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을 반성하라

일상화된 남성적 폭력, 페니스 파시즘의 또 다른 이름, '전쟁' 에의 반성 지난 4월 3일 틱낫한 스님의 '여성이 만드는 평화' 강연회에서 세계적인 종교인인 '틱낫한과 현경'은 "평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피비린내 나는 폭력의 적빛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포용해 평화의 씨앗이 되어 꽃을 피우게 하라."면서 여성의 마음의 평화를 전제로 하는 세계평화, 그리고 여성성의 고귀한 가치를 강조했다. 발문: "역사적으로 남성들에 의해 주도된 많은 전쟁과 폭력은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인 생명, 인간성과 환경을 파괴하고 오랫동안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이제 남성의 성기를 닮은 탄두, 총, 대포, 탱크의 총구에 콘돔을 씌워야 한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 아내, 딸들에게는 위로와 치유, 평화의 힘으로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가시적인 전쟁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해지는‘총성 없는 전쟁’인 일상적인 폭력들에 대해서도 일제히 재사유하고 반성해야 한다."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 PEACE by WOMEN 틱낫한 스님 '여성이 만드는 평화' 강연회 3년 전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인류의 평화와 진보에의 희망에 설레며 21세기 밀레니엄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2003년 3월 터진 이라크 전쟁, 새로운 세기를 맞은 지 3년 만에 두 번이나, 그것도 모두 미국이 주축이 된 아랍권에의 공격전쟁을 전 세계가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목격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일제히 평화를 기원하는 반전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21세기 인류가 맞는 두 번째 전쟁인 이라크 전 발발과 국내적으로는 북핵설과 관련된 한반도 냉전 분위기와 대구지하철 참사라는 비극을 감내하고 있는 이러한 때, 시기 적절하게 베스트셀러 <화>의 작가인 세계적인 종교인 틱낫한이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3일 까지 방한한 바 있다. 틱낫한 스님은 현재 아시아 일대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명상열풍을 몰고 온 참여불교의 창시자이자 평화운동가. 바로 이 틱낫한 스님은 지난 4월 3일 오후 7시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의 '여성이 만드는 평화'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나 명상 공동체 프롬 빌리지로 돌아갔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가 운영하는 (사)문화세상 이프토피아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여성이 만드는 평화' 강연회는 여성 불자분들과 수녀님들, 교수님과 학생들, 외국인 스님과 백인 남성들 등, 이대학생들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로 행사 시작 두시간 전부터 3천 석의 대강당이 꽉꽉 메워진 바 있다. 또 국회의원 이미경, 허운나 등의 여성 정치인들과 여성운동가 김신명숙, 소설가 권지예씨 및 여성계 인사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강연은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에코페미니스트 신학자', '춤추는 여신학자’로 평가받는 뉴욕 유니온대 신학대 종신교수 현경의 사회와 통역으로 진행되었고 강연 후에는 교정 내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작은 촛불의식을 가졌다. 여기서 '여성이 만드는 평화'란 힘의 균형이 아니라 '화해와 상생'의 평화를 뜻한다. '화해와 상생'의 여성적 평화 핑크빛 물결 그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특별했던 점은 강연 참석자 모두가 분홍색 의상·소품을 착용했다는 것이다. '여성이 만드는 평화' 강연이 채택한 여성성의 상징은 왜 핑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행사를 마련한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박진창아 사무국장은 “남성성·평화의 상징인 파란색과 달리 수동성·환상 등 여성의 부정적 이미지를 의미해온 분홍색에 대한 인식을 전복시키기 설정”이라고 설명한다. 21세기에 벌어진 이라크전을 목격하고 있는 오늘날 여성들은 전쟁의 기호와 상징 색이 레드라고 할 때 이에 대응된 생명, 자유, 평화를 염원하는 의지를 담아 여성성의 상징으로 불리어왔던 핑크색깔을 내세워 평화를 지지하며 '색으로 항변'하는 것이라는 것. 얼핏 생각할 때 핑크는 그동안 남성적 관점에서 주입되어온 남성의 시작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여성, 비현실적이고 나약한 남성의 사랑을 갈구하는, 환상과 꿈을 쫓는, 진지하지 못한 존재로서의 여성이 연상된다. (반면에 블루는 '남성성'을 상징하며 하늘과 평화를 상징하는 색으로 대접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는 분홍색에‘여성들이 만드는 평화’라는 의미를 부여해 가부장적 문화가 부여한 억압된 이미지를 뒤집는 전복적, 역설적 의미에서 핑크를 선택했다. 이로써 여성성 자체에 더 이상 타의에 의해 가중되어진 열등하다는 개념을 거부하고 자기 자신과 여성성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된다. '화 전쟁' 마음에서 없애고 네 안의 꽃을 피워라! 틱낫한 스님의 강연은 한마디로 "내면의 상처와 분노를 치유해 자유로워지고 그리고 그 힘으로 세상을 평화롭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강연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이 세상에 꽃으로 왔다. 꽃의 의미는 그것의 아름다움과 자비로움에 있다. 베트남 전쟁 중에 여성들이 군인들에게 꽃을 주는 장면을 보았다. 군인들은 자신의 꽃됨을 억누르고 있다. 그 여인은 손에 꽃을 들고 있었지만 진짜 꽃은 바로 그 여인이며 자신의 자비와 미소와 우정을 보여준 그 여인이 바로 꽃이다. 자비와 이해, 용기라는 에너지는 여러분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이들을 보호한다. 화와 폭력으로 가득 찼을 때 자신과 주위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여성들이 자신을 폭력과 화와 미움이 스스로를 사로잡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은 무지하고 자기 중심적인 남성들의 폭력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는 것을 방어할 수 있게 해준다. 지도자들은 서로에게 같은 어머니를 둔 형제로서 형제의 언어로 소통해야한다. 북한 인들이 배고픔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만든다면 그것은 사실 그들이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깊은 공포를 느끼고 있다. 핵무기 개발은 공격성이 아닌 두려움이다. 남한인은 북한형제에게“우리는 당신을 점령하거나 공격할 어떤 의도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라.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도 테러리즘에 대한 미국인들의 두려움 때문이며 두려움은 우리자신과 상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평화는 그 잘못된 인식을 없애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전쟁시에는 왜 여성성이 구원인가? 이날 틱낫한 스님의 강연회에서 틱낫한과 절친한 사제지간이자 기독교 학자인 현경의 사회와 통역은 '기독교와 불교의 동시통역'이라고도 할 수 있어 이러한 종교적 화합이라는 상징적 의미 또한 이날 강연의 주제인 '평화와 화합, 여성성'과도 부합되는 것이어서 그 의의를 더했다. 현경교수는 이날의 강연에 대해 "여성이 보는 모든 종교는 가부장적이라며 남성중심주의와 다른 종교를 배타하는 배타주의가 만연하다."고 지적하고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바꾸고 세상의 에너지를 바꾸자'라는 틱낫한 스님의 말씀, 여러 사람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프매니아 회원으로 강연을 들은 한 여성은 "평소 너무 존경하던 틱낫한 스님과 현경 교수님을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핑크색 옷을 입은, 스카프를 두른 사람들이 동지들로 보여 든든하고 뿌듯했다. '우리 모두 꽃 되게 살자, 깊은 들음, 사랑이 있는 말하기'라는 말씀을 가슴 속 깊이 새겨 그 날로 바로 주변사람들에게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탱크 총구마다‘콘돔’을 씌우자! 전 인류가 전쟁이라는 비극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이러한 때 더욱 그 가치가 부각되는 여성성의 고귀함을 설파한 틱낫한 스님의 강연과 그 맥을 같이하는 관점에서, 한신대 고정갑희 교수(<여성이론> 편집위원)는 전쟁과 남성적 폭력성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탄두, 탱크 총구에 일제히 콘돔을' 이라는 구호로 일상화된 남성적 폭력을 거부한다라고 귀착된 결론을 내며, 콘돔논리를 펴는 기고문을 최근 한 여성지에 냈다. 전쟁반대의 의견을 피력함에 있어 그녀는 어째서 하필이면 콘돔 이미지를 도용하게 된 것일까? 이는 인류의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폭력의 역사에 대한 근본을 분석함에 있어 전쟁의 본질이 결국엔 페니스 파시즘의 그릇된 남성성과 결부되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냈기 때문이다. '총구에 콘돔을 끼운다' 는 개념은 총구로 표현할 수 있는 남성성기, 남성 호르몬의 잔인함, 폭력성과 자기중심주의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내포한다. 20세기를 폭력의 세기로 규정하는 한 통계를 살펴보면 21세기 동안 약 1억에 달하는 사람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고정 교수는 그러나 '굳이 전쟁 현실만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여성의 관점에서 폭력적이지 않은 세기가 있었는가?' 라고 반문한다. "전쟁의 반대말로 평화를 사용하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우리 일상은 전쟁을 실험하고 준비하는 일상이다. 우리 주변에는 전자오락실, 컴퓨터의 전자오락게임, 장난감 총, 장난감 탱크들, 가상전자오락게임과 닮아 있는 전쟁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는 텔레비전이 즐비하다. 폭력감지기가 작동하지 않고 무감각해져 버린 사람들, 그런데 이런 현상은 결국 아들, 남편, 아버지, 오빠들이 군대를 다녀온 사회, 일상이 폭력적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 많은 여성들과 여성단체들이 일제히 '여성이라는 이름을 걸고' 전쟁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들이 단지 생물학적인 여성이라는 의미에서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것, 여성이 어머니이고, 생명을 담지하는 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남성중심의 역사가 만들어 온 숱한 전쟁과 일상의 폭력에 의해 성폭력과 전쟁폭력의 피해자로 살아온 여성의 위치를 바꾸기 위해 전쟁에 반대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한다"면서 "여성의 이름으로 우리는 지구촌, 우주의 모든 존재를 존중하는 사상을 만들고 실현해 내야하며 그 일은 여자들의 몫."이라고 설파했다.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파괴하는데 사용되는 군사비용을 여남차별을 방지하는 교육에 사용하고, 70%가 비정규직인 여성노동에 사용하고, 가사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여성들의 전쟁반대의 궁극적 목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기고문의 마지막에서 "이제 군대라는 남성학교를 없애고 남성의 성기를 닮은 탄두, 총, 대포, 탱크의 총구에 콘돔을 씌워야 한다. 가상전쟁게임들과 언론의 보도방식, 또 전쟁의 반대가 평화라는 생각, 국가 안보도 모두 '여성·인간·자연 안보'로의 발상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면서 온 인류가 인간으로서의 지녀야 할 기본적인 휴머니즘으로의 진정한 페미니즘적 가치관을 강조했다.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 한편 평화를 원하는 여성주의자들의 모임인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는 총 37개의 여성단체들이 함께 참여한 '반전평화여성행동'의 이름으로 지난 3월 20일,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파병동의안 부결시켜라!'와 '이라크 침공행위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전쟁과 폭력의 가장 큰 피해자 중의 하나는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라는 문제에서 출발한 'WAW'(Women Against War)(http://www.kwaw.org)는 전쟁의 피해자로 오랫동안 잊혀져 온 모든 여성과 장애인, 소수 인종, 성적 소수자, 어린이, 그리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했던 모든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전쟁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개인 및 단체들의 모임이다. 역사 속에서 여성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반대해 왔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14년 여성의 날에도 각국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제국주의 전쟁에 항의했고 1974년 여성의 날에는 수천 명에 이르는 베트콩 여성들이 미국의 침략 반대 행동을 벌였다. 현재도 지구촌 많은 여성들이 여성의 이름으로 이라크 전에 반대하고 있으며 인류 절반인 여성들은 언제까지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추구하며 모든 남성적 폭력을 거부해 갈 것이다. 정순영 기자 jsy@sisafocus.co.kr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 <아프간 전쟁 1주기 성명서> "인권의 이름으로 전쟁을 말하지 말라" 발문: 지난 2001년 아프간 전쟁 때 우리는 아프간의 여성들을 해방시키겠다는 터무니없는 폭력을 경험했다. 일본군 성노예의 역사가 청산되지도 않은 지금,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를 위한 집단 강간의 기억이 채 사라지지도 않은 지금, 우리는 탈레반이 물러간 아프간 땅에서 파슈툰 족을 대상으로 한 집단 학살과 여성들에 가해지는 강간을 눈물로 지켜보아야 했다. (2년 전인) 2001년 10월 8일, 미국은 아프간 전쟁을 일으켰다. 인권을 위한 전쟁이라는 치욕적인 미명이 붙었던 그 '더러운 전쟁'. 모든 전쟁은 여성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쟁이다. 우리의 현실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테러 전쟁이 심화시킨 군사주의 문화 안에서, 5조 7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의 전투기 구매사업이 진행되었다. 수없이 많은 어린이들이 밥을 굶고,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성폭력의 위험에 시달리고, 또한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폭력과 차별에 하루하루를 고통으로 보내야 하는 이 상황에서 '무기 구매'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평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전 세계 여성의 이름으로 미국 부시 행정부에게 테러리즘에 대항한다는 명분을 내건 '더러운 전쟁'을 중단할 것을,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한반도 여성의 이름으로, 우리는 한국 정부에 부시 행정부의 전쟁 범죄 수행을 위한 정부의 지원 계획을 즉각 멈출 것을 요구한다. 어떠한 내용의 지원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증오에 기반한 폭력의 악순환을 가져올 부시 행정부의 전쟁 범죄 행위에 대한 도덕적 지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쟁을 필요악이라 부르며 군사주의 문화 안에서 전쟁을 지지하고 방조하며, 전쟁에 침묵하는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그들이 우리를 향해 우리가 현실을 모른다는 말로 그들의 현실을 강요할 때, 우리는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로서 우리가 온몸으로 느끼는 현실이 무엇인지를, 건조한 전쟁 게임 화면 뒤에 숨은 고통과 비극을 말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거부하는 모든 종류의 전쟁과 폭력을 거부하고 전쟁의 피해자로 오랫동안 잊혀져 온 모든 여성, 장애인, 소수 인종, 성적 소수자, 어린이, 그리고 모든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걸어갈 것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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