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의 어른은 진정 어디 있나?

미국의 저명한 언론매체 워싱턴포스트지는 14일 한국인들은 지금 14세기에 제작된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된 것과 관련, “한국의 영혼이 무너져 내렸다”는 일부 한국 언론 보도와 함께 한국 사회는 어이없는 슬픔과 분노, 비난으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애도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포스트지는 숭례문 잔해 앞에서 분노와 슬픔을 표시하는 시민들, 불길에 사로잡혀 어이없이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 사진들도 게재했다. 숭례문 전소가 국제적인 이슈로 망신살을 뻗치고 있는 가운데 기를 막히게 하는 폭행 사건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수원중부경찰서는 15일 폭력을 휘두른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아무개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아무개 씨는 지난 14일 오후 8시30분쯤 수원시 팔달구 길가에서 웃고 지나가는 행인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라 국보 1호가 불에 타 소실된 이때 어떻게 웃고 다닐 수 있냐며 싸우다 서로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되돌이킬 방법이 없는 숭례문 전소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분노가 무관한 사람에게 폭행을 행사하게끔 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5일 국보1호 숭례문에 불을 질러 전소시킨 혐의로 채 모 씨를 구속했다. 용의자 채 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 일체를 시인한 것으로 언론은 전하고 있다. 채 씨는 지난 10일 오후 8시45분쯤 숭례문 2층 누각에 시너를 뿌리고 방화, 건물 전체를 잿더미로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시민들을 허탈케 하는 것은 채 씨의 범행 동기다. 채 씨는 보상 문제로 억울한 마음이 들어 한국의 혼을 상징하는 국보 1호를 불태웠다고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채 씨의 나이는 70세다.

보상 문제로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모르지만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덕담을 해줄 나이에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을 저지른 채 씨의 삶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옴은 필자 하나뿐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 분노를 푸는 방식으로 노인네가 방화를 선택했다는 점, 그것도 한 나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보1호에 불을 지를 생각을 했고, 실제로 행했다는 점에서 채 씨는 나이만 먹었을 뿐 도저히 이 사회의 어른은 진정 어디 있느냐 하는 통렬한 자성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짜증도 나고 화가 나서 남과 다투기도 하는 법이다. 또한 자신의 진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고, 괜한 오해도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이란 본시 간악한 존재라서 자신의 이익-그것이 경제적이든 정서적이든 간에-앞에서는 체면이고 도덕이고 다 내팽개치며 희희낙락하는 몹쓸 존재라 하더라도 어떻게 연세가 칠순인 인간이 온 국민이 사랑하고 아끼는 국보1호를 개인적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 태연히 태워버리는 짓을 저지를 수 있느냐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나이만 꼬박꼬박 먹는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월과 더불어 죽음에 다가가는 삶과 죽음의 필연성 속에서 어른이라 하는 치들이 분노 하나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이 사회의 희망은 없는 것이다. 모름지기 너나없이 각성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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