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는 끝났는데 의혹은 아직도 '풀풀'



하루 앞당겨진 수사 결과 발표, ‘하루라도 빨리 손 들어주자’ 의도
한계 드러낸 특검, 일각에선 무용론 ‘솔솔’ 후폭풍 피바람 예고?

지난 2월21일 ‘이명박 특검’이 시작된 지 38일 만에 모든 수사가 종결됐다. 당초 이르면 2월22일 발표 예정이었던 수사결과는 하루 앞당겨진 21일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명확한 해답은 커녕 기존의 수사 결과와 다른 점이 없어 대다수 국민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는 반응 일색이다.

정치권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권 한 인사는 “어차피 예견된 결과였으니 그러려니 하는 것”이라면서도 특검 수사 결과가 하루 앞당겨 발표된 것에 대해선 “이왕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을 거라면 하루라도 먼저 MB 측 손을 들어주자는 의도 아니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사이 커넥션 의혹까지 일고 있어 ‘특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특검이 진행된 38일 동안 수사 진행 방향이 어떻게 흘렀는지 수사 결과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혹에 대해 정리했다.

이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 결과가 당초 검찰이 발표했던 수사 결과와 차이가 없자 대다수 국민들은 “결국 또 형식적인 특검이었냐”며 분노했다.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수사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지만, ‘눈치보기 식’의 수사로 국민적 의혹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와 ‘유전개발 의혹’ 등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주로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속빈강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어떤 경우엔 특검 수사결과가 발표되고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 결과가 뒤집히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팀은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300억원 모금설,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의 썬앤문 관련 각종 청탁 개입의혹 및 95억원 제공설 등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으로 결론내려져 ‘용두사미식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70여명의 수사인력이 동원됐지만 결국 근거 없는 의혹을 확인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되자 특검 무용론이 제기됐었다.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부터 불어온 특검 무용론 바람이 얼마나 거세질 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이 당선인 측은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 표면적으론 “새 정부의 깨끗한 출발”이라고 하지만 물밑에선 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새정부 깨끗한 출발?

수사가 진행 된 38일 동안 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4개로 나눠 수사팀을 구성했다. BBK 관련 의혹과 도곡동 땅·다스 차명 소유 의혹, 상암동 DMC 관련사건, 검찰의 편파 수사 의혹이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

특검팀은 검찰에서 넘겨받은 수사기록을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BBK 관련 수사기록과 도곡동 땅·다스 차명 소유 의혹 관련 수사기록에 대한 분석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대검찰청 과학수사 전문 수사관들이 특검팀에 합류,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내용 분석과 복구 등을 담당했다.

특검이 진행된 지 단 3일 만에 특검팀은 상암동 DMC 의혹과 관련, 서울 상암동 한독산학협동단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어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 관련 인사들을 차례로 소환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듯 보였다.

이 당선인도 여기에 포함됐지만 집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아 특검팀은 권력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정호영 특검은 수사 도중 간간히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왔지만 특검팀이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은 것은 없었다.

다만 지난 검찰 수사에서 차명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던 도곡동 땅이 이 당선인의 친형 이상은씨 소유라는 것을 밝혀낸 채 마무리 됐다.

새로운 결과물이 나왔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은 채 수사는 종결됐다. 특검이 내놓은 근거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검팀은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지분은 ‘이상은씨 소유가 맞다’는 증거로 매각대금 흐름 추적, 재산관리인 이병모(41)씨의 휴대전화 사용위치 추적 결과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빈틈이 많다.

먼저 매각대금 가운데 2002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97차례 현금으로 인출된 15억여원의 사용처다. 특검팀은 이씨의 휴대전화 사용위치를 추적한 결과 이씨가 현금 인출 직후 대부분 영포빌딩이 있는

서울 서초동 인근에 있었고, 이상은씨도 주기적으로 같은 빌딩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상은
씨 계좌라고 단정 지었다. 그러나 특검팀이 이씨의 위치를 추적한 기간은 2006년 8월부터 2007년 7월까지 고작 1년 치에 불과했다.

특히 이 당선인이 봉급을 자진 반납해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서울시장 재직 기간 동안은 이씨에 대한 위치추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씨에 대한 석연찮은 부분은 또 있다. 이씨는 지난 2005년부터 영포빌딩 관리업체에 근무해왔고 영포빌딩은 이 당선인이 오너다.

특검팀은 이에 대해 “영포빌딩엔 이상은씨와 김씨 소유 사무실도 있었다”면서도 “이씨가 이 당선인, 이상은씨, 김씨 세 사람의 재산관리를 해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즉, 세 사람 가운데 누가 현금을 수령했는지 확인조차 않고 결론 내렸다는 이야기다.

현금 수령자, 삼자대면 ‘누락’

또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 진술과 김 전 회장 지시로 땅을 매입했다는 임직원 진술이 엇갈리는데도 특검팀은 대질신문을 벌이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지난해 검찰 조사엔 응하지 않다가 대선을 치른 뒤 특검 조사에 출석했다는 점에서 진술의 신빙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특검팀이 밝힌 김 전 회장의 진술 요지는 해명으로 가득해 특검팀이 김 전 회장 변호인 같은 느낌마저 준다는 것이다.

도곡동 땅은 이상은씨 본인의 소유라고 밝혔지만 매달 3천만원씩의 현금을 인출한 이상은씨의 ‘이상한’ 현금 인출에 대해서는 “현금 소비 선호성향이 있었다”는 설명 뿐 그 이상의 명확한 설명은 부재 상태.

정호영 특검 등 판사 출신이 의사 결정을 좌우하고 있는 특검팀은 민사 논리를 앞세워 등기가 이상은씨 앞으로 돼 있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다른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이상은씨 명의의 땅을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비록 검찰의 수사 때에 비해 이상은씨 측이 제출한 목장 운영 자료 등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질적으로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을 물증이 있었다 하기 보단 ‘가치관’의 차이에 기반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이상은씨 측에 유리한 결과를 내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경준씨 변호인인 박찬종 변호사는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 “처음부터 수사 의지가 약했던 특검이 당선인에 대해서 뺄셈의 수사를 했다”고 비난했다.

st35@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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