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둘려' 김의장 경호권 발동할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31일 쟁점법안 등의 처리를 놓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밤샘 대치했다. 국회는 31일 새벽 본회의를 열고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그리고 여야 원내대표가 당초 합의했던 과거사법, 신문법 및 언론피해구제법,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종합부동산법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이날 오전 6시30분까지 처리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30일밤 여야 원내대표는 김 의장의 주재로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 두 차례 합의했으나 1차 합의는 열린우리당이, 2차 합의는 한나라당이 각각 반발하는 바람에 본회의 안건처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30일 오후 1차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 및 과거사법, 신문법 등 일괄타결 등에 대해 잠정합의했으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반발, 의원총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재확인하며 사실상 합의를 번복했다. 이어 2차로 양당 원내대표는 과거사법, 신문법 및 언론피해구제법 등 쟁점법안과 새해 예산안,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 등 안건 처리에 합의하고 합의문까지 발표했으나 이번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국회 본회의장 및 법사위 회의실을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과거사법과 신문법은 연내처리하고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은 내년 2월 처리하기로 한 여야합의를 거부하기로 하고 31일 새벽 0시 45분쯤 전격적으로 국회의장석을 중심으로 1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에워싼 채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법사위 회의장에서도 출입구를 의자와 책상 등으로 막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출입을 저지하고 있다. 이에대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여야 합의안을 거부하고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대로 안건을 강행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열린우리당은 31일 새벽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예결위를 소집해 일반회계 134조 3천 7백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가결시키고, 김원기 국회의장으로부터 본회의 사회를 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 안건처리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30일 밤 8시를 넘어서 천정배 열린우리당,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다시 협상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합의된 게 7개항이다. 7개항 중에서 4대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된 것을 보면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고 과거사법과 신문법은 연내에 그러니까 30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지둘러' 김의장 경호권 발동할까? 한편 한나라당이 31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해 새해 예산안과 파병기간 연장동의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또 다시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모아지고 있다. 예산안과 파병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헌정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게 돼 국가재정운영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되고, 이라크 파병국으로서의 대외 신인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김 의장에게 경호권 발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경호권은 국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장의 고유권한이다. 국회법상 경호권 관련 규정은 `국회의장은 회기중 국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회 안에서 경호권을 행한다'(143조)는 조항이다. `지둘려'란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신중한 김 의장이 실제로 경호권을 발동할지 여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예산안과 파병안 처리가 국가적 긴급현안이란 대의명분을 앞세워 김 의장을 사방에서 압박할 것으로 보여 김 의장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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