설립 당시 전무이사를 맡았던 이경호(57)씨가 회사에 상주하며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991년 이후 2002년까지 이 업체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경호씨는 현재 한중저축은행 지분 46.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친동생인 이기호씨가 25.1%를 보유한 2대주주다.
그러나 한중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39.73%로 금감원 지도기준인 5%에 한참 못미쳤고 자기자본은 722억원이 잠식돼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로 나타났다.
특히 저축은행은 여신의 50%이상을 소재 지역에 배정해야 하는 등 영업에 지역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서울 지역 저축은행의 부실사태는 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서울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업체들이 몰려있고, 보유자산 규모가 큰 고객이 많아 영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
한중상호저축은행은 지난 2002년말부터 대출연체율이 급격히 증가하자 대손충당금 적립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받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2년 3.4분기 말 19.65%에 불과했던 이 업체의 대출 연체비율은 해당연도 말 35.20%로 15%포인트 이상 급등했으며 2003년 9월말에는 43.02%까지 치솟는 등 자산부실이 급속도로 심화됐다.
또 한중저축은행은 대출자산 가운데 3분의1 이상이 부실화되면서 2002년 4월 납입자본금을 60억원으로 39억원 증자한데 이어 작년 2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67억여원의 자본금을 확충, 자산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중저축은행은 작년 4월 상시감시에서 자산건전성 취약과 대손충당금 적립 부족 등의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고 본점건물 매각 등을 포함한 증자를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한데다 전체 여신 가운데 30% 가량을 차지하는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의 연체율도 70%에 육박하는 등 전반적인 '부실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금감원 검사결과, 한중저축은행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만들어 이 사람에게 대출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기록을 작성했으며 재무제표상의 자산건전성 관련 지표를 좋게 하기 위해 미납입 대출이자를 실제로 받은 것처럼 전산을 조작, 금감원에 허위보고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치로 한중상호저축은행은 앞으로 1개월 이내에 경영개선계획을 금감위에 제출해 승인을 받으면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공개매각등을 통한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는 한중상호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인한 예금자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한중저축은행 고객들은 원리금 기준으로 1인당 500만원 범위내에서 가지급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한편 한중상호저축은행이 파산절차를 밟게 될 경우 예금자들은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지급받게 되는데 현재 5000만원 이상 초과 예금자는 221명이고 초과금액은 168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