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시동 건 박지성

▲ “달리고, 또 달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가 ‘산소탱크’라는 별명처럼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열린 AS 로마(이탈리아)와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홈 2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1, 2차전 합계 3-0으로 4강행을 확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승리의 ‘보증수표’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경기 직후 구단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박지성을 최고의 수훈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았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부상으로 움츠렸던 시간을 보상하기라도 하려는 듯 2일 UEFA 챔피언스리그 AS로마전에 출전 시동을 걸더니 6일 미들즈브러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2008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와의 원정경기에서 팀내 최고 평점인 8점을 받으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상, 결장은 옛 말, 화려한 날들 위해 뜨겁게 뛴다
AS로마와의 원정 경기서 부활 ‘위대한 조연’ 찬사
퍼거슨 “그는 결코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주지 않는다”
박지성 “나는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 봄날 이제 시작

‘산소탱크’ 박지성이 봄을 맞았다. 부상으로 힘겨워 했던 것이 거짓인양 출전 경기마다 화려한 성적으로 축구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산소탱크 출격 준비 완료

박지성은 2007년 4월1일 블랙번전에서의 부상 후 긴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무릎수술 여파로 시즌 도중인 지난해 12월 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합류 후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새로 팀에 가세한 ‘맞수’ 나니를 비롯해 라이언 긱스, 대런 플레처 등과 험난한 주전 경쟁을 벌여야 했다.

복귀 뒤 잇따른 선발 출장 기회가 찾아왔으나 성과를 내지 못한 박지성은 눈부신 활약을 보이는 나니와의 주전경쟁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3월16일 29라운드 더비전에 선발 출전한 이후로는 30~32라운드 3경기 내리 결장 ‘3경기 연속 결장’이라는 수모를 견뎌야 했다.

그러나 기회는 찾아왔다. 4월2일 AS로마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나니의 부상을 당하고 긱스도 잔부상, 컨디션 악화로 출전이 불투명하게 된 것. 박지성에게 출격명령이 떨어졌다.

그는 챔피언스리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1도움을 기록하며 ‘산소탱크’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어 6일 미들즈브러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2008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미들즈브러와의 원정경기에서 1도움을 추가하며 시즌 첫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박지성은 이날 선발 명단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1-2로 뒤지던 후반 18분 교체 선수로 기용됐고 29분 오른쪽 엔드라인 부근에서 루니에게 땅볼패스를 찔러줘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맨유는 미들즈브러와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며 24승5무4패로 리그 단독 선두를 지켰다.

AS로마의 스팔레티 감독은 “박지성 같이 경기에 임하는 강한 정신력이 없다면 우린 차라리 집에 머무는 게 나을 것”이라며 박지성의 활약을 인정했다.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매체 ‘스카이 스포츠’도 박지성에게 ‘위대한 조연’이라는 찬사와 함께 팀내 최고인 평점 8점을 줬다. 선제골을 뽑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동점골의 주인공인 웨인 루니의 평점 7점보다 높은 점수다.

다시 한 번 ‘박지성’

10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에서 AS로마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홈경기에서 박지성은 다시 한 번 팀에 자신의 존재가 어떠한 것인지를 각인시킨다. 이날 경기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교체없이 전후반 90분 풀타임을 뛰며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으로 이끈 것.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이날 카를로스 테베스를 원톱에 세우고 좌우 윙포워드로 라이언 긱스, 박지성을 배치했다. 그동안 주전으로 뛰어온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폴 스콜스를 과감하게 뺀 것이다.

이에 대해 퍼거슨 감독은 “왜 그랬는지 묻는다면 맨유 사상 최고의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박지성과 테베스, 오언 하그리브스 3명은 최고였다”고 극찬했다. 박지성이 호날두를 대신해 오른쪽 측면에서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는 11일 구단 홈페이지(www.manutd.com)를 통해 박지성에 대한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훈련장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준다. 최근 아스널전(4-0승)과 풀럼전(3-0승) 뿐 아니라 더비카운티전(1-0승), 포츠머스전(2-0승)에서도 잘 나타났다. 그는 결코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주지 않는다(He never lets us down)”고 박지성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그는 최근 박지성을 선발로 내세우는 이유에 대해 “나니가 지난 리버풀전에서 다쳤고 긱스는 약간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박지성의 투입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는 정확히 내 예상대로 경기를 펼쳤다”며 “박지성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완벽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다. 아주 훌륭한 선수다. 박지성은 지난달 몇 경기밖에 선발로 나서지 못했지만 팀에 정말 도움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AS로마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홈경기에 대해 ‘스카이 스포츠’는 박지성에게 평점 7점을 줬으며 맨체스터 지역 신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박지성과 결승골을 넣은 테베스에게 평점 8점을 줬다.

맨유 팬사이트 ‘레드카페’(Redcafe.net)의 네티즌들도 박지성을 수훈선수로 꼽았다. 기록에 나타난 공격 포인트는 없지만 경기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팬들은 “역시 세 개의 폐”(Birdboy), “경기 내내 로마를 괴롭혔다”(RedSky At Night) 등의 말로 박지성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노력이 꽃 피는 4월

▲ “승리의 마스코트” 맨유는 11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을 ‘승리의 마스코트’라고 칭했다. 맨유는 “AS로마와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은 박지성이 올 시즌과 지난 시즌 합쳐 17번째 선발 출전한 경기였다. 놀라운 사실은 맨유가 그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는 것”이라며 박지성을 한껏 치켜세웠다.
박지성의 활약에 사람들은 찬사와 함께 기대를 보내고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4명의 태극전사 중 최근 유일하게 TV를 통해서 활약상을 볼 수 있는 선수는 바로 박지성 뿐이다. 태극전사들의 부진 속에 박지성의 활약은 유독 돋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봄이 오면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그의 페이스도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게 한다.

실제 박지성은 2006년 4월10일 아스날전서 후반 32분 리그 데뷔골을 넣은 뒤 1주일 후 토트넘 홋스퍼전서 도움을 기록했다. 무릎 부상을 당한 2007년 4월1일 블랙번 로버스전서도 시즌 5호골과 솔샤르의 쐐기골을 도왔다. 5월도 마찬가지다. 박지성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시절인 2005년 5월5일 AC밀란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득점포를 쐈었다.

그러나 ‘꽃피는 4월’을 맞아 팀 내에서 확고히 자리 잡기까지 변수는 남아 있다. 그의 맞수인 나니가 복귀 할 경우 주전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

박지성은 특유의 덤덤함으로 이를 대한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한국어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니에 대해 “상당히 어리고 재능이 좋은 선수”라며 “같이 축구를 하고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즐겁다”며 경쟁에 대한 압박보다는 축구를 하는 즐거움을 논했다.

또한 박지성은 “나는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 더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자신감을 얻는 방법에 대해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그러려고 노력을 하다보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2의 박지성’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 대한 당부도 잃지 않는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가 있을 때마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내 수준보다 더 앞선 클럽에서 플레이하려고 했고, 끊임없이 높은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전했다. 대학 재학 중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이후 아인트호벤(네덜란드)으로 가서 유럽 축구를 경험했다”고 자신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며 “젊은 선수들에게는 한국보다 유럽이 더 좋다”고 유럽에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에 와서 경기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축구를 즐기고 꿈을 포기하지 말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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