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더 좋았는데…다시 모실 수 있다면”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이 경영했을 때는 참 좋았다” 최근 기자가 접촉한 현대건설 관계자의 말이다. 현대건설의 매각이 구체화 되면서 이 전 사장에 대한 현대건설 내부의 ‘향수’가 관측되고 있다. 이미 이지송 전 사장은 퇴임한지 약 2년이 되가는 상황이다. 지금 시점에 다시 이 전 사장에 대한 ‘향수’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신문>이 이 전 사장에 대한 현대건설 내부의 목소리를 따라가 봤다.

고위임원들 누가 인수하나에 사퇴, 자리보존 두고 고심 중
실적 탁월했던 이지송 전 사장, 매각이후 복귀 가능성 있나

▲ 매각을 앞둔 현대건설 일각에서 이지송 전 사장 시절에 대한 '향수'가 관측되며 그 배경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현대건설 매각이 3월 중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워크아웃 책임론 문제로 매각일정의 발목을 잡던 산업은행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매각에 대한 논의를 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내부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 현대건설 내부에서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에 대한 ‘향수’가 거론돼 시선을 끈다. 그가 경영일선에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 은연중에 떠도는 것이다.

사실 매각을 앞둔 기업의 긴장감이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M&A의 경우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핵심 인사의 물갈이를 강행하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내 장악을 위해서 사주 측 인사가 기업의 중추에 파고드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이런 배경에 이 전 사장에 대한 임원의 ‘향수’가 포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현대건설 임원진 불안감 확산

현재 현대건설에서 누구보다 매각에 대한 긴장감이 높은 것은 현대건설의 임원들이다. 누구에게 인수되느냐에 자신의 안위가 결정 날 수 있는 탓이다.

▲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벌써 중역A씨가 경쟁사로 옮기기로 했다느니 사표를 냈다느니 하는 뒷말이 흉흉하다”며 “이런 불안감은 내부 직원보다는 임원들 사이에서 더욱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현대건설 관계자도 “현대건설이 매각되고 나면 관리 쪽 임원진은 모두 물갈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현장에 있는 사람도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전 사장에 대한 ‘향수’가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런 대목이다. 이 전 사장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맡아 실질적으로 워크아웃 중이던 현대건설 부활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전문경영인이다.
한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 전 사장은 임직원들의 존경 받는 인물”이라며 “이 전 사장이 경영할 때가 좋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지송 전 사장의 복귀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라고 조심스럽게 물어왔을 정도.

내부의 이런 기류는 이 전 사장의 현장경영 및 실적에 대한 신뢰로 보인다. 시루떡 돌리기 등으로 직원을 챙겨주면서 고급 양주나 와인 보다는 현장 직원들과 막걸리 마시고 함께 축구하는 것을 즐겼던 이 전 사장이다. 격식을 싫어하면서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정신’ 등으로 현대건설의 임직원을 독려했던 일화는 재계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라크 공사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는 등 경영자로서는 능력있고 호탕하게 임직원들을 챙기던 이 전 사장에 대한 ‘향수’가 현대건설 내부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이런 점은 같은 현대건설 토박이지만 사무직 출신인 이종수 현 사장과 크게 비교된다. 무엇보다 이 사장은 ‘이지송 팽 당했다’는 말이 도는 가운데, 채권단의 추천으로 사장에 올라선 인물로 경영보다 매각에 더 비중을 둔 채권단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내부에서는 매각이후 이 사장의 연임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퇴직하지는 않더라도 임기연장은 힘들리라는 것이다. 이는 워크아웃 이후 현대건설의 CEO 3년 임기가 연장되거나 재신임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그 근거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업계 전문가는 “오히려 잦은 사고와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형편”이라며 “이 사장의 히트작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 역시 이 전 사장 임기 중에 논의 됐음을 감안하면 이 전 사장의 그림자를 벗어나기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이라고 미심쩍은 시선을 보였다.

이지송 복귀 가능성 있나

그렇다면 현대건설 매각이후 후임 경영자로 이 전 사장이 복귀할 가능성이 있을까. 현재로서 이런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인수 의지를 밝힌 현대그룹은 전통적 ‘현대맨’ 노정익 전 현대상선 사장을 비롯해 김지완 전 현대증권 사장 등 이 밀려난 형국이다. 현대중공업도 현대그룹과 현대상선 경영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운 터라 현대그룹 친화적인 인사를 뽑지 않으리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대형 건설사인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입장에서 아무 경영인이나 세우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기업의 경영자로 세우는 것은 회사 장악력과 더불어 회사 내부를 끌어나갈 수 있는 리더십과 경영능력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라며 “조건이 맞다면 전 전문경영인이 다시 경영일선에 뛰어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비 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된다면 내부의 반발 및 인력의 대거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부적 지지가 확보된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런 가능성은 매각의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구설에 불과하다는 것이 재계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실제 매각이 진행되며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짐작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에 현대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사내에 이 전 사장이 거론된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밑바닥에서 존재하는 이 전 사장을 향한 ‘향수’가 매각 이후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현대건설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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