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헌재 사단, 강만수 사단이 뜬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행보가 각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연이은 ‘소신’ 발언으로 ‘이슈메이커’가 된 까닭이다. 취임 초부터 쏟아낸 강 장관의 발언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의 ‘메가 뱅크’ 논란 이후 침묵을 지킨 것은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은행 S기꾼’ 논란의 포화를 쏘았다. 그의 그런 우려스럽기까지 한 행보는 어째서일까.

금융권에서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기능이 통합된 기획재정부의 권한은 막강해진 반면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학자 출신’으로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심지어 재계 일각에서는 이헌재 사단 이후 포스트 모피아의 중심으로 강 장관 이름이 거론되기까지 한다.

▲ 이슈메이커로 급부상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그는 MB의 최측근으로 몇 안되는 관료출신이다.
학계 출신이 금융계 장악하며 돋보이는 재경부 출신 강만수
이명박 대통령과 끈끈한 인연, 기관 통합으로 힘 막강해져
관료출신 인맥으로 또 다른 모피아 강만수 사단 만들어지나
이슈메이커 되는 강 장관의 강경발언 '소신인가 고집인가;

재계의 시선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쏠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경제부처와 금융계를 ‘이헌재 사단’이 장악했다면, 이제는 ‘강만수 사단’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파워그룹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모피아(재정경제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에 대한 경계가 뚜렷해지는 만큼 누구보다도 막강한 힘을 갖고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지난 3월에 취임한 그는 IMF사태의 책임을 지고 재정경제원 차관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의 복귀했다. 게다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기능이 통합된 기획재정부의 권한은 막강해 강 장관의 친정 복귀는 금의환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강문수 사단 인맥 출중

강 장관을 일정하게 견제할 수 있는 세력으론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나 김중수 경제수석 등이 있는데 이들은 ‘학자출신’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어느 정도 강력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 강 장관에 대한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과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심지어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의 ‘코디네이터’로 통하는 그는 널리 알려져 있다

시피 소망교회 출신으로 30년 가까운 인연을 이어왔다. 이 대통령이 2006년 서울시장에서 물러나 대선의 예비캠프격인 안국포럼을 만들었을 때 정책실장을 맡아 전문성을 발휘했을 정도.

세간에 강 장관의 인사 스타일은 ‘잘 아는 사람을 쓴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만수 사단’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또다른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 강 장관이 3년 전 출간한 회고록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인맥과 인사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가 서술돼 있는 탓이다. 책은 대필이 아닌 강 장관이 직접 쓴 것으로 그가 30년 경제통으로 살아오는 동안 정책 결정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서술했다. 특히 정책에 대한 소회와 그와 손발을 맞춰온 경제 인사에 대한 ‘코멘트’는 향후 기획재정부의 정책과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것이라는 얘기가 뒤따른다.

실제 강 장관은 재경원에 근무할 당시 동고동락했던 인물들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주요 요직에 앉혔다. 우선 최중경 차관은 강 장관의 복심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강 장관이 이재국장 시절 사무관으로, 차관시절에는 금융협력과장으로 있으며 강 장관을 도왔다.
최근에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 두 사람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 차관은 강 장관에 의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발탁돼 함께 일하기도 했다.
윤영선 조세정책관, 백운찬 관세정책관, 주영섭 재산소비세정책관, 김문수 EITC 추진기획단장, 김낙회 조세기획관 등도 강 장관과 인연이 깊다.

감낙회 기획관의 경우 지난해 12월31일 인수위 경제1분과에 비공식형태로 파견된 바 있다.
또한 강 장관이 이재국장, 국제금융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보좌했던 신제윤 국제금융관리관도 강 장관과 두터운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강 장관과 더불어 최중경 차관, 신제윤 관리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 등은 ‘환율 매파 4인방’으로도 통한다.

이 밖에도 김규옥 재정부 초대 대변인, 최상목 장관 비서관도 인수위에서 호흡을 맞추며 ‘강만수 사단’에 합류한 인사들이다.

거침없는 발언에 업계 깜짝

특히 경제 부문의 선임 부처라고 불리는 기획재정부는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예산권’까지 움켜쥐게 되면서 말 그대로 ‘막강한’ 대부처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지식경제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정책 집행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적잖은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런 우려는 최근 은행권과의 논란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16일 오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4T CEO 과정 총원우회가 개최한 조찬 세미나에서 시작됐다. 강 장관은 이날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외환시장의 투기세력에 대해 재차 옐로우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세력은 지식을 악용해 선량한 시장참가자를 오도하고 그걸 통해서 돈을 버는 ‘S기꾼(사기꾼)’이다”라며 “(은행이) 잘 모르는 중소기업한테 환율이 더 떨어질 거라며 환율 헤징을 권유해 수수료 받아 먹는다”고 일부 은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은행이 선물환시장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도 일부 은행들이 외환수수료 증가, 시장점유율 확대 등을 위해 선물환 조기약정을 유인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예컨대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출업체가 받을 외화를 한꺼번에 달러당 900원대에서 고정토록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수출업체로부터 선물환을 대거 매입한 뒤 시장에 다시 매도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는 선물환 매도 주문이 넘쳐나면서 환율이 하락하는 ‘쏠림현상’이 발생했다.

이때 은행들은 선물환 계약 관련 수수료를 받는다. 선물환 수수료는 계약 만기, 계약금, 업체의 신용도 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계약금의 0~ 0.5% 범위에서 천차만별이다. 강 장관은 또 “환율에 대해 언론이 비판을 많이 했지만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환율이 1000원 전후로 올라가면서 각종 무역수지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새 정부의 환율 정책에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선진국에서 환율 정책은 재무부 장관 소관”이라며 “우리는 중앙은행에 (환율 정책권을) 준 적도 없고 되찾을 것도 없다”며 환율 정책의 주도권을 쥘 뜻도 분명히 했다.

은행권 반발, 사퇴 요구까지

하지만 졸지에 사기꾼으로 몰린 은행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오히려 정부의 잦은 개입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심지어 금융노조는 4월17일 성명을 내고 “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자질이 의심된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을 정도. 금융노조는 “강 장관의 발언은 기획재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수출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강만수 장관은 17대 대통령 인수위 때부터 경제분과위 간사를 맡아왔다.
한편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재정부 관계자는 “‘S기’는 투기(Speculation)을 의미하는 S를 차용한 것이며 사기꾼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전문적인 금융지식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세력으로 금융회사보다 훨씬 포괄적인 의미”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세간의 우려를 사는 부분은 강 장관의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강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환율정책 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꺼내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도 환율정책을 재무부에서 직접 행사한다”며 선진국 중앙은행들에 비해 한국은행이 과도한 ‘권위’를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또 지난 3월에는 “기업의 총 접대비 한도를 늘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시민단체 등과 대립각을 세우는가 하면 ‘메가 뱅크’ 발언을 통해 금융위원회와 감정 대립관계를 만들기도 했다.
정계와 재계에서는 이런 강 장관의 별명이 그의 소신발언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해야 할 이야기는 아끼지 않는 성격으로 알려졌는데, 워낙 직설적인 탓에 ‘강 고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경제사령탑을 맡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연이어 논란을 몰고다니는 ‘이슈메이커’로 부상한 강 장관의 경제정책과 업무스타일이 ‘너무 튄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 그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은 곳곳에서 타기관과 충돌하고 있다. 강 장관은 성장 우선주의자로 고환율, 금리인하를 용인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며 강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강경한 행보지만 아직까지 강 장관이 모피아의 중심으로 떠오를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대통령의 모피아 척결 의지가 분명한 만큼 강 장관의 독주체제가 이헌재 사단의 뒤를 잇기도 쉽지 않다는 예상이다.

일례로 지난 3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기획재정부와 강 장관은 강도높은 질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은 기획재정부가 정식 직제에 없는 7개의 특별팀을 만들어 보직을 맡지 못한 간부들에게 자리를 준 것을 직접 비판한 것이다.

이날 대통령이 모피아(재경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라는 단어까지 거론하며 강도 높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작정하고 기획재정부를 일종의 본보기로 삼고자 한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라 다닌다.

논란 속의 취임 두 달

취임 첫 작품이 정부 조직개편이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공무원 개혁은 대통령이 각별히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다. 그런 강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시선이 무조건 우호적일 수도 없다는 방증이다.
어찌됐든 강 장관을 둘러싼 무수한 논란은 그가 취임 2개월도 안됐다는 점에서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다는 것이 재계와 정계 대부분의 시선이다. 무엇보다 ‘MB 경제팀장은 MB’라는 말이 정가에 돌 만큼 이 대통령 스스로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현재 경제정책은 ‘이명박=강만수’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는 셈이다. 소신발언으로 유명한 강 장관의 향후 행보가 현 정권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세간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누구?

경남고, 서울대 법학과, 행정고시 8회 출신인 김 장관은 1970년 국세청에 배치돼 총무과장으로 공직의 첫 발을 뗀 뒤 경제부처에서만 30년을 근무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재무부 이재국장, 세제실장, 관세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등 요직을 거친 뒤 1998년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공직을 마쳤는데, 당시 외환위기 무렵 재경원 차관 자리에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론 대상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1970년 제8회 행정고시 합격
1985년 ~1998년 주미국대사관 재무관
1988년 ~ 1993년 재무부 보험국, 이재국, 국제금융국 국장
1997년 ~ 1995년 재정경제원 세제실장
1995년 ~ 1996년 제4대 관세청 청장
1996년 ~ 1997년 제3대 통상산업부 차관
1997년 ~ 1998년 제4대 재정경제원 차관
1999년 ~ 2000년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
2000년 ~ 디지털경제연구소 이사장
2005년 ~ 제9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2007년~ 2008년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위 간사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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