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규 정비부터 이젠 생각할 때

얼마 전 시골에 있는 한 지인의 여식이 고시원에서 기거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접했다. 전세는 물론 원룸 가격이 턱없이 높아 고시원을 택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지인에게 고시원의 실태를 알려주며 고시원 탈출을 종용했고 결국 다세대주택에 월세로 들어갔다.

물론 고시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에서 다소 위협적인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만류를 했던 것이다. 사실 고시원은 화재노출은 물론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 하는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상존해 있다.

고시원은 언제부터인가 수험생의 학습장소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주거시설로 탈바꿈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도 늘어나 주거공간의 하나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진 것도 한몫 거들었다.

문제는 실제 숙박시설로 이용되고 있음에도 숙박시설이 갖추어야 할 기준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화재에 대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특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고시원은 상가건물의 일부를 합판으로 간이판막이를 설치해 방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화마가 순식간에 전체로 퍼지기 일쑤다. 좁은 통로와 비상구의 부재로 피난로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보험 가입도 대부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화재가 났을 경우 보상금은커녕 계약금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위생은 또 어떤가. 시설이 노후해 심한 냄새와 곰팡이, 습기, 먼지 등이 가득한 곳도 많다. 창문이 없는 곳도 허다하고 환기시설이 미비한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경우 공기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 순환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호흡기 계통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밀폐된 공간에선 공기가 건조해지기 쉽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럴 경우 만성기관지염에 걸릴 가능성이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생체리듬도 깨질 수 있다. 햇빛을 보지 못해 낮과 밤을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생체리듬이 깨지면 숙면을 취할 수 없고 감염성 질환, 두통, 성격이 예민해지는등의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화재예방은 물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고 화재 발생 위험이 상존하는 부적절한 주거를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고시원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공간임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싶다’는 것은 본능이다. 내 집에서 항상 화재와 건강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면 그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안전함은 ‘적절한 주거’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위해 시급히 대책마련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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