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몰이 나선 손학규 총선 프로젝트 비밀

▲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거대야당 탄생의 주춧돌이 될 4·9총선을 앞두고 ‘친정’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인을 겨냥하고 있다.
“차디찬 시베리아 벌판으로 가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이제 대통합민주신당 수장 자리에 앉아 친정을 주시하고 있다. 4·9총선 시나리오와 범여권에서 야당으로의 변모가 모두 한나라당을 노리고 있는 것. 손 대표는 ‘품격있는 야당’을 표방하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정부조직개편안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적극적인 협조와 견제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드러낸 것이다. 손 대표는 이와 함께 한나라당 이상의 공천 쇄신으로 4·9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며 전국 순회에 나섰다. 10년 야당을 마치고 여당으로 돌아서며 진통을 겪고 있는 친정을 겨냥, 최고의 효과를 거둬내겠다는 계산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변화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손학규 대표가 4·9총선 승리와 거대야당으로의 성공적 연착륙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명박과 기 싸움…기세꺾기

손 대표가 총선에 앞서 추진한 것은 민주당과의 합당이었다. 양 당은 합당을 선언했고 ‘통합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는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에서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과 함께 민주당의 정통성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가시적인 효과를 이룰 수 없다는 데 정치권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손 대표는 기 싸움, 쇄신, 출마 등 3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기 싸움’은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한 것이다. 신당은 조직개편안 협상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이 당선인측의 책임을 물었다. 신당측 유인태 국회 행자위원장과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심야회동을 통해 협상을 마무리해가던 것을 이 당선인이 난색을 표했다는 점 때문에 무위로 돌렸다는 것을 꼬집고 나선 것이다.

손 대표는 “품격있는 정치, 품격있는 야당이 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에 적극 협력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단호한 야당,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야당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정부개혁안이 확정됐다는)신문을 보고 정말로 경악과 슬픔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게 정치를 하자는 건지, 이게 야당을 대하는 신정부의 자세인가”라고 거침없는 비판을 날렸다.

우상호 신당 대변인도 “한나라당 협상 대표가 밤늦게 전화를 걸어 ‘절충안은 없었던 일로 하자’며 입장을 번복했다”며 “일간지에 내각 내정자 명단을 흘려 사실상 발표한 점, 지금까지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야당을 압박한 점, 협상안조차 휴지조각으로 만든 과정의 주책임이 이 당선인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강력히 항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편안 협의가 늦어지면 이 당선인는 ‘반쪽자리 정부’를 손 대표는 총선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손 대표로서는 한나라당과 이 당선인에 대한 날 세우기가 신야권에서 입지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협력과 견제의 선이 분명하다는 것을 강조, ‘품격있는 야당’ 탄생의 기치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손 대표의 강경한 행보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쇄신 바람으로 새 피 수혈하라”

손학규 대표는 신당을 맡으며 쇄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의 체제를 뒷받침할 최고위원 구성은 계파와 지역을 따진 철저한 배분으로 화합을 이루려 했지만 공천쇄신에 대해서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최고위원 인선은 ‘내부적 화합과 힘의 결집이 이뤄져야만 강력한 야당의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당내 각 그룹의 동의 속에서 쇄신이 진행돼야 쇄신이 힘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

손 대표가 마련한 무대 위에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손 대표와 같은 ‘코드’로 쇄신을 진행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 뜻’이 기준”이라며 “(물갈이 폭이) 30%가 될 수도 있고 50%가 될 수도 있고 10%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쇄신의 정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기준이 정해진 이상 예외는 없다”고 못 박고 공천 심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당헌·당규의 변경을 요구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막강야당 탄생 작전 ‘피 바꾸고 민심 쥐어라’
“국정 적극 협조하되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단호한 여당될 것”


손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가 공심위 결정을 원안 그대로 인준·의결하도록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그리고 이견이 있을 경우 최고위가 재심을 요구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단서 조항 두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은 박 위원장의 거침없는 쇄신 칼바람에 손 대표의 의지가 배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비리 연루자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다 보면 후폭풍이 거세게 불 것이지만 한나라당보다 덜한 수준의 쇄신으로는 국민들에게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했다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당에서 야당으로 거듭나면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쇄신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당 내 반발을 해소하며 어느 정도까지 새 피를 수혈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당 지도부의 역량과 당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위해 맨발로 뛴다

통합민주당은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 외에도 한나라당을 견제할 수 있는 거대 야당의 모습을 갖추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손 대표는 이를 위해 민심탐방에 나섰다. 그가 처음 찾은 곳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 ‘전국 정당화’를 목표로 삼은 손 대표는 “그동안 호남이라는 특정지역의 틀을 벗어나 전국정당으로 가기 위한 것으로 대구는 우리 정치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시이기 때문”이라며 대구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더욱 고착화되고 있는 ‘호남당’의 이미지를 벗겠다는 의지다.

그는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는 전국 정당으로서의 의지를 보이겠다”며 통합민주당은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당이 아닌, 중도개혁정책노선을 표방하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전국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4월 총선에서 강력한 견제야당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은 손 대표의 민심 행보 뿐 아니라 그의 총선 출마가 이뤄질 경우 신당의 수도권 입지 다지기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손 대표는 “지금은 당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때”라며 확답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보다는 지역구 출마가 더 유력시 되고 있다. 당의 추진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당 대표가 어려운 싸움의 선두에 선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등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손 대표를 압박한다.

때문에 당 내·외에서는 손 대표의 수원 출마설이 나도는가 하면 경기지사 시절 치적인 LG필립스 공장 유치 현장인 경기 파주, 옛 지역구인 광명을 등이 출마 가능지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손 대표가 최근 거처를 옮긴 서울 중구 출마설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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