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의 ‘5년 후 흑자로 전환’ 청사진 뒤엔 4천5천억의 빚더미...

105년 역사의 국영철도가 역 사속으로 퇴장하고 공사 체제로 새출발하는 한국철도공사 출범식 이 열렸다. 임직원수 3만명, 자산규모 13조원의 철도공사는 공사 체제의 공기업중에서 국내 최대규모다. 또한 운영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뀐 것이다. 1899년 경인선 개통 이래 서민의 발이자 국민들의 공공재로 애환을 간직했던 추억의 철도시대가 가고 대신 철도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그 경영성과로 평가를 받는 책임경영체제가 막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고속철 건설비 등 4조5천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출범한 데다 앞으로 공사화로 각종 세금이나 부담금도 크게 늘어나 경영 정상화까지는 난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철도공사 창립 - 공영철도 시대로 돌입 한국철도공사(사장 신광순)는 5일 오정부대전청사 후생동 대강당에서 김세호 건설교통부 차관을 비롯 염홍철 대전시장, 조준호 대전일보 사장, 정종환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선병렬 국회의원, 공사 임직원 등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이벤트와 함께 창립 기념식을 가졌다. 신광순 사장은 창립기념사를 통해 “105년의 우리 국영철도 역사는 한국 경제발전과 궤적을 같이해 왔다”며 “철도공사 출범과 함께 전사적인 경영혁신, 수송체계 혁신, 안전한 철도 구현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철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이날 “서비스 질을 높여 철도 수송분담률을 높이겠다”며 “5년 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현재 대중교통 중 40%대인 고속철 시장점유율을 2009년 80%까지 끌어올리고 인건비 절감, 수익사업 다변화 등을 통해 수지균형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철도공사는 또 앞으로 '서민의 발'이라는 공공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본격적으로 경영마인드를 도입해 카드사업과 유통 광고 등 각종 수익사업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4조원이 넘는 부채와 함께 출범 그러나 철도공사는 험난한 길을 헤쳐가야 한다. 공사 측은 "5년 뒤 흑자기업으로 전환시켜 놓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4조원이 넘는 부채와 매년 추가로 생길 손실을 메울 길이 막막하다. 공사는 우선 2009년까지는 부대사업 수입증대를 4조4천억원으로 늘리고, 2010년 고속철도 운영부채 4조9천억원을 전액 상환하고, 2012년 흑자전환을 이룬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 되면 2020년부터 부채 해소와 부대사업으로 40%의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철도공사는 공사화 5년내에 자립경영을 위한 조직운영 목표를 설정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고속열차의 시장 점유율을 오는 2009년까지 선진국형인 80%대로 진입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는 우선 국가기관이었던 철도청이 부담하지 않았던 시설사용료와 고속철도 건설에 따른 부채 4조5천억원을 떠맡는 빚더미 위에서 출범하게 됐다. 현재로서는 자체적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 철도청은 지난해 내부적으로 "갚을 길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승객이나 화물 운송료로는 그동안 진 빚의 원리금조차 감당하지 못한다. 예컨대 고속철의 경우 올해 예상 매출액은 9671억원인데 원리금(8780억원), 시설사용료(3000억원), 부가세(454억원) 등 기본적으로 나가야 할 돈만 1조2234억원이다. 여기에 공사화로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있다. 국가기관으로 있을 때는 각종 세금을 면제받았지만 이제부터는 매년 3800억원에 달하는 세금과 각종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이 추세면 2005년 한 해에만 1조6586억원의 적자를 낸다. 2020년에는 3조2881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불어난다. 누적부채도 올해 6조7346억원, 2020년 41조8493억원이 된다. 엄청난 누적부채는 공사화의 기본 취지를 무색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승객 수요 충족▶분권화 시대에 맞춘 철도망 확충▶자율 경영을 통한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을 이유로 철도청을 공사화했다. 철도공사 고위관계자는 "재정적자에 짓눌려 경영합리화는 고사하고 대국민서비스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수익성 개선=공사는 "2009년에는 흑자를 내고 2019년에는 재정수지 균형을 이룬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연계열차를 개발하고, 다른 교통수단과의 환승시스템을 강화하면 승객들이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유재산법에 묶여 있던 철도변의 땅이나 안 쓰는 역사 등을 개발할 계획도 세웠다. 적자선이나 적자역의 경영손실은 정부로부터 보상받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노사 화합=철도노조는 최근 2년 동안 두 번의 파업을 통해 정부의 민영화 방침을 무산시켰다. 지난해 말부터는 해고된 노조원의 복직투쟁 움직임도 있다. 전문가들은 철도공사의 조속한 경영 안정의 열쇠는 노사 안정에 달려 있다고 얘기한다. 공사화 이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력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 이때 과거와 같은 노사 분규가 터지면 공사에는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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