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6000억원 투자로 숨통 트여

'자동차 점유율 꼴찌'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르노삼성자동차가 기사회생의 계기를 마련했다. SM7 출시 행사참석 차 방한한 루이 슈웨체르 르노 회장이 3년 간 6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 이 와중에 삼성그룹과의 '증자요청설'도 불거져 나왔다 독자적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되었던 르노삼성차가 살아날 기회를 잡았다. 방한한 루이 슈웨체르 르노 회장이 11월 30일 가진 SM7 출시 기자회견 자리에서 르노삼성차에 3년 간 6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 루이 슈웨체르 르노그룹 회장은 "향후 3년 간 총 6천억원을 투자해 한국을 르노그룹의 글로벌 생산 및 신차개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6천억원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는 부산 제2공장 증설" 11월 30일, 르노삼성차는 SM 시리즈를 계승하고 한국 대형차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고급 대형 세단 'SM7'를 출시하고 내달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르노삼성차는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르노그룹 루이 슈웨체르 회장과 르노삼성차 제롬 스톨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SM7 신차발표회를 가졌다. 2년에 걸쳐 개발된 SM7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3.5ℓ와 2.3ℓ의 6기통 Neo VQ 엔진이 탑재됐으며, 혁신적인 디자인과 세계적 수준의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통해 대형차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또한 르노삼성차는 "SM7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르노삼성차 R&D 센터가 자체 개발한 세련된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품격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SM7 3천500cc급의 경우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RE35와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강조한 XE35 등 2개 모델, 그리고 2천300cc급은 고객의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LE, SE, XE의 3개 모델이 있다. 차량의 판매가격은 2천440만~3천510만원 선. 그동안 르노삼성차는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국내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사업 철수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번 르노 회장의 투자 약속으로 르노삼성차는 그동안 지속되었던 각종 루머를 불식시키고 시장에 향후 전망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었다. 르노삼성차는 회장의 지원 약속에 따라 내수 중심 기업에서 수출 주력 기업으로 전환하고 중국 진출에 있어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슈웨체르 회장은 투자금 6천억원의 쓰임새에 대해 "라인업 확대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생산량 증대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가장 중요한 사용처는 아무래도 부산 제2공장 증설일 것이다. 부산 제2공장에서는 르노와 닛산이 공동으로 개발중인 차세대 가솔린엔진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7이 '사실상 닛산차가 아니냐'는 질문엔 "물론 SM7은 닛산 '티아나'의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지만, 플랫폼을 공유한다고 해서 같은 차라고 볼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르노삼성 '핵심 전략부품 생산기지'로 탈바꿈 이처럼 프랑스 르노그룹이 한국시장에 향후 3년간 6천억원을 투자,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육성키로 함에 따라 르노삼성차가 그동안의 닛산 의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루이 슈웨체르 르노그룹 회장이 밝힌 투자계획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에 약 2천억원을 투자해 건립키로 한 차세대 가솔린엔진 생산공장. 이 엔진공장은 르노와 닛산이 공동으로 개발중인 첨단 차세대 가솔린엔진을 생산하는 곳. 친환경 고성능 차량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르노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세워지는 것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엔진은 일본 닛산자동차를 포함, 르노그룹의 주요 생산기지에 공급될 예정. 부산지역에 차세대 엔진공장이 설립될 경우 르노삼성은 과거 닛산의 모델을 대부분 그대로 들여와 조립생산만 하던 '하청공장' 수준에서 벗어나 르노의 핵심 전략부품을 생산하는 기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여기에 대규모 인력충원과 추가투자를 통해 경기도 기흥의 디자인센터를 아시아 지역에서 출시되는 르노 자동차의 내·외관 디자인 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디자인센터로 육성하면, 글로벌 생산거점으로서의 르노삼성차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슈웨체르 회장은 '르노삼성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못박아 르노삼성이 플랫폼까지 독자개발하는 핵심 생산기지로 격상시키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 증자 좀 해주시오'(?) 한편 '헤럴드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슈웨체르 회장은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만나 삼성의 르노삼성차 지원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에 따르면 11월 30일 이건희 회장은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슈웨체르 회장과 오찬을 같이 했다. 물론 삼성 측은 이번 오찬 회동이 슈웨체르 회장이 인사차 방문한 것이며 사업 관련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르노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르노 삼성차에 대한 지원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또한 슈웨체르 회장은 이 회장에게 부산 엔진공장 건설과 관련해 증자에 참여해 달라는 뜻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 회장이 부산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만큼 가솔린 엔진 공장 유치 등의 과정에서 증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증자 과정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제기되었을 것이라는 추측. 삼성 관계자는 그러나 "슈웨체르 회장이 인사차 이 회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와 오찬 약속을 잡았다"며 증자 등 사업 관련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를 전달했다. 삼성그룹은 자동차 산업에서 손을 뗐지만 르노삼성차와 할부금융이나 텔레메틱스 개발 등의 사업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르노삼성차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 삼성과 르노는 할부금융, 텔레매틱스개발 등에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르노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증자를 요청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삼성그룹은 자칫 삼성그룹이 자동차 산업으로 재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확산될까 고심하는 분위기. 삼성 관계자는 "증자요청이 있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으나 삼성그룹은 현재로서는 자동차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은 자칫 이 회장과 슈웨체르 회장의 만남이 자동차사업 재진출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고 보고 두 사람의 오찬회동을 극비에 부칠 것을 르노 측에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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