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길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이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놓고 있다. 참극이 연일 보도되면서 TV를 시청하기가 겁난다. 초등학교 주변에는 아이들과 동행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자녀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갈수록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패륜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아동 유괴사건의 경우 12건이 발생했다. 아동 성폭행 사건도 1081건이 일어났다. 어린이들을 마구 짓밟는 사회의 병든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천진한 10살, 8살의 아이들이다. 혜진·예슬양은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꽃을 짓밟아 버린 천인공노할 범죄의 희생양이 됐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가슴에 피멍으로 얼룩지게 한 비극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언제부터인가 사회가 무섭게 변하고 있다. 밤길 걷기가 겁난다. 어린이들이 한낮에도 동네에서 마음껏 뛰어놀기 걱정스럽다. 부모가 자녀의 등·하교길을 걱정하고 휴대전화로 자녀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지금의 사회는 온전하다고 볼 수가 없다. 이것이 현주소다.

밤길 걷기가 겁나고, 어린이들이 한낮에도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고, 부모가 자녀의 등하굣길을 걱정하고, 휴대전화로 자녀 위치를 확인하는 사회라면 온전한 나라일 수 없다.

국민들이 얼마나 더 떨어야 흉악범죄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지금은 어린이 등 약자가 보호받는 세상을 가꾸기 위해 온 사회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어떤 안녕과 질서도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경찰은 아동범죄와 유괴범에 대한 추적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치안 체계와 강력범죄 대응책도 재점검하고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 역시 어린이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아이들에게 평소 안전수칙을 주입시키고 주택가와 주요 도로 곳곳에도 CCTV를 확대 설치해야 한다. 일각에선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운운하지만 생명보호와 범죄 예방에 우선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아동범죄에 대한 시민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 유괴범은 반드시 붙잡히고 만다는 사회적인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참극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유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단의 시스템이 하루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다. 초동수사ㆍ공조수사의 미흡을 질책하는 소리도 단골 메뉴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개선되는 모습은 없다. 이번에는 공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실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길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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