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이든 재물이든 한 가지만 가지시라

칼럼을 쓰다보면 심한 소리도 하게 된다. 칭찬만 늘어놓으려면 글 쓸 필요 없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지 않든가. 쓴 약인지 단 약인지는 당사자가 알 것이다.

지도자라고 하는 인사들에게 조국은 무엇이냐고 좀 묻겠다. 왜 조국을 어머니라고 하는지 대답 좀 듣고 싶다. 대답하기 싫다면 대신 답을 주겠다.

어머니가 문둥병 환자라 해도 버릴 수 없는 것과 같이 조국 또한 버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터지면 무수한 젊은이들이 조국의 이름으로 목숨을 바친다.

6.25전쟁 당시 자원입대한 재일동포 학도병들의 일기 속에도 조국에 대한 사랑은 절절하다. 그들의 일기장에서 발견되는 조국애는 보는 사람을 숙연케 한다.

참전하지 않아도 누가 뭐라지 않을 재일동포 학생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다. 그 때 우리의 지도층은 어떠했는가. 할 말이 없다.

영국의 명문교인 ‘이튼스쿨’의 졸업생이 1.2차 대전에서 2천 여 명이 전사했다고 한다. 하버드대학에 유학중인 이스라엘 학생들이 수에즈 전쟁이 터지자 하루 밤 사이에 사라졌다. 짐을 싸 전장으로 달려간 것이다.

아랍학생들도 사라졌다. 그들은 참전하라고 할까 겁이 나서 도망친 것이다. 병역을 기피한 우리 지도층과 비슷하지 않은가.

1차 대전 당시 러시아를 침공했다가 ‘레닌그라드’ 전투에서 동사한 독일군 중에는 많은 귀족들이 있었다. 그들의 일기장에도 뜨거운 조국애와 귀족으로서의 의무, 긍지가 담겨있다.

조국은 이렇게 소중한 것이다. 해 주는 것 없어도 조국은 목숨을 바쳐 사랑할 대상이다. 조국이란 이름 하나만으로 소중한 것이다.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조국을 사랑할 것이다. 해방 후 반민특위에서 재판을 받은 친일파들도 한결같이 주장한 것은 믿거나 말거나 자신들의 행위가 애국이었다는 것이다.

애국은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된다고 믿는다. 신뢰도 말과 행동이 같아야 생긴다. 지식인의 언행은 일치해야 한다.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그것은 거짓이다.

이명박 정권이 출발했다. 법에 따라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후보자들이 청문회에 섰다.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국민의 69% 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과연 저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일까. 이런 생각을 한 국민들은 없을까.

국민들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장관에 임명되어선 안 된다고 했고 실제로 총리를 비롯한 많은 장관 후보들이 병역문제와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초호화주택소유, 자녀들의 국적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청문과정에서 3명의 후보가 탈락하고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후보는 만신창이가 된 채 국민의 조롱을 받으며 운명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측은하다.

이 쯤 되면 한승수 내각이 국민의 믿음은 고사하고 공직사회조차 제대로 끌고 갈지 의문이 든다. 이처럼 허물 많은 장관들의 말을 아랫사람들이 마음으로 받아 드릴 것인가.

공직사회의 기강은 윗사람의 도덕성에서 생긴다. 청문회장에 선 후보들의 표정 속에 어느 한 점 진실이 보이던가. 오히려 어떻게든지 청문회만 넘기면 된다는 교활함은 보이지 않던가.

문제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한승수 내각이 국민의 불신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능력을 상실한다면 불행은 바로 국민의 것이 된다.

“황금보기를 돌과 같이 하라” 이는 고려 말의 충신인 최영장군이 한 말이다. 재물을 탐내지 말라는 경구다.

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들은 돌을 보기를 황금같이 했는지는 몰라도 재물축적에 너무 몰입했다. 조국을 사랑하기 보다는 땅을 너무 사랑했다.

후보 중에 상당수가 교육을 받은 미국에서는 공직후보가 이런 식으로 재산을 모았다면 스스로 공직을 맡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나 자식들이 병역의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공직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공직은 도덕성을 필수로 한다. 왜 그토록 닮고 싶어 하는 미국을 공직취임에서는 외면하는가.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문제는 빨리 풀어야 한다. 미적거리며 시간을 끌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가 생긴다. 국민들이 등을 돌리면 대책이 없다. 경제고 실용이고 만사휴이다.

청문회에서 들어나고 온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부적절한 사유들을 자신들이 풀어야 한다. 방법은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대통령도 집 한 채만 소유하겠다고 했다. 유인촌 장관도 재산의 기증을 말했다.

누가 재산의 많음을 나무라는가. 부적절한 치부를 국민들은 꾸짖는 것이다. 아무리 나라를 사랑한다고 골백번 맹서를 하면 뭘 하는가. 국민들이 느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명예를 찾는다. 국민들의 애국심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

어느 누가 조국을 사랑하지 않으랴. 외국에서 애국가만 들어도 눈물을 흘리는 것이 우리 국민이다. 재물이 아까우면 공직을 버려라. 명예가 아까우면 재물을 버려라.

정치인들은 일이 생길 때 마다 현충원을 참배한다. 참배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영령 앞에 고개 숙이며 어떤 생각을 했는가. 영령들이 뭐라고 하던가. 축재하라고 하던가. 병역의무는 적당히 넘기라고 하던가.

명예는 천금보다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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