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개정' 첫 시험대 ... 보수,소장파 반발조심

정책위의장 박세일, 사무총장 김무성, 대표비서실장 유승민, 대변인 전여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2기 지도부가 11일 출범했다.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일부 당직은 의원총회 추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통과가 무난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2기 지도부 진용이 갖춰진 셈이다. 박 대표가 3선의 김무성 의원을 사무총장에,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을 당대표 비서실장에 각각 발탁한 배경엔'당 안정'과'친정 강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보수적 성향에 영남권 출신이어서 당내 다수파인 영남권 출신들을 달랠 수 있는 데다 평소 '박 대표 지지'를 분명히 밝혀 왔다. 그러나 이번 당직 개편에 강경 보수파 의원과 일부 소장파 의원이 함께 날을 세워 앞으로 파장이 주목된다. 강경 보수파인 김용갑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박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식으로 코드가 맞는 몇몇 그룹만을 품에 안는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소장파 의원도 "시스템이 아닌 일인지배체제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1일 정책위의장에 박세일 의원을 내정하고, 사무총장에 김무성 의원을 임명하는 등 전면적인 당직개편을 단행했다. 박 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상임운영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잇따라 소집해 논의를 거친 뒤 이같은 내용의 신임 당직자 명단을 발표했다. 박세일 정책위의장 내정자는 17대 총선 당시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비례대표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데 이어 여의도연구소장으로 당의 중,장기정책을 입안해온 비례대표 초선의원이다. 신임 김무성 사무총장은 3선의원으로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차관, 한나라당 총재비서실장 등을 거쳐 현재 국회 재경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표비서실장에는 유승민 제3정조위원장이 기용됐으며, 대변인의 경우 기존의 `공동 대변인제'를 `원톱 시스템'으로 바꿔 전여옥 대변인이 계속 맡도록 했다. ◆박대표, 친정 체제 강화 이번 개편으로 새 출발하는 박 대표의 '2기 체제'는 당내 보혁 갈등을 해소하고, 정책정당으로 변신하기 위한 체제 전환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 대변인은"정책정당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정치형 사무총장을 기용한 부분은 박 대표가 당과 소속의원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무성, 유승민 의원의 보수적이고 강경한 이미지, 그리고 소장개혁파가 이번 인사에서 배제된 점 때문에 온건중도파로 분류되는 박세일, 윤건영 의원이 발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고위당직에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대폭으로 당직을 개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중하위 당직자는 대부분 유임됐다. 영남권의 한 재선의원은 "현재까지 알려진 당직 인선 안으로 볼때 박 대표의 친정체제구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실력을 갖춘 인물들을 중용해 여러 측면에서 당이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구도"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이번 당직개편을 계기로 당 체제 정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당명개정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잡힌 일정은 이달중에 총회와 운영위원회를 거쳐 당원대표자대회에서 당명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영남권과 푸른정책연구모임 등 중도개혁성향 의원들의 반대를 어떻게 누그러트릴 것인가인데 반대론자들은 "당의 실질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당명개정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따라서 당명개정을 어떻게 돌파해 내느냐가 새 당직진용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대표, 두마리 토끼 잡나? 박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당내에선 당의 안정적 운영과 장악력 확대를 ▲밖으로는 중도 보수로의 당 이념 설정과 정책정당 강화 등을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것이다. 우선 조직 관리에 능한 김무성 신임 총장을 통해 당의 안정화, 나아가 당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잠시나마 불편했던 김덕룡 원내대표와의 협의채널을 유지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박세일 신임 정책위의장은 이달말 이후 모습을 드러낼 당 선진화 프로그램을 비롯해 장기적으론 차기 집권을 위한 당의 비전 제시라는 점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설명이다. 당 관계자들은 "올 한해 '개혁적 중도보수'로의 자기 혁신은 물론, 여당과의 정책대결을 선도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친정체제 강화'라는 해석도 나온다. 비서실장을 맡은 유승민 의원과 전여옥 대변인은 박 대표와 '말이 통하는'브레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성향의 유 의원은 정책과 정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조언자로 일찌감치 주목받아왔다. 정조위원장단은 전문가 위주의 '실무형 인사'로 해석된다. 박재완(제3정조) 의원과 이주호(제5정조) 등 이른바 '박세일 사단'도 전진배치됐다. 초선 위주라 약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출범 2기 박근혜호'순항할까? 박 대표는 이날 전면적인 당직 개편에 이어 당명 개정과 당 선진화 프로그램 등 쇄신책을 강력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가 그 신호탄인 셈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명개정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당내 각 계파가 일제히 유보 혹은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소장개혁파로 불리는 '새정치수요모임'의 회장인 정병국 의원은ꡒ인선된 인물 면면의 문제는 아니고 다만 색채가 더 보수적이고 경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ꡓ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인사권이 당대표에게 있지만 당 운영은 원내대표와 당대표 투톱체제"라며 "원내대표가 외국에 출장을 가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강행할 만큼 급한 문제인가. 박 대표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정책위의장의 경우 의원총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하며 의총을 열기 위해서는 원내대표가 있어야 한다"며 "이런 절차상의 문제들이 의도적으로 원내대표를 제외하고 강행한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박 대표가 당내 여러 문제제기에 대해 ꡐ해봐라 나는 나대로 간다ꡑ는 식의 표출이 우려된다"며 "한나라당은 1인 인물중심에서 벗어나 시스템으로 운영하자는 생각에 그와 가장 근접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로 박 대표를 지지한 것인데 과거로 회귀하면 안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파와 소장파의 반발 자유포럼 소속이며 영남중진인 김용갑 의원은 성명서를 발표해 "그동안 박 대표와 반대되는 입장에 서있던 의원들에게 기회를 줘 당을 통합하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었다"며 "결국 또 다시 한쪽으로만 편중돼 친정 체제 구축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당내에서 어떠한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중진의원일수록 박 대표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박 대표의 '홀로 행보'에 직격탄을 날렸다.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인 이재오 의원은 "당대표가 자기하고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하지만 박 대표가 자기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유감스럽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중요한 것은 박 대표가 어떤 마음으로 인선했는가의 문제"라며 "당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마음이라면 몰라도 자기 맘대로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라면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해 당장 당직 인선에 대한 문제보다 차후 당 운영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의중이 강했다. 김무성 의원과 함께 사무총장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국민생각'의 회장 맹형규 의원쪽은 "맹 의원께서 출국하기 전인 월요일(10일) 당직과 관련한 논의에서 김무성 의원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며 "단지 의견이 있다면 인선된 분들이 계파나 파벌을 떠나 국민과 당을 보고 앞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이셨다"고 맹 의원의 심경을 밝혔다. "현안과 당 쇄신방향을 놓고 이제는 행동할 때"라며 당내 정치력 강화를 선언한 푸른정책연구모임의 박진 의원은 "조직장악력이 뛰어나 김무성 의원과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박세일, 유승민 의원으로 구성된 당직 개편에 당이 새롭게 변모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다만 당이 국보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여야 협상 과정에서 유연성과 일관성 등 균형 감각을 갖고 잘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이어 "당이 새롭게 안정적인 개혁을 하자는 입장에서 당직개편을 했다고 이해하고 싶다"며 "원내대표단이 돌아오면 우선 당의 신뢰를 회복하고 일치단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원내대표단에게 힘을 실어줄 의사를 비췄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