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캐스팅보드 박근혜 승부수 셋

공천 갈등으로 당 내 파열음을 냈던 것도 잠시, 공천 갈등이 진정국면에 들어서자 한나라당은 공천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천희망자 접수를 끝마친데 이어 면접을 통해 옥석을 가리기 시작한 것.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자신하는 총선 200석 확보 중 50여 석의 행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4·9 총선 캐스팅보드로 주목받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최근 공천과 관련한 발언을 삼가고 있다. 이미 당 지도부에 공천을 맡겼기 때문. 그러나 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그의 앞날을 점치고 있다

한나라당 남아 재기 노려?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크게 세 갈래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첫 번째는 한나라당에서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공천 승리가 곧 차기 대권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당 공천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당의 내홍까지 부르는 공천 갈등은 결국 박 전 대표측을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당 지도부가 공정 공천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천에 대한 불만을 계속해서 제기한다는 것은 당에 대한 반기임과 동시에 불란을 조장한다는 분위기를 준 것.

잔류나 탈당이냐를 결정해야할 순간 박 전 대표는 당 지도부에 공천에 대한 공을 넘겼다. “당 발전이나 정치 발전을 위해 당 대표가 공정하게 하리라 믿고, 당 대표께 맡기기로 했다”며 강재섭 대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인 것. 당은 친이·친박 의원들의 혈투에 “공정한 공천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이를 수용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선택은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집을 피우기보다는 당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를 더욱 큰 존재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로서도 섣부른 탈당으로 분당사태를 야기, 자신에게 책임이 몰릴 수 있다는 위험 여지를 남기는 것 보다 당에서 새로운 입지를 다지고 이를 통해 차기 대권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도약의 기회를 노리거나 그가 흔들릴 때 당에서의 영향력을 줄여 전면으로 나설 수도 있다는 것. 박 전 대표가 노리는 차기 대권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어 선택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공천 결과 다르면 ‘집단행동’ 불사?

그러나 총선은 여전히 친박의 발목을 잡는 위험 요소다. 친이·친박 의원에 대한 대우는 당 공천신청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친이측 인사들은 당내 단독공천을 통해 공천전에 대한 부담을 줄였지만 친박 인사의 지역구는 몰려드는 도전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는 “원칙이라는 것은 정해지면 누구에게나 공평히 적용받는 것이고, 그래야 공정한 공천이지 않겠느냐”며 엄격한 공천 기준이 친이와 친박 의원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사진3} 공천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친박 의원들의 집단행동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공천 갈등 과정에서 터져나온 친박 의원들의 ‘결단’ 즉, 탈당을 시사한 발언 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부르고 있다.

친박 의원들은 공천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자 “신뢰가 지켜지지 않으면 행동을 통일 할 것”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두 분의 신뢰관계가 주위사람들로 인해 훼손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 라는 것이 저희들의 결론이다”며 “만약 두 분간의 신뢰관계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판단이 되면 행동은 통일하기로 결론내렸다”고 밝히며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의 공천 밀약을 강조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러나 “한나라당 살생부 명단 이야기나 친이의 친박 죽이기 작전이 친박의원들의 지나친 우려에서 나온 것만은 아닐 것”이라며 “공천과 관련, 부패전력자에 대한 공천배제를 규정한 한나라당 당규 3조2항에서 느껴지는 것은 분명 당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친박 의원들의 거취는 불안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선진당 물밑도움, 만약을 위한 ‘보험’?

박 전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노림수는 자유선진당과의 물밑연계전이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당을 뛰쳐나가지 않더라도 그의 의지를 받은 이들이 자유선진당에서 뜻을 펼칠 수 있다는 것. 혹은 총선에서 은연중 자유선진당을 밀어주고 이후 자유선진당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도 가능하다.

박 전 대표와 친박으로서는 총선 직전 자리를 옮긴 ‘정치 철새’가 되느니 시간과 정성을 들여 비난여론이 미치지 않을 시점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자유선진당으로써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박 전 대표측이 자유선진당으로 옮겨온다면 당이 세 확장을 이룰 수 있을뿐더러 보수진영에서의 입지도 한 층 올라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는 것.

이러한 관측은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 200여 명이 한나라당을 탈당,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에 입당하면서 더욱 거세게 터져나오고 있다.

이용휘 전 박근혜캠프 사이버문화위원장을 비롯해 정두형 전 한나라당 은평갑 지구당 부위원장, 덕인스님 전 박근혜캠프 사이버문화위원회 고문 등 지난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지지를 선언했던 인사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도덕적 결함 및 그간의 족적에 비추어 그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뛸 수 없었지만 박 전 대표님의 숭고한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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