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 전 한국갤럽회장 내정

▲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 그러나 민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등은 중립성과 전문성을 이유로 그의 인선에 반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시중 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이 내정됐다. 최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대선 기간 막후 의사결정기구였던 ‘6인회’에서 활약했던 인물. 고위직 인선이 있을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렸으나 청와대는 최 전 회장의 언론경험을 들어 방송과 통신분야의 중립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방송통신위원장 내정됐음을 알렸다. 하지만 통합민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등은 △신문과 방송 겸영 허용 △ KBS2·MBC 민영화 △IPTV와 DMB, 디지털방송 전환 등 민감한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에 대통령의 측근을 세우는 것도 불가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그에 관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며 ‘제2의 인선 파문’의 중심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계 진출부터 ‘후원자’로 그의 뒤에 서 있던 최 전 회장, 그는 어떤 인물일까.


MB의 정치적 ‘멘토’ ‘그림자로’ 호명…중대사안 조언자 역할 ‘톡톡’
靑 “풍부한 언론경험 토대로 다양한 이해관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
정치권·시민단체 ‘MB 브라더 출현’ ‘코드-영남’ 편중인사 비판 물밀듯
최시중 “난 대통령 측근, 그러나 위원회 편파적으로 운영하지 않을 것”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이 청와대로 향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 초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가 된 것. 하지만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인선까지는 적잖은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B 오랜 정치 동반자

최시중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 대통령의 정치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이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후원자’의 역할을 해온 인물로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혹은 ‘그림자’ 등으로 불리며 이 대통령이 중대한 사안에 봉착했을 때 의견을 나누는 조언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37년 경북 영일 출생으로 동양통신 기자를 거쳐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편집부국장, 정치담당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이다. 1994년부터 여론 전문조사기관인 한국갤럽 회장을 지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 전 회장이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서울대 57학번 동기이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의 친분 때문이었다. 정가 소식통들의 전언에 의하면 이 대통령이 정치에 뜻을 보이자 한발 앞서 여의도에 진출한 이 부의장이 최 전 회장에게 이 대통령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1992년 민자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하자 최 전 회장은 후원자로 이 대통령 뒤에 섰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될 때까지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한 사람도 그다.

지난 대선에서는 그는 이 대통령의 정치 자문역을 톡톡히 수행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캠프 출범과 함께 개인 사무실을 내고 전략기획 및 여론대책 수립 업무를 관활한 것. 대선 주요 고비마다 이 대통령의 대선 전략을 조정하는 것은 최 전 회장의 여론분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그의 정보해석 관리능력이 빛을 발했다. 당시 당 안팎에선 이 대통령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으나 최 전 회장은 자신이 관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초박빙’으로 나타나자 경선 하루 전까지 이 대통령, 이재오 의원 등과 지지전화를 돌렸던 것. 결국 2400여 표라는 차로 승리를 얻자 캠프 내에서는 그의 분석력에 높은 신뢰를 보였다.

이 대통령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한 6인회 멤버로 이 대통령과 이상득 부의장과 이재오·박희태·김덕룡 의원 등과 이명박號를 막후 지휘하는 역할을 했으며 대선 본선에서는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여론에 대한 판단이나 이미지 메이킹 작업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으로 이 대통령을 보필했다.

평소에는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결정적인 고비 때마다 이 대통령이 의견을 청하는 등 ‘참모’라기보다는 ‘동반자’에 가까운 모습에 이 대통령의 신임도 두텁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자문 역할을 맡았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비교하기도 한다.

‘최측근’ ‘실세’라는 위명 때문일까.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나 국무총리, 국정원장 등 굵직한 인선이 있을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곤 했다. 하지만 그가 앉을 자리는 따로 있었다.

방송·통신 ‘실세’의 손에?

청와대는 새 정부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에 최 전 회장을 내정했음을 발표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인선배경을 설명하며 “최 전 회장은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한 인물”이라며 “오랜 언론생활과 한국갤럽 회장 등 풍부한 언론경험을 토대로 방송과 통신 분야의 중립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최 전 회장의 방통위원장 인선이 예견돼 왔던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신문과 방송 겸영 허용 ▲ KBS2, MBC 민영화 ▲IPTV와 DMB, 디지털방송 전환 등 민감한 현안을 다뤄야 하는 곳이라 이 대통령과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 이가 배치되어야 했다는 것.

또한 최 전 회장이 새 정부가 들어서자 “앞으로는 방송이 중요하다”고 소리 높였던 것은 그가 방송·통신에 대한 실권을 쥘 것임을 시사케 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등 언론관련 단체들은 최 전 회장의 인사를 지적하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 규제 완화, 신문법 폐지, 공영방송 민영화 등 새 정부가 추진해 나갈 것으로 알려진 미디어 정책들은 벌써부터 언론계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있는데 이 대통령의 뜻을 착실히 실행에 옮겨줄 인사가 중립을 요구하는 방통위원장에 내정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중립성과 정치적 독립성 수호에 부적격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최 전 회장이 동아일보에서 정치부장과 편집부국장 등을 역임한바 있기는 하지만 방통위원장을 맡는데 필요한 방송과 통신분야의 경력은 전무해 전문성이 상실됐다는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임명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채수현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최시중씨가 내정된 것은 유감”이라며 “방송과 통신 어느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아닌 최 내정자를 대통령 행정 감독권의 영향이 미치는 방통위의 초대 위원장으로 낙점한 것은, 결국 말 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관에 근거한 언론정책을 펼쳐달라는 의미 아니겠냐”고 날을 세웠다.

그는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방송을 장악할 의도가 없음을 증명하고자 했다면 초대 방통위원장은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전문인사를 내정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최 전 회장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현 방통위원장은 방송위원회 때와 비교도 되지 않는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행정 쪽으로나 방송·통신 쪽으로나 전문성이 없는 최시중씨를 임명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성명을 내고 “최시중씨의 방송통신위원장 선임은 절대 불가하며, 이를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규제 기관의 통합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기구개편을 활용해 정권이 방송과 통신을 한꺼번에 장악하려는 음모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라며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선임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사이며, 정권의 방송통신 장악을 실현하기 위한 대통령 측근 인사 정책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소리 높였다.

참여연대도 “과거 국가권력이 방송을 장악했던 시절, 방송이 정권의 나팔수가 되었던 역사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며 “국민을 우롱하는 인사는 이제 제발 그만두기를 진심으로 권고한다”며 이 대통령에게 방송위원장 인사 철회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방송장악” VS “중립운영”

각계의 비판여론이 빗발치자 최 전 회장은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 발표된 지난 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최 전 회장의 방통위원장 선임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라는 비판에 대해 그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생명을 걸 정도로 노력한 것은 사실”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확인시켰다. 그러나 곧 “하지만 그 때문에 방통위원회 운영을 편파적으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의 독립성, 특히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된다. 중립성과 객관성은 나에게는 체화되다시피 한 정신이다.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방패막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으로서의 통신 부분은 솔직히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의 능력이 부족한 부분은 인정했다. 이어 “언론인을 동양통신에서 시작했고 그 뒤 동아방송 기자, 동아일보 기자, 여론조사기관을 거쳐 평생을 독립성과 객관성, 중립성을 강조하는 직업인으로 살아왔다. 상당히 훈련된 사람으로 나왔다. 어느 정도 전문성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휘자가 반드시 스페셜리스트일 필요는 없다”며 “방통위 내에 전문가위원회나 특별위를 구성하도록 돼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위원회 운영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문성 논란을 일축했다.

최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측근 논란에 대해 “대통령과 호흡하는 많은 동지나 측근들 중 한 사람”이라며 “방통위는 엄격한 중립을 지키도록 하는 시스템이 돼 있고 그것을 충분히 활용해 방통위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MB 브라더’ 놓칠 수 없지!

“중립을 지키겠다”는 최 전 회장의 강변에 통합민주당은 ‘MB 브라더’의 호칭을 안기며 인선을 반대하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첫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이 내정된 것을 강하게 성토하며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방송통신정책을 좌우하는 대통령 직속기구 방통위의 장관급 수장에 이 대통령 최측근인 최 위원장이 앉는 것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최시중씨 임명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소위 한나라당 6인위원회에 참여했던 사람을 방통위원장으로 둔 것은 방통위를 권력기구로 두려는 의도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말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도 “노무현 정부에 대해 코드 인사니 오기 인사니 하는 말을 많이 했는데, 당시 KBS에 서동구 사장이 내정됐다가 내정자가 노 대통령의 언론 특보였다는 이유로 낙마했다. 참여정부도 이를 거둬들였는데 일개 방송사도 아니고 방통위원장을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밀어붙이는 상황”이라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국민적인 저항 운동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한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비유, “최 전 회장이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그야말로 국민의 의식과 정보를 통제하는 ‘빅브라더’가 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디어 빅 브라더스’, 이니셜로 하면 ‘MB 브라더’의 출현”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최 후보자에 대해 “최악의 선택” “불도저를 몰고 가듯 방송장악을 하려는 의도이며 KBS와 MBC 등의 방송정책을 좌우하려는 인사”라며 임명철회를 요구하고 나서자 한나라당은 “새 정부를 흠집 내는 정치공세”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반영하고 책임있게 행정을 이끌어 나갈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다. 대통령의 인사 발표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것은 도를 넘어 지나칠 정도”라며 “최 후보자의 업무능력이나 자질은 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면 될 일”이라고 못박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좌파 정권 10년 동안 그야말로 왜곡될 대로 왜곡된 방송통신정책을 정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추진력을 최 후보자가 갖고 있고 다양한 경험이 있어 방통위의 독립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추진력으로 개혁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민주당의 거센 반발로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청문회를 통해 충분한 검증을 할 수 있는 만큼 즉각 인사청문회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최 전 회장은 인사청문회에 대비, 방송·통신 전문가들로부터 각종 정책현안과 대안 등을 위주로 과외교육을 받는 등 청문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시중은 누구?

출생 : 1937년 8월 4일
출생지 : 경상북도 영일
학력 : 대륜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경력
1964 동양통신 기자
1965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1981 동아일보 안보통일문제연구소 상임연구위원
1985 동아일보 정치담당 편집위원
1988 동아일보 정치부 부장
1988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논설위원
1993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1994.06~2007.05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
2007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상임고문
2008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
2008.03~ (현)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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