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로부터 지키자'는 신토불이 정신?

농협이 LG카드 인수를 검토중이라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은 이지묵 신용사업부문 대표의 지시로 LG카드의 인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루머다. LG카드 2대주주이기도 한 농협은 금융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LG카드를 인수, 국내 최대 카드업체로 부상한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 현재 LG카드 지분 16.6%를 보유, 산업은행(26%)에 이은 2대 주주여서 우리은행(10.3%)과 기업은행(7%) 등 다른 채권기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도 유리한 상황이라고 한다. 농협, LG카드 인수 '두 번째 검토' 농협이 LG카드 인수 검토설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 농협은 LG카드의 경영난이 불거진 직후인 올해 초에도 이지묵 대표의 지시로 인수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시에는 실무선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 검토가 중단됐었다. 농협이 이번에 다시 LG카드 인수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은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소문. 관계자들은 "산업은행과 LG그룹 간 증자협상이 어려움을 겪는 등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에 비해서는 불확실성이 많이 사라졌다는 게 농협의 판단"이라고 전한다. 또한 LG카드가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1백억~3백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실적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것도 농협이 LG카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 금융계 관계자는 "이지묵 대표가 평소 '한국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씨티은행과 HSBC 등 외국계 공룡은행이 LG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는 등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LG카드 채권단 관계자도 "LG카드가 연말 증자와 연초 감자를 통해 몸집을 줄이면, 농협이 자회사 출자한도인 5600억원 내에서 LG카드를 인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확인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씨티은행ㆍHSBC 등 외국계 은행들이 잠재인수 대상으로 부상한 가운데 외국계 은행이 LG카드마저 인수하면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농협의 LG카드 인수에 명분이 됐다"고 말했다. "이미 접은 내용이다"라지만... 이렇게 소문이 퍼졌음에도, 금융계는 대체적으로 농협이 실제로 LG카드를 인수할 지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5백여만명의 농협 신용카드 회원 가운데 LG카드와 중복회원이 80%나 돼, 인수를 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 농협중앙회도 루머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농협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된 'LG카드 인수 검토'와 관련 "인수를 검토한 적은 있으나 공동부실화 우려로 포기한 사안"이라며 "현재는 진행되고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12월 9일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실무선 차원에서 인수에 따른 제반 여건 등에 대한 검토가 진행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LG카드 규모의 대형 카드사 인수에 따른 비용부담과 향후 정상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대두돼 이미 접은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한 "농협은 채권 금융기관의 일원으로서 원활한 채권 회수와 채권금융기관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뿐"이라며 "LG카드 인수를 결정하고 검토하고 있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같은 날 LG카드는 11월 한달 동안 23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9월 176억원, 10월 173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LG카드의 올 하반기 누적적자 규모는 57억원으로 줄어들었으며, 12월에도 비슷한 규모의 흑자를 기록할 경우 2년 만에 반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