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경쟁사 이직을 막아라!”

LG데이콤의 ‘비밀유지서약서’에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LG데이콤이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밀유지서약서 서명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미 회사에 입사할 때, 퇴사할 때 비밀유지서약서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현직 사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비밀유지서약서는 업계에서도 드문 경우라고 평가한다. 심지어 노조의 반발도 치열한 상황. LG데이콤 측은 “교육차원으로 주의를 상기시킨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LG데이콤 계열사 직원이 타사에서 자료를 유출시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자료유출의 진원지’가 됐다는 점에서 경쟁사의 인력영입을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 LG데이콤이 최근 전직원을 대상으로 비밀유지서약서를 받으며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진은 주총을 진행하는 박종응 LG데이콤 대표이사. 그는 노조의 서약서 반대 노사협의회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비밀 빼낸 LG파워콤 직원 유죄에 통신계열사 ‘내부 단속 중?’
LG파워콤 “그저 교육일 뿐” 해명에 노조 “아리송한 항목 철회하라”

최근 LG데이콤의 ‘비밀유지서약서’가 업계의 입방아에 올랐다. LG데이콤이 3월11일 경부터 일방적으로 비밀유지서약서 서명을 받기 시작하며 노조의 반발까지 사고 있는 탓이다. 이 서약서의 골자는 회사의 영업상의 비밀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 동종업계 1년간 취업금지 등으로 이를 어길 경우 징계와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제는 이 서명을 LG데이콤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비밀유지서약서는 보통 기술직종에서 요구되던 서약서다. 회사 측에서 엔지니어(기술자)가 타 업체로 재취업 하면서 외부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에 대한 방지책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LG데이콤이 기술직이 아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서약서를 받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제 발 저린 ‘비밀유지서약서(?)’

LG데이콤은 사실 입사시 비밀유지서약서를 받으며 퇴사시 또다시 비밀유지서약서를 받고 있다. 때문에 비밀유지서약서를 쓰면서 입사한 직원이 퇴사 할 때까지 이번을 포함하면 총 3부의 비밀유지서약서를 쓰게 되는 셈이다. 이런 잦은 비밀유지서약서는 업계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일이 최근 LG파워콤 직원의 유죄선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14일 LG데이콤의 자회사인 LG파워콤 직원 두 명이 전 직장에서 영업비밀을 빼낸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이들은 전 직장인 두루넷과 하나로텔레콤의 고객정보는 물론 영업전략, 영업현황, 두 회사의 통합전략 등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결과 LG파워콤은 이 자료를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절감한 것이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재판부는 “빼돌린 파일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용한 정보로 후발업체인 LG파워콤에는 시장 진입에 있어 시행착오를 줄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데 기여할 만한 정보"라고 판단했다. 계열사 영업 할당판매 등으로 체면을 구겨온 LG파워콤으로서는 경쟁사에게 다시 한번 체면을 구긴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판결이 실형으로 엄한 처분이 이뤄진 셈이지만 정작 비밀이 유출된 기업 내부적으로는 적잖은 ‘앙심’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작 영업정보 유출을 통해 이득을 본 것이 LG 측이 되는 이유에서다.

▲ LG데이콤 사옥.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LG파워콤 모기업인 LG데이콤의 이번 비밀유지서약서는 사실상 ‘경쟁업체가 자사 직원과 영업비밀을 빼갈까’ 우려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실제 LG데이콤은 현재 하나로텔레콤과 IPTV를 두고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하나로텔레콤은 다른 피해업체인 두루넷을 2005년 흡수·합병했다. 게다가 LG그룹은 최근 LG전자 생산기술그룹 소속 전·현직 직원이 중국 모업체에 PDP기술을 유출한 사건이 발생한 탓에 비밀유출에 ‘신경이 곤두서있다’는 상황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밀유지서약서를 받는 경우는 흔한 것은 아니다”라며 “LG그룹에서 기술유출 사건, 영업비밀 입수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룹 차원의 내부단속을 강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LG데이콤의 비밀유지서약서는 당초 계획만큼 순조롭게 풀리지 않는 분위기다. LG데이콤에서 노조가 서명 중단할 것을 사측에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비밀유지서약서에 존재하는 퇴직 이후 1년간 동종업계 취업제한이라는 항목이다. 비밀유출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사실상 동종 업계로 이직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 LG데이콤 내부의 목소리다.
비밀유지서약서에서 영업비밀의 범위도 지나치게 폭넓다는 것도 문제의 또 다른 핵심이다. 영업상의 비밀 폭이 넓은데 반해 구체적 비밀의 성격을 구체화시키지 않은 탓이다.

노조 측은 “비밀유지의 취지를 인정하지만 이를 위해 비밀정보의 경우 대외비, 비밀등 표시를 하여 인식케 하는 등의 노력은 없이 금지조항으로 걸 수 있는 것은 다 걸었다”며 “비밀침해유형도 광범위하게 설정해 모든 직원이 잠재적인 징계대상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교육차원에 이뤄진 것”

LG데이콤 측은 이에 대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LG데이콤 관계자는 “비밀보안 교육 차원에서 이뤄진 서약서지 그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회사 비밀유지에 대해 경각심을 주기 위해 다시 한번 다짐을 받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대부분의 사원은 업무의 일환으로 이 서약서를 받아드렸으며 반발은 일부 노조만의 이야기”라며 “비밀유지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느 기업이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전 사원이 모두 지켜야할 것 아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 통신업체 고객정보 유출에도 쉿!

가입자가 수백만명에 이르는 KT, 하나로텔레콤, LG파워콤 등 국내 대형 통신업체들이 무방비로 해킹을 당해 수십만 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최근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심각한 것은 이들 업체가 경찰통보전까지 해킹당한 사실조차 몰랐다는 점이다.심지어 통신업체들은 해킹 사실을 알고도 가입자에게 주의를 요청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지난 3월20일 국내 통신업체 등 8개 기업의 서버를 해킹해 얻어낸 개인 정보 등을 인터넷에서 팔아온 혐의로 전모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박모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필리핀으로 도피한 신모씨를 인터폴에 수배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일당은 지난해 인터넷 업체를 해킹한 혐의로 경찰에 쫓기다가 필리핀으로 도피한 신모씨의 지시를 받았다”며 “똑같은 사람에게 또다시 해킹을 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전산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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