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다 내고 계약했는데 나가라고?”

▲ 불법임차인이 된 조원샤르망 아파트의 입주자들은 현재 농협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진행하고 있다.
제대로 보증금을 낸 임차계약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도 못하고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 이와 비슷한 일이 경기도 수원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의 진원지는 바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조원샤르망 주상복합아파트. 이곳의 입주민 26세대는 보증금 회수는커녕 거리로 나앉아야 할 판이다. 농협, KB부동산신탁 등의 업체에 맞서 법정공방까지 치루는 입주민들의 사연을 <시사신문>이 좆아봤다.

입주민 “왜 돈 같이 내고 일부세대만 우선순위 사후 동의서 받나”
농협 “채권관계 확인안한 피해자 잘못, 우리가 보상해줄 이유 없다”

경기도 수원시 조원샤르망 주상복합아파트(이하 조원샤르망)의 입주민들이 농협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임차인 권리를 두고 조원샤르망의 주 채권자인 농협과 첨예한 대립을 반복하는 이들은 조원샤르망 입주자 26세대다. 2006년부터 2007년 조원샤르망에 입주한 이들은 현재 그 계약이 인정받지 못해 채권단으로부터 불법임차인으로 취급 받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거리로 내앉게 생긴 것이다.

졸지에 불법계약자 된 입주자

조원샤르망은 H&U엔터프라이즈(이하 H&U)기 시행한 건설사 한국도시개발의 아파트 브랜드다. 이 아파트가 분양이 시작된 것은 2006년 6월. 당시 입주민들은 계약할 당시에도 수상하거나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입주민들과 계약을 한 주체는 시행사인 H&U다. 당시 H&U는 PF대출(프로젝트파이넨싱)을 갚지 못해 조원샤르망이 채권단과 계약한 KB부동산신탁의 관리 하에 놓여있었다. 때문에 이들은 계약 보증금에 대한 우선순위동의서(사후동의서)를 계약 14일 후 발부해 주기로 약속을 했다. 우선순위동의서란 임차보증금에 대해 우선순위로 보장을 해준다는 채권단의 동의서다.

물론 입주민들이 H&U의 구두 약속만을 믿고 계약한 것은 아니다. 당시 사후 동의서가 발부된 7세대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도 곧 발부 되리라 굳게 믿고 계약할 수 있었던 것.

피해 입주자들은 “계약 당시 다른 세대들의 사후동의서를 봤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리라 의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후동의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일년이 지나서도 계약하는 세대만 늘어날 뿐이었다. 동의서를 발급하는 것은 채권단이다.

H&U와 KB부동산신탁이 맺은 신탁원부 특약조항 8조에 따르면 ‘우선순위권자의 전원 동의 없이는 임대차계약을 할 수 없다’고 명시 돼 있다. 입주민들이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현재 KB부동산신탁과 농협 등은 채권단의 동의서가 발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H&U와의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행사인 H&U는 사실상 잠적한 상황. 임금체불로 사무실도 와해되고 연락도 두절 된 상황이다.

▲ 농협 중앙회.
주 채권자인 농협 관계자는 “우리에게 임차보증금이 들어와야 동의서를 쓸 수 있는데 전혀 전달받은 바 없다”며 “H&U가 임차보증금을 받은 것은 농협 자금관리계좌가 아닌 전혀 다른 계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임차계약에 쓰였던 계좌는 농협의 대치동지점 법인계좌였다. 같은 농협이지만 농협의 자금관리계좌(삼성지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들어온 돈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농협이 타지점의 법인계좌까지 추적, 감시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이런 농협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H&U의 법인통장으로 입금된 입주민들의 보증금은 회사 운용자금 및 대출 이자로 빠져나갔다는 것. 한 입주피해자는 “그런데도 농협 측은 해당 법인통장의 존재를 모를 수 있느냐”며 성토했다.

H&U통장 사본에 따르면 당시 입주피해자들의 보증금은 금융기관의 대출이자 및 하도급 비용, 회사 운용비용으로 소모됐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 채권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실제 피해자들은 사후동의서가 발급된 세대들을 확인하고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채권단으로부터 발급된 7세대의 사후동의서는 피해를 확산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동의서도 적잖은 문제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신탁원부 제10조 2항에는 ’임대차보증금은 수탁자에게 입금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수탁자란 KB부동산신탁을 의미하는데, 임차계약을 채결하기 위해서는 KB부동산신탁으로 보증금이 입금돼야만 계약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현재까지 계약과 관련돼서 우리 측으로 입금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절차상 잘못된 부분이지만 채권단인 농협이 동의서를 내주겠다고 말하는데, 입장상 거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즉, 농협은 7세대에 한해서는 계약마저 위반하면서 동의서를 발부해준 셈이 된다.
그렇다면 왜 7세대 동의서를 발부해 준 것일까. 농협에 따르면 “7세대는 동의서를 발부해 주더라도 채권확보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손해를 볼 수 없으니 모두 다 발부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세대로부터도 보증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H&U가 추가 담보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 또한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H&U는 자금사정 악화로 총체적 부실에 시달렸다.

시공사인 한국도시개발에도 22억여원의 자금이 미납됐으며 각종 금융기관의 채무를 떠안고, 토지와 건물도 신탁관리를 통해 공매에 넘겨질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맡길 수 있었던 추가 담보에 대해서 농협 관계자는 “소송 결과에 따를 뿐”이라며 함구했다.

결국 해결은 법정 공방에서

상황이 이러니 피해 입주민들의 불만이 증폭 될 수밖에 없다. 애당초 사후동의서도 일괄적으로 발부된 것이 아니라 2006년 6월, 8월 그리고 지난해 1월로 나뉘어 나왔다. 특히 임차인들의 재촉에도 내줄 수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하던 중 지난해 1월에 새로 7번째 사후동의서가 발급돼, 농협의 주장이 일관성 없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입주민들은 해당 세대를 공매에 넘기려는 채권단에 맞서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신청을 받아내 지난해 6월 수원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립권 소송을 통해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확정짓겠다는 계획이다. 7세대의 계약이 정당했다면 남은 세대의 계약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현재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현재 조원샤르망의 이런 상황은 각지 행정기관의 민원으로 접수되며 당분간 논란을 불러올 예정이다. 이들 사건은 현재 잠적한 H&U로 비롯됐지만 남은 입주자들과 농협의 숙제로 남아있게 됐다. 집을 둘러싼 농협 등의 채권단과 입주민들의 분쟁. 재판이 계류되며 그 향방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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