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없는 정부와 한나라당 우려스러워

한나라당 심각하다. 이미 짐작한 국민도 많을 것이다. 집권정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 원칙주의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견디다 못해 기자회견을 했다.

그 부분은 나중에 쓰겠지만 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이 지경이 되었을까.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출발한지 며칠 지난 뒤에 일이다. 후배 녀석이 하나 찾아왔다. 참여정부 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생각대로 안 되니까 앙앙불락 이를 갈던 녀석이다. 나한테도 좋은 감정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웬일이냐고 했더니 득의의 표정으로 좀 있으면 한 자리 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연 설명을 하는데 참 이걸 말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그러나 얘길 안하면 글 쓰는 이유가 없어지니 도리 없지 않은가. 하자. 어차피 다들 아는 얘기가 아닌가. 지들도 양심이 있으니 알아듣겠지.

그 녀석 얘기는 정부산하 기관의 장 자리 하나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왜 그 얘기를 하느냐고 물으니 그냥 씩 웃는 것이다.

짐작했다. 한 방 먹이는 것이다. 너희들은 끝났다는 것을 확인시키면서 폼 한번 재보는 것이다. 선배 찾아와 하는 말이 겨우 저것인가. 걱정이 됐다.

며칠이 지났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 대표가 한 말씀 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퇴진하라는 것이다. 임기가 정해 진 인사들인데 그만 두라는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이 있자 바로 뒤이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하 유장관)이 기다렸다는 듯이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단체장들은 물러나야 된다고 거들었다. 그리고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같은 말을 했다.

문득 날 찾아왔던 후배 생각이 났다. 아하 그게 그렇게 된 것이로구나.

안상수 원내대표는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은 좌파라고 색깔을 씌우면서 그들이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고 퇴진을 요구했고 유장관은 물러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공언했다.

공직이라는 것이 철옹성은 아니다. 철 밥통도 아니다.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 잘못하고도 자리에 붙어 있으면 나쁜 인간이 없다.

그러나 잘못이 없는데도 쫓겨난다면 그처럼 어굴한 일도 없다. 쫓겨난다는 것은 강제다. 바로 강제라는 데 문제가 있다.

옛날 군사독재 시대에는 어느 곳에서인가 “너 그만 둬” “내일부터 나오지 마” 한마디면 끝장이었다. 어딜 감히 이유를 붙이나. 어림도 없다. 공직자의 목숨이 파리 목숨 같았던 그런 슬픈 시절도 있었다.

수백 명 기자들도 직장에서 쫓겨나 자살하고 병들어 죽었다. 조중동도 마찬가지다. 그게 독재시절의 이 나라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대명천지 대한민국은 법이 당당하게 살아있는 법치국가다. 대통령이 탄핵을 받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제 법에 의해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공직자들을 나가라고 한다. 그 분들은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정부산하 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이다. 이미 나간 사람도 있다.

이유는 이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 대표가 말 한대로 좌파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이고 색깔이 이상하고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과연 이들이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는가. 잡을 힘이나 있는가.

그러나 저러나 진짜 이들을 쫓아내려는 이유가 그것인가. 안상수 대표가 말한 색갈이 진실인가. 발목을 잡아서인가.

문득 얼마 전에 찾아왔던 후배란 녀석이 생각났다. 얼마 안 있어 한 자리 할 것 같다면서 득의양양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으음 그렇구나. 몇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정리됐다.

“생각을 해 보십시오. 10년 만에 찾은 권력이 아닙니까.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게 꼭 정권만 잃어버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권력을 잃었고 자리를 잃었고 감투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정권을 찾았는데 해야 할 일이 하나 둘입니까. 정권을 찾아오는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하지 않습니까.”

정리를 해 보자. 이명박 정부 탄생에는 여러 공신들이 있다. 왕조가 들어서면 개국공신들이 생긴다. 일등공신, 이등공신, 등 등. 공을 세운 공적에 따라 분류가 된다.

10년 만에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어찌 일등공신이 없겠는가. 이들 중에는 청와대로 들어가는 공신도 있고 장관으로 입각하는 공신도 있다.

국회의원 공천이라는 포상도 있다. 헌데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고 공천이 쉬운 것도 아니다. 지금 공천문제로 여야 가릴 것 없이 난리가 난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한나라당이 두 쪽이 날 수도 있다. 이거야 말로 이명박 정부 출발에 걸림돌이다. 빨리 수습을 해야 한다. 헌데 방법이 무엇인가. 감투 하나씩 씌워서 입을 막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제 발로 걸어 나가 줬으면 좋겠는데 누가 순순히 나가겠는가. 더구나 무슨 이상한 색깔을 칠해서 나가야 된다고 하는데 이제 나가면 진짜 색깔이 있는 사람이 되는 거 아닌가. 참 머리 나쁜 사람의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라리 한나라당 정부의 딱한 입장을 잘 알지 않느냐고 사정을 하면서 나가 달라고 하면 그게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법으로 딱 정해 있는데 법을 무시하고 쫓아내려고 하니 이런 무법천지가 어디 있느냐고 대들면 할 말이 없다.

정부가 하는 일에는 대의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동의를 한다. 국민의 동의가 없는 짓을 해서 얻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출범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는 내리막길이다. 이런 걸 뻔히 알면서 어쩌자고 이런 일을 벌린단 말인가. 이래도 괜찮을 거라는 자신은 어디서 나오는 오만인가.

혹시 여론 조사라도 했는가. 했겠지. 내리막길이다. 겁이 날 것이다. 그래서 허겁지겁이다. 말을 주워 담느라고 전전긍긍이다.

먼저 유인촌이 나가라고 하던 사람들에게 마음 상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게 사과지. 그럼 사표를 반려해야지.

신재민이란 차관은 강제로 나가라는 게 아니었다고 발뺌을 하던가. 이 사람도 언론인 출신인데 참 양심이 부끄럽겠다.

이제 뒤죽박죽이다. 국정원은 원장이 정식 임명도 안됐다는데 마구 인사다. 면허 없는 의사가 메스를 휘두른다고 하던가.

영어 아니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아우성을 쳐서 영능에서 세종대왕의 통곡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니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씀 하셨다. 영어몰입교육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어랜지’인지 ‘으렌지’인지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왜 이렇게 멋대로 지껄여 댔는가.

유방암이 아니라서 기념으로 오피스텔을 남편이 사줬다는 것은 지극한 남편 사랑이어서 좋다. 자신은 자연을 사랑했기 때문에 땅을 샀다는 것도 이해해 주자.

여의도는 환경친화적이 아니라서 송파에 집 마련했다는 것도 돈 좀 있으니 과시욕이 발동했다고 이해하자. 수많은 논문표절도 실력없이 교수 하자니 별수 없지 않느냐고 이해를 하자.

삼성에서 떡 값 받은 것도 그 때 다 그랬다니까 이해하자. 자식의 부동산 투기의혹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한 방통위원장 내정자의 말도 겁 없이 귀신까지 들먹이니 용서하자.

그러나 이것은 안 된다. 아무리 농담이라 해도 “노동부에서 어느 직원이 몸이 안 좋아서 생쥐를 튀겨 먹었는데...운운”은 그냥 먹은 것을 모두 토해버릴 광태다. 기본이 문제다.

이게 농담인가. 대통령과 다과를 하는 자리에서 할 소린가. 그 자리에 있던 인간들은 그렇게도 비위가 좋은가. 토한 사람 없는가.

변도윤 장관에게 생쥐튀김 선물하자는 후배의 농담에 호통을 쳤지만 장관이 되기 전에 사람부터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치사하고 더러워서 말을 안 하려고 했지만 해야겠다. 참여정부에서 어느 장관이 이런 소리를 했다면 조중동한테 박살이 났을 것이다. 생쥐튀김 선물을 한 상자 선물로 받았을 것이다.

조중동은 왜 말이 없는가. 농담이라 웃고 마는가. 비위가 약해서 못 쓰는가. 유인촌 장관이 임기가 남아 일 잘 하고 있는 관리들을 나가라고 했는데 조중동은 왜 비판하지 않는가. 참여정부 때 그렇게 코드 인사라고 길길이 뛰더니 이젠 왜 첫 날 밤 새댁처럼 얌전하신가.


한나라당의 정책위의장 이한구는 한반도 대운하를 총선공약으로 내 걸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비판거리가 아닌가. 대운하가 빠지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뭐가 남는가.

요즘 참으로 조중동이 얌전해 졌다. 아니 얌전해 진 것이 아니라 더욱 치사해졌다. 종이가 아깝구나.

아아 더 써야 하는가. 이 나라를 언론이 망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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