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NO)개런티’로 홍상수 감독과 ‘작업’한 덕에 진정한 연기자 된 기분

영화 초점은 여자들의 관계와 사랑에 맞춰져 있다. 국선 화가 김성남은 파리로 도피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슬픔과 자괴감에 빠지던 중 젊은 미술학도 유정을 알게 된다. 박은혜의 촬영 대부분은 파리에서 이뤄졌다. 이를 위해 그는 프랑스어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번 영화는 박은혜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오! 수정’ 때 처음 캐스팅 미팅을 가졌었다. 그러나 영화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해변의 여인’까지 세 번이나 홍상수 감독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지만 매번 함께 작업을 하는데 실패했다.

‘4수’ 끝에 홍상수 감독과 작업

그런 그의 노력에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 박은혜와 홍상수 감독의 네 번째 만남인 ‘밤과 낮’에서 그의 소원은 이뤄졌다.
박은혜는 “그동안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출연한 연기자들이 모두 제대로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별한 주문 없이 그냥 나에게서 극중 캐릭터를 뽑아낸다는 홍상수 감독의 말에 믿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과 박은혜의 ‘특별하고도 소중한 인연’의 이면에는 조금 더 특이한 사연이 있다. 박은혜가 ‘노(NO)개런티’로 영화 제작에 참여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4수 끝에 홍상수 감독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박은혜는 영화가 투자에 난항을 겪자, ‘노개런티’ 의사를 밝힌 것이다. 홍상수 감독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밤과 낮’이 무사히 촬영을 마치게 되자 희보가 줄을 이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는 영예까지 덩달아 안았다. 박은혜 또한 ‘밤과 낮’의 여자주인공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노개런티 출연 사질이 알려지자 박은혜는 “아직 국내 영화제에도 한 번도 참석해 보지 못했는데, 감독님 덕분에 국제영화제부터 먼저 참석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면서 “홍상수 감독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고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자들이 공감할만한 영화

1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하얏트 호텔에서 ‘밤과 낮’ 시사회 후 가진 공식기자회견에서 홍상수 감독, 배우 김영호와 나란히 앉은 박은혜는 “감독님 영화를 볼 때마다 느꼈던 건 ‘남자는 참 나쁘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도 ‘남자는 나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은혜는 “사실 ‘밤과낮’을 보면 남성 관객들은 후자를 생각할 거라 예상했는데 영화 본 몇 분에게 물어보니 여자에게 잘못했다는 생각보다 그 남자를 이해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말 이 영화 속 남자는 나쁜 남자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은혜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이 하루에 조금씩 유정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줬다”며 “영화가 끝날 때쯤 되니 ‘내가 정말 유정이라는 사람으로 파리에서 한 달을 살았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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