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 전도사' '호남 대표성' 자임, 대회 판도가를 듯

광주지역 의원들, 염 의원 물밑 당권경쟁 시동 광주지역 의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열린우리당 지병문 의원실에 모였다. 매주 수요일 광주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열리는 정례모임을 갖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우선 광주지역의 가장 큰 현안으로 대두된 문화중심도시 예산이 국회 예결위에서 쟁점으로 부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최종적인 전략을 숙의했다. 또 호남고속철도의 조기 착공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검토키로 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노무현 대통령의 면담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염동연 의원이었다. 화제는 자연스레 염 의원에게 옮겨갔고, 이들은 한결같이 전날 '나라종금'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염 의원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염 의원도 감사의 표시로 답했다. 이때 모 의원이 내년 3월에 개최될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얘기를 꺼냈다. 광주전남의 대표성을 가진 인사가 전당대회에 출마해 지도부로 진출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호남의 소외'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고, 각종 지역현안 사업 해결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히 시선은 염 의원에게 모아졌고, 염 의원은 비장한 모습으로 지긋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의원들은 내년 전당대회에 광주전남 지역 대표성 인사를 지도부로 진출시키는 '거사'에 가담하기로 의기투합하는 손을 굳게 잡았다. ◆각 계파간 치열한 물밑 경쟁 돌입속 '염 역할' 주목 다음날 염 의원은 모 언론과의 통화에서 "당 의장은 아니지만, 지도부에는 들어가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다"며 사실상 전당대회에서의 출마를 선언했다. "당에 들어가면 균형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천·신·정' 당권파와의 제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저와 유시민 의원, 명계남씨 같은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중간지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 정권의 지지도 하락에 대해 "총선 이후 우리당이 경제와 민생을 챙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렇다할 새로운 처방을 내놓지 못했고 경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여권의 지지세력인 합리적 보수세력과 개혁진보세력 중에서 합리적 보수세력이 당을 떠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선언에 따른 출마의 변이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내에서 이미 물밑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각 계파 수장들에 대한 공개적인 포문이기도 했다. 실제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당권을 향한 각 계파의 물밑경쟁이 수면 아래에서 위로 서서히 부상할 기미를 보이며 경쟁이 본격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전국에서 구성될 지역당원협의회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막이 올랐고, 내주 정기국회가 폐회되면 더욱 가속도가 붙은 전망이다. 현재 우리당의 구도는 노사모, 국민의 힘 등 당 외곽 친노 진영과 당권파 일부가 합세해 결성한 '국민참여연대'(국참연)가 급속히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야파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밑바닥까지 파고들고 있어 결국 이들 두 세력이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국면이다. 따라서 이들 양대 세력의 수장인 당권파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재야파의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이들 장관들이 현재 내각에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힘의 공백이 빚어지고 있고, 자신들이 노 대통령의 재가 없이 전격적으로 내각에서 사퇴하고 당권에 참여할 수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장관은 최근 '연기금 파문'으로 이미지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던 터라 더욱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고, 정 장관도 '6자 회담'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산적한 현안이 많을 뿐만 아니라 내각에서 사퇴하면 당장 원외로 전략한다는 점도 보폭을 줄어들게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그동안 자신을 옭매이게 했던 '나라종금' 사건을 보란 듯이 훌훌 털어버린 염 의원이 마침내 현 정권의 창출 기반인 '호남 대표성'을 자임하며, 전당대회에서의 '노심 전도사'를 무기로 다시 무대 전면에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첫 작품 '월요회' 결성하고 '민주당과 연대' 추진 열린우리당 내의 전 민주당 당료와 장·차관 출신 의원 32명이 '월요회'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지난 주 월요날 첫 공식 회동을 했다. 월요회는 모임에서 조직구성과 활동방향 등을 논의한 뒤, 회장에 대선경선본부 사무총장과 대통령후보 정무특보를 지낸 염 의원을 만장일치로 추대하기에 이른다. 이 모임에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기지역 특보를 지낸 박기춘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직능위원장 출신인 김기석 의원, 김영배 전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보좌관을 지낸 김낙순 의원, 민주당 부산지부장출신인 윤원호 의원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모두들 민주당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사들로 구성되었다. 여권과 민주당과의 화해가 추진되고 있는 마당이기에 더욱 관심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염 의원은 '민주당과 합당을 대비한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일부 분석에 대해 "합당을 추진하는 모임은 절대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항상 민주당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져야 하고, 나중에 때가 오면 앞장 설 필요는 있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겼다. 그래서 일까. 요즈음 여권과 민주당과 관계가 예사롭지 않은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선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만도 두가지다. 하나는 민주당이 여권에 그토록 요구했던 대선 빚을 "정치 도의상 맞다"며 열린우리당이 돌연 태도를 바꿔 빚을 변제키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한없이 치켜세우며 "김 전대통령 덕분에 외국에 다니면서 대접을 잘 받는다"며 DJ의 후광을 거론한 것이다.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DJ는 건대 특강에서 "노 대통령이 남북문제에 대해 상당히 열심히, 슬기롭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이 단순히 의례적인 답례로는 보기 어려운 것이다. 염 의원도 최근 "민주당과는 뿌리가 같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한번 한솥밥을 먹을 것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여권내 광주전남의 대표성을 가진 인사가 염 의원이라고 볼 때, 같이 지지 기반이 겹치는 민주당과의 연대 등의 가교 역할은 염 의원의 몫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 아직도 넘어야 할 '산' 많은 듯 지난 2월초 총선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 염 의원은 당시 청와대 문재인 정무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당시 총선 불출마 쪽으로 거취를 정한 이들 외에 강금실 법무부 장관, 이창동 문광부 장관 등 소위 '4인방'을 향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그는 "대통령의 가는 길이 옳지 않으면 보따리를 싸고 나가든지, 옳다면 대통령에게 힘이 돼주기 위해 총선에 나와야 한다"면서 "왕수석 노릇하니까 계속하고 싶은 것인가. 또한 사람은 대서방이나 하고"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문 수석은 정무수석 자리에서만큼은 물러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정 인사수석도 염 의원과는 같은 지역 출신이지만 한동안 서먹한 사이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후부터 염 의원이 비록 광주에서 총선에 승리해 화려하게 등원했지만, 보이지 않는 견제세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염 의원이 지난 노 대통령 경선 캠프를 가동할 때 자신의 밑에서 고생했던 조직들을 아직도 별로 챙기지 못한 것은 그 만큼 견제의 손길이 많았다는 단적인 증거라는 것이다. 때문에 내년초 염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노심의 전도사'로 혹은 '호남의 대표성'으로 '균형추' 역할을 자임하며, 전당대회에서의 '모종의 역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결국 이처럼 염 의원의 '화려한 용트림'은 모든 것이 이제부터 그의 세심한 정치력에 달려있다는 게 지금 정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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