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MB계 분화 시작됐다!

▲ “나 빼고 놀아봐”이명박 대통령과 일부 친이계의 청와대행 이후 한나라당 내 친이계 내 권력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의중과도 일치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친박(친박근혜)은 몰라도 친이(친이명박)는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그러나 당 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친이가 움직이고 있다. 똘똘 뭉쳐 대권에 도전했던 대선기간 동안 보이지 않던 균열이 대통령 당선과 총선을 지나며 불거지고 있는 것. 친이는 크게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진두지휘하는 정통 MB라인과 이재오·이방호 의원 라인, 소장파 등으로 나눠져 있었다. 그러나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소계파들의 결집 현상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친이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친이계 중 새로운 핵심권력으로 떠오르는 계파와 힘을 잃은 계파. 지금 한나라당 친이계는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대선서 똘똘 뭉친 이명박계 총선 전후로 분화 움직임
안국포럼 출신 움직임 ‘꿈틀’…당 내 ‘신주류’ 만든다?
정통 MB계 아우르는 이상득계 ‘형님공천’ 후 침묵행보
소장파 새로운 친이 주도 세력으로 전면 나설 준비 중?

한나라당은 지난 4·9 총선에서 153석을 확보, 거대 여당의 면모를 갖췄다. 특히 이중 친이(이명박), MB계로 불리는 이들은 107명에 달한다. 당 내 제1계파가 된 친이가 부산한 물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선에서의 흥망성쇠에 따라 권력구도를 재편하고 있는 것.

흩어지고 모이고

대선을 거치는 동안 친이계는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있었다.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 현역의원들과 서울시와 안국포럼 등 직계,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 원로그룹과 소장파, 범MB계 등이 이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한데 모인 형국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선 후 총선을 지나며 이 같은 친이계의 구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박희태·김덕룡 의원 등 원로들이 공천에서 탈락했으며 이재오·이방호·박형준 등 최측근 인사들의 낙마로 새 판 짜기가 불가피한 상황이 온 것.

현재 친이계는 서울시와 안국포럼 출신인 이춘식·백성운·강승규·권택기·조해진·정태근·김영우 등 ‘MB직계’와 진수희·공성진·이군현 의원 등 ‘이재오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김형오 전 인수위 부위원장 등 원로그룹과 소장파, 정몽준 최고위원 등 ‘범 MB계’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 그룹들은 결합과 분화를 거치며 새로운 권력구도 형성을 시작했다.

친이계 중 총선을 통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이재오 의원·이방호 전 사무총장 등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챙기던 이재오계, 이방호 라인이다. 총선 기간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의 막후 파워는 ‘이재오·이방호 공천’이라는 말을 낳게 했을 정도였다. 이 대통령도 당 내 친이·친박 논란을 거론하며 “친이라 그러기에 친이재오(의원)를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뼈있는 농을 건넸다.

이 의원은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이재오 공천’ 논란에 “내가 데리고 온 사람들 52명이 대부분 다 공천에서 떨어졌다. 이재오계 챙기기라니 말도 안 된다”며 반박, 불이익을 받았다고 반발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챙겼던 진수희·이군현·차명진·조전혁·신지호·정태윤 후보 중 정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가 생환, 세 불리기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다만 이 의원의 낙마는 이재오계에 직격타로 작용하고 있다. 이 의원의 유학 여부가 거론되는 등 당분간 정치권을 떠나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제기되며 이재오계를 혼돈에 몰아넣고 있다.

정치권은 이재오계가 수많은 동호회원 클럽 관리, 당 지도부와의 긴밀한 유대관계, 이상득·정몽준 의원 등 당내 영향력이 높은 지도자급 인사들과의 관계 설정 등에 심혈을 기울이며 이 의원의 복귀를 기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공천에서 자신의 학연을 챙겼다. 현역인 정의화·허태열·안경률·김정훈·권경석 의원을 포함, 허원제·송은복·윤영 후보 등 12명이 이 전 총장의 모교인 부산고 출신이다. 이중 정의화·안경률·김정훈·권경석·윤영 후보가 살아 돌아와 이 전 총장의 복귀 시 힘을 실어줄 계파의 토대를 만들었다.

MB직계가 뜬다

▲ “옛 파워맨의 기억”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 등 옛 파워맨들이 4·9 총선 후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53.6%에 이르는 초선들로 물갈이를 이뤘다. 비례대표 22명 중 정진석 의원을 제외한 21명이 초선이었으며 131명의 지역구 당선자 중에서도 초선이 61명으로 46.6%에 달했다.

정치권은 당내 권력구도의 재편에 초선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이를 주목하고 있다.

이 중 서울시와 안국포럼 출신인 이춘식·백성운·강승규·권택기·조해진·정태근·김영우·김용태 등은 ‘MB직계’는 당 내 초선의원 그룹을 형성하는 정치권 ‘젊은 피’다.

정태근(서울 성북갑) 당선자는 대표적인 MB직계다. 그는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출신으로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수행실장을 지냈다. 권택기(서울 광진갑)·조해진(경남 밀양·창녕) 당선자 등도 서울시장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도왔던 ‘안국포럼’ 멤버다.

MB직계는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핵심참모 역할을 했던 인물들. 지난 14일 백성운, 정두언, 조해진, 이춘식, 정태근, 강승규 당선자 등 10여 명이 서울 모처에서 회동, 안국포럼 출신들이 MB계 중심에 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고, 한나라당은 이제 집권당이 됐기 때문에 과거의 이명박 측근이라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며 “소장 정치인으로서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세간의 시선을 일축했다.

직계 안고 이재오계까지?

초선 의원들의 대거 투입으로 원희룡·남경필·정병국 의원 대표되던 당 내 소장파는 ‘봄’을 맞이했다. 남 의원은 4선에, 원 의원은 3선에 각각 성공 ‘소장’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하지만 이로써 소장파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한 남 의원은 당권 도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소장파가 당 내 ‘신주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르고 있다.

한편 소장파 내 ‘새로운 핵’으로 정두언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정 의원은 소장파이자 서울시·안국포럼 출신인 MB직계로 친이 실세들의 낙마 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이들 중 상당수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측근에서 움직인 ‘복심’ 정 의원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 정 의원은 대선과 총선을 거치는 동안 초선의원과 측근이라는 한계를 넘어 ‘실세’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인만큼 재선에 성공한 그에게 일정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MB직계 중 상당수가 초선이어서 그들의 정치력이 인정받기까지 정 의원이 구심점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게 정계의 관측이다.

정 의원은 친이계의 전면에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고, 난감스럽다”면서도 “이번 총선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이제 보수진영이 더 혁신해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여지를 남겼다.

소장파와 MB직계의 만남, 여기에 이재오계와의 연대설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부의장의 출마를 저지하는 ‘쿠테타’를 일으키며 한 번 손을 맞잡았던 기억이 있지 않냐”고 반문하며 “MB직계와 구심점을 잃은 이재오계와 힘을 모을 경우 이상득 국회부의장과의 대립각을 분명히 하는 당 내 주요 ‘목소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로그룹 역할론 대두

▲ “파워게임 이제 시작”여의도 전체의 큰 그림 뿐 아니라 당 내 소계파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18대 총선에 한나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 대표·원로그룹에는 강재섭·이상득·정몽준·김형오·이윤성·정의화·홍준표 등이 포진돼 있다.

그러나 그룹 내 영향력을 떨치던 박희태·김덕룡 의원 등 원로들이 공천에 탈락하고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형님공천’ 논란 등을 이유로 “새로운 국회가 시작되면 새로운 질서가 생길 것”이라며 “나는 아무 것도 할 생각이 없다”고 뒤로 물러섬에 따라 원로그룹이 주춤거리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원로그룹의 ‘역활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을 조율해줄 수 있는 이는 원로그룹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

한나라당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물갈이에 따른 후유증과 지도부 교체 시에는 잡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당이 혼란스러울수록 지도력을 갖춘 대표와 당 내 곳곳을 보살펴줄 ‘어른’의 존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부의장은 강경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장파와는 달리 대표적인 비둘기파”라며 “정몽준 최고위원이든 박근혜 전 대표든 대화가 가능한 인물”이라고 그의 당 내 조율자 역할을 부추겼다.

이 부의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총선에서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했던 55명의 의원 중 대다수가 여의도에 복귀, 이 부의장의 발걸음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것.

이 부의장도 “내가 나서지는 않겠지만 도움을 요청하면 뒤에서 도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해 갈등의 중심에 서지 않는 선에서 도울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의장 외 주목받는 원로로는 정몽준 최고위원이 있다. 정 최고위원은 ‘실세’를 잃은 친이계에서 차기 당권·대권 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범주류로는 나경원·정병국·박진·임태희·전재희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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