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특검’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 강도 높은 공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에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의 공천에 의해 당의 운명이 좌지우지 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모든 공천 기준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원칙과 기준이 정해지면 누구도 예외가 없다” 현재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최근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권도 공심위가 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요청, 겸임토록 됨에 따라 이른바 ‘공천특검’을 통한 민주당의 박재승발 공천혁명이 본격 가동된 것이다. 이렇듯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의 향후 운명을 결정짓게 된 박재승, 그는 누구인가. <시사신문>이 박 위원장의 과거와 현재를 따라가 봤다.

박재승, 정치적 소신과 강직함을 두루 갖춘 강한 내공 소유자
‘저승사자’ 박재승 위원장 ‘공포의 외인구단’ 위원들 공천 주도
“‘국민의 뜻’이 공천의 기준” 예외없는 공천 칼바람 일으킨다
한나라당 ‘200석 거대여당 프로젝트’에 맞설 총선 대반격 시작

통합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통합민주당’의 공천을 책임지게 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공천 쇄신의 칼날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저승사자’ 출현

박재승 위원장은 취임 직후 손학규 대표에게 공심위 외부인사 인사 전권을 넘겨 달라는 요구를 해 공천에 날카로운 칼날이 휘둘러 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공천에 대한 발언이 있을 때마다 특유의 직접화법으로 ‘예외없는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공천에 대해 “‘국민의 뜻’이 공천의 기준”이라며 “국회의원의 본분인 국가경영철학에 맞지 않는 행동은 안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천은) 어떻게 보면 대형사고가 될 것이고, 재앙이 될 수도 있겠지만 행운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고 말해 당 공천을 바라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박 위원장이 공천 사전 포석작업으로 추진한 것은 두가지로 축약된다. 공천을 함께 할 역전의 용사들을 선정하는 것과 공천 후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 공천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당헌·당규를 꼼꼼히 살펴 최고위원회가 ‘의결기구’가 아니라 ‘심의기구’라는 점을 파악, “기본적으로 심의기구이기 때문에 공천안에 대해서 최고위에서 의결한다는 것이 맞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당 지도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 들였다. 최고위가 공심위 결정을 원안 그대로 인준·의결하도록 하되, 이견이 있을 경우 최고위가 재심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다는 것으로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한 것. 이는 그가 당 공천을 책임지기로 했을 때 손 대표에게 요구했던 사항을 관철시킨 것이다.

또한 박 위원장은 자신이 전권을 가지고 있는 공심위 외부인사 인선을 ‘코드인사’로 추진했다. 공천위원들도 자신과 같은 코드를 가진 이들로 선정하겠다고 공언해온 것을 지킨 것이다.

정치권은 박 위원장의 ‘코드인사’ 추진에 대해 거침없는 공천 칼날을 빼 들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심위가 출범한 뒤 공천 기준을 정할 계획이며 기준이 정해진 이상 예외는 없다”며 거물급 인사들에게도 동일한 공천 기준이 적용될 것임을 강조한 박 위원장. 그리고 거의 이견이 없을 정도로 같은 공천 기준을 생각하고 있다는 공천위원들은 ‘저승사자’와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불리며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재승은 누구?

‘저승사자’ 박재승 공천위원장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전남 강진 출신으로 광주고등학교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지법, 제주지법, 수원지법 판사를 거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학교법인 대양학원(세종대) 임시 이사장을 맡고 있다.

판사·변호사 출신으로 정치권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 같지만 그의 내면을 들어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자신만의 진보적인 스타일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에 의해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 추천을 받는 등 소신과 강직함을 두루 갖춘 강한 내공의 소유자로 인정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당시 회장을 맡고 있던 변호사협회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특히 2004년 비리혐의 의원들의 검찰 소환 불응에 대해 변협 명의로 불체포 특권제한 입법청원을 냈던 적도 있어 정치권에 대한 사전파악은 벌써 되어 있는 상태다.

이번 공심위 위원장을 맡을 때도 공천심사위원 임명장 수여에 앞서 사전에 당헌에 미비한 ‘제18대 국회의원선거후보자추천규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 “공심위가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 공심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 확실한 권한부터 챙겼다. 이후 공식회의 첫날 “공심위 결정이 당의 결정이라는 손학규 대표의 약속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민주당 공천의 전권을 공심위가 행사하는 것을 못박았다.

그는 또다시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권도 공심위가 해야 한다”며 손학규 대표에게 비례대표 선임권까지 강력 요청, 민주당 지도부는 두 기구의 위원장을 겸임토록 수용해 박 위원장의 쇄신공천 칼날을 더욱 매섭게 해줬다. 이쯤 되면 왜 손 대표가 삼고초려를 하고 강금실 최고위원이 적극 추천해 모셔 와야 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박 위원장은 기존 정치 공학적 해법으로는 절대로 이번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모든 총대를 멘 외로운 사투를 선언한 것이다. 막강파워 이면에는 철저한 비장함이 묻어있지 않겠는가.

‘공포의 외인구단’ 단장 맡았다

공심위 구성에서도 박 위원장만의 스타일이 돋보인다. 공심위 외부인사 6명 모두를 자신의 코드에 맞는 인사로 선정, 민주당에 새 생명을 불러일으킬 전사 선택에 무거운 책임과 함께 절실한 희망을 걸고 나섰다.

김근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박경철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이이화 전 역사문제연구소장, 인병선 시인, 장병화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그들이다.

박경철 이사는 ‘시골의사’란 필명의 유명증권 칼럼니스트로 활동,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등 베스트셀러를 썼다. 인병선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 라는 시로 잘 알려진 고 신동엽 시인의 부인이다.

또 이이화 전 소장은 재야 역사학자로 민중의 관점으로 쉬운 문체로 역사 이야기를 잘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화 부회장은 독립운동가 장이호 선생의 아들이다. 정해구 교수는 개혁진영의 대표적인 소장파 학자이며 통합민주당의 정강·정책 등에 기반한 공천심사를 주로 맡을 전망이다.

시민사회와 학계, 문화계, 언론계 인사들이 고루 갖춘 실리형 외부인사들, 이들을 두고 벌써부터 ‘저승사자’ 박재승, 외부인사 6인을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제, 민주당의 마지막 승부가 펼쳐진다. 한나라당 ‘200석 거대여당 프로젝트’에 맞설 민주당의 반격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시작됐다. 단순한 물갈이가 아니라 민주당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그들의 비장함으로 녹여 버리고 새로운 정치희망을 담아낼지 그를 지켜보는 눈들이 뜨겁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 프로필

위원장

◇박재승(69): 한겨레신문 감사(현), 대한변호사협회장(전), 서울변호사회장(전)

◆위원(외부 인사 6명, 가나다 순)
◇김근(65): 한겨레 논설주간(전), 연합뉴스 사장(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전)
◇박경철(44): 안동 신세계연합 클리닉 원장(현),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현), 머니투데이 전문위원(현)
◇이이화(70):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현), 역사문제연구소장(전), 서원대 석좌교수(전)
◇인병선(73): 시인, 짚풀생활사박물관장(현), 민주평화국민회의 지도위원(현)
◇장병화(60): 가락전자(주) 대표이사(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현),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 회장(현)
◇정해구(53):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현), 한국정치연구회 회장(전)

◆위원(당내 인사 5명, 가나다 순)

◇김부겸 의원
◇김충조 당 최고위원
◇이인영 의원
◇최인기 의원(당 최고위원)
◇황태연 교수(동국대, 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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