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 변수 셋

▲ 청와대가 새 주인을 맞았다. 그러나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새단장을 할 때까지 평탄치 못한 생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월25일 취임식을 갖고 대한국민 제17대 대통령에 올랐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앞길은 순조롭지 못하다. 통합민주당과의 갈등을 겪었던 정부조직개편안이 극적인 타결로 마무리됐지만 새 정부 요직 인사들에 대한 청문회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는 등 ‘삐그덕’ 소리를 내고 있다.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마무리 지은 ‘이명박 특검’에 대해서도 신야권이 ‘부실수사’라며 물고 늘어지고 있어 총선까지 후폭풍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당 내 박근혜 전 대표와의 공천 갈등 불씨도 여전하다. 여기에 바닥을 친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새 정권에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갓 취임하는 대통령의 지지율로는 손색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또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그가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한반도 대운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출발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의 취임 후 변수는 무엇이 될 지 <시사신문>이 짚었다.


‘대세’ 대선 승리로 ‘잃어버린 10년’ 찾고 실용보수 사회로의 전환 시작
대통령 인수위 독선적 정책 추진에 신야당과의 정부개편안 갈등 ‘골머리’
‘이명박 특검’ 완벽한 의혹 해소 못 해…‘탄핵 폭탄’ 안은 불안한 새정부
각종 현안 ‘파열음’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노명박’ 등 비판여론 제기

이명박 대통령이 1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루고 청와대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가는 길에는 햇살보다는 먹구름이 먼저 찾아들고 있다.

여·야 10년 정권교체 ‘휘청’

1년여를 끌어온 대세로 이룬 대선 승리. 이명박 대통령은 ‘탈여의도’, ‘개혁’을 주장하며 이전과는 차별화된 정부조직 수립과 정책 구상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대통령직 인수위의 거침없는 행보는 일각의 반발을 불러오며 ‘삐그덕’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통합민주당이 해양수산부 폐지에 강력 반발하며 조직개편안에 제동을 건 것. 인수위와 한나라당, 민주당의 협상에도 조직개편안은 타협점을 찾기는커녕 벼랑 끝 대치상황에 몰리며 정부출범 파행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불렀다.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수위가 조각 명단을 발표하며 일은 또 꼬였다. 민주당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각을 발표하는 것은) 예비야당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도 “인수위의 조각발표 방침을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 너무 프레스 프렌들리(pree frendly)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해수부 폐지를 둔 갈등은 정권 출범 직전이 되어서야 극적인 타결로 마무리됐다. 해수부 폐지와 여성가족부 존치를 골자로 하는 ‘15부2처’ 규모의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합의된 것.

이 대통령은 간신히 정부운영 파행을 빗겨가게 됐다. 하지만 ‘작은 정부’라는 당초의 구상과는 다른 모습을 한 ‘거대정부’가 태어나게 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새 정부 장관 후보자 1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벌써부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속속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4·19 총선까지 카운트다운

▲ 이명박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에 강한 반작용들이 나타나며 이 대통령의 수심을 깊게 하고 있다.
이 대통령 국정운영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조직을 통해 그가 빠르게 변화할 수 있게 하고 측근들을 한나라당 전면에 배치, 당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여의도 진출 발판이 되는 총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연관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변수도 남아 있다. 최근 당 공천 과정에서 잠재웠다고 생각한 박근혜 전 대표측과의 갈등이 수면 아래서 끓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당 기구격인 여의도 연구소(여연)의 자료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에 강력 반발했다. 그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다른 데에서도 했지만 공신력이 있고 공당에서 여연 조사를 바탕으로 공천을 쭉 해왔는데 이번 과정에서 배제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모든 결정은 공심위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와 책임도 공심위가 질 것”이라고 날 선 속내를 표현했다.

당 외각에서 돌기 시작한 ‘살생부’ 논란도 “당에 모든 걸 맞기겠다”며 공천에서 물러 선 박 전 대표측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측 모두를 배려하려는 모습이 보이면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인다. ‘나눠먹기’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보다 더 큰 공천 혁신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는 민주당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명박 특검’은 총선까지 후폭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약이 될지 독지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이명박 특검팀은 그간의 조사를 마치고 이 대통령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때문에 대선 중 BBK 저격수를 자임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상당한 수세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표심몰이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 “국민적 의혹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한 뒤 “이 대통령에게 면죄부만 줬다”고 비판했다. 또한 “특검이 이 당선인에 대한 조사를 머뭇거릴 때부터 우려했지만 삼청각에서 (특검이 이 당선인과) 꼬리곰탕을 먹는 모습에 이를 때는 참으로 답답했다. 결국 꼬리만 남겨둔 채 진실의 몸통까지 삼켜버렸다”고 소리 높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특검’으로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특검을 있게 한 이 대통령의 명함이나 광운대 동영상에 대해 특검은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이 대통령은 특검팀의 ‘무혐의’ 결론에도 불구 완벽한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명박’ 뒤에 숨겨진 민심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국민들의 마음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일보, 중앙일보 등이 이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3~57%로 나타났다.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17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매우 잘하고 있다’의 의견은 8.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의견은 45.3%로 긍정적 반응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수치는 53.4%에 머물렀다. 반면 부정적 견해는 26.4%, 모름 혹은 무응답은 20.2%였다.

중앙일보는 2월19일 전국 성인남녀 102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답한 이는 56.8%였으며 부정적 평가는 30.4%, 무응답은 12.8%로 나타났다.

▲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7대 대선에서 승리,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에 대해 “이 대통령과 인수위가 영어 몰입교육, 숭례문 복원 대책, 정부조직개편안 문제 등에서 파열음을 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지지율은 이는 김영삼 대통령 취임 시 지지율 97%나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 86%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며 “취임을 앞둔 대통령 지지율이 이처럼 떨어진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전까지는 주로 준비만 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도가 떨어질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인수위가 열심히 활동을 해놓고 앞으로 할 정책들이 미리 발표하니 그걸 둘러싼 찬반이 있다. 그것이 지지도에 조금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지율 하락에 따른 각종 분석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관련 ‘노명박’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는 등 비판여론이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시대보다 앞서가도 지지를 못 받을 수 있고, 시대보다 뒤처져도 지지를 못 받을 수 있다. 당시에는 국민들이 이해를 못해도 나중에 돌아보면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독선적’인 발언부터 조각명단 발표 등을 두고 한나라당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며 ‘놈현보다 더 놈현스런’ 대통령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

지지율 하락과 ‘노명박’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의 반작용으로 대세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 발표 등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독선적 면모를 보이는 점, 사회 각계와 충돌하는 모습이 노 대통령과 일견 겹쳐 보인다”며 “노 대통령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세를 몰았다면 이제 서서히 그 후폭풍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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