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유씨의 생명은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동호)는 29일 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유씨는 법정에서도 ‘100명 이상을 죽이려 했는데 너무 빨리 잡혔다’고 진술하는 등 전혀 뉘우치지 않았다”며 “유씨의 생명은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재판부는 12월 13일 선고 공판을 열어 유씨의 형량을 최종선고 하게된다. 그러나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유씨의 막연한 증오심이 무엇 때문에 비롯된 것인지 다시금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며,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유씨와 같은 범죄가 또다시 재현되지 않기 바란다. 부장판사, 유영철 “개전의 정이 전혀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황찬현)의 심리로 29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역대 살인사건 중 가장 많은 21명을 직접적 살해동기나 면식관계도 없이 무참히 살해하는 등 연쇄살인범의 전형으로 사회구성원이길 피기했다"며 또한 "피고인은 법정에서 '잡히지 않았으면 1백명을 죽이려 했다'고 말하는 등 개전의 정이 전혀 없다"며 이와 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또한 "피고인은 법정에 나온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댁의 딸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아느냐'고 말하는 등 생명의 보호를 받을 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영철은 최후진술에서 "어떤 명분으로도 사람 목숨을 함부로 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사형구형에 감사한다"며 "어쩔 수 없이 자살한 유족과 나머지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없는 사람들도 잘 사는 사회가 되면 나같은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가는 날까지 뉘우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씨의 ‘사형’구형에 앞서 24일 법원으로부터 유씨의 정신감정을 의뢰받은 공주치료감호소가 감정 결과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지난달 25일 공판에서 정신감정은 필요없다며 거부하였지만 재판부는 유씨에 대한 정신감정이 없이 재판이 진행될 경우 심리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유씨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신 감정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이번 치료감호소는 제출 자료에서 “유씨에게 정신과적 장애는 찾지 못했으며 정신상태에서 판결을 변경할 만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 제10조는 심신상실자는 처벌하지 않고 심신미약자 역시 형을 감경토록 하고 있다. 감정서는 ‘일부 행동장애가 나오긴 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고 살인 등이 범죄라는 것을 판단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심신상실은 행위가 사물의 변별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을 잃은 것을 말하며, 심신미약은 그런 능력이 극히 적은 것을 가리킨다. 심실상실 등은 정신의학이 아닌 법률상 개념으로 이를 인정할지는 전적으로 법관이 판단한다. 하지만 이날 의료진이 유씨를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가진 것으로 판단함에 따라 유씨가 정신상태를 이유로 감형받은 가능성은 일단 없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유씨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황찬형 부장판사)는 서부보호감호소에 유씨의 주변환경과 행적에 대한 판결 전 조사를 의뢰, 지난 9월 결과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유씨가 절도죄로 감옥생활을 시작한 뒤 전과 14범으로 전락할 동안 사회적응 기회를 한 차례도 가지지 못해 연쇄살인 범죄에 빠지게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살인 살인행각 도대체 무엇때문에.... 가족애에 굶주렸던 '살인기계' 11개월 동안 무려 20여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 부유층 노인과 일가족은 물론 전화방 도우미-노점상-출장 마사지사 등 자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 노인-부녀자를 무자비하게 살해했다는 점, 기존의 살인사건처럼 금품을 노리거나 개인적 원한 때문이 아니라 일방적인 이혼과 재혼 실패에 따른 여성과 부유층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이 동기였다는 점에서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이같은 범죄가 또다시 일어날 경우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특히 이번 범행이 피해자의 사체를 무려 15~18개 부분으로 토막내고 양손의 지문을 칼로 도려내기도 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의 강도는 더했다. 이러한 엽기적인 살인행각의 동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연쇄살인범이 되기 전까지 유영철의 삶은 지난했다. 그는 서울에서 노동일을 하는 부모 사이에 3남 1녀 중 3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정신분열성 간질환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가 14살 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형과 함께 자신도 같은 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1993~1995년에는 간질증세로 국립서울병원에서 치료받기도 했다. 또 지난 7월 14일 연쇄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힌 상황에서도 3차례나 거품을 무는 등 심한 간질증세를 보였다.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시 '사진 속의 사랑'은 애틋한 가족애에 굶주린 유영철의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엔 "온 가족이 모였던 순간이었습니다. 모처럼 많은 대화 나누며 웃을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너무나 행복해 그순간을 사진 속에 담았습니다. 오랜 시간 흘러 그때의 사진을 다시 꺼냈습니다. 사진 속의 어머니는 가족 모두를 껴안고 계셨습니다. 어머니 품에 자식 모두를 안고 싶어 정말 힘들게도 겨우 모두를 안고 계셨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불우하고 어둡던 집안 분위기, 그리고 가계 병력은 그를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그는 ㄱ공고 2학년을 다니던 중 절도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되어 학업을 중단한 채 떠돌이생활을 한다. 그가 "중학교 때 두 번 측정한 IQ가 140과 148이었다"고 밝힐 정도로 그의 지능지수는 높았다. 그의 좋은 머리는 특수 절도, 성폭력, 더 나아가 완전살인범죄를 위해 이용되고 말았다. 그는 살인혐의로 검거되기 전까지 14차례의 특수절도 및 성폭력 등으로 형사입건됐다. 인생의 3분의 1인 11년을 교도소에서 보낸다. 그의 교도소 생활은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더욱 확대시켜놓았다. 그는 교도소에서 포토샵 기술을 배웠다. 그는 "교도소에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을 땄고 웹디자인 포토샵6.0 사용법을 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재활을 위한 한 방편으로 기술습득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왜냐하면 그가 이미 1997년 5월 안양교도소에 입소할 때도 그같은 수법으로 경찰 신분증을 위조해 잡혔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수감생활도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영철은 전주교도소 수감 중에는 다른 수형자와 싸워 2차례 독방수감 징계를 받는 등 수형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경찰 조사에서 신창원과 같은 교도소에 있으면서 팔씨름과 달리기에서 신창원을 이겼다고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성장기의 불행에 설상가상으로 그의 이혼과 청혼 거절 문제가 보태졌다. 2000년 3월 특수절도 등으로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 2002년 5월께 부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일방적으로 이혼당했다. 당시 아홉 살 난 아이가 있었다. 그 이후 말을 잃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만기 출소 후엔 아무 의욕도 없이 허공만 쳐다보는 등의 증세를 보이는 등 자포자기한 사람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전형적인 대인기피증세였던 셈이다. 지난해 11월께 전화방을 통해 알게 된 김모 여인과 교제하면서 대인기피증은 다소 호전되는 기미를 보였다. 그에게 청혼을 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가졌음직하다. 그러나 그가 '전과자, 자식을 가진 이혼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모 여인은 절교를 선언했다. 이 일을 계기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채 타인을 향한 맹목적인 증오와 적개심을 더욱 키우게 됐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의 엽기적 행각에 대해 "그의 심리적,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자신의 힘든 처지가 모두 세상 탓이란 왜곡된 신념이 범행을 저지르게 만든 동기"라며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소외감,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사회에 더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행 자백의 의문 유씨는 처음에 출장 마사지 여성들의 실종사건과 관련돼 경찰에 체포됐다. 그런데 당초 유씨는 출장마사지 여성 실종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대신 “여자를 납치한 적은 없으나 노인들은 많이 죽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범 혐의를 벗기 위해 살해범이라고 진술한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던 그가 구기동과 혜화동 살해현장 검증에서는 “내가 범인”이라고 했다가 “TV에서 본 내용”이라는 등 진술을 계속 번복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심리적 차원에서 범행을 자백했고, 이 과정에서 추가범행이 밝혀지자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모든 것을 밝혔다고 전했지만 뭔가 석연찮다. 공백기간의 의문 유영철은 부유층 노인 연쇄살인을 마지막으로 저지른 지난해 11월 18일 혜화동 사건 이후, 출장마사지 여성 살해사건을 벌인 3월까지 아무런 범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넉달간의 공백기 동안 유씨가 왜 범행을 중단했는지는 드러난 바 없다. 사건간 연관성 의문 지난해 부유층 노인 연쇄살인과 올해 일어난 출장마사지 여성 살해 사건간의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는 점 또한 의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수감생활 중 부인에게 이혼을 당하자 “가난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채 살았다고 밝혔다. 이어 출장마사지 여성들을 살해한 것은 ‘이혼남·전과자’라는 유씨의 신분때문에 헤어진 김모씨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내에게 이혼당한 후 부유층을 증오하던 유씨가 왜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후 살해대상을 갑자기 출장마사지 여성으로 바꾸었는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그냥’ 살해했다는 노점상과 관련해서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부유층과 여성에 대한 증오심으로 살해를 저질렀다는 유씨는 노점상 살해에 대해서는 “이유는 나중에 말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