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특혜채용’ 의혹 선관위 간부 11명까지 늘어
노태악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
김기현 “자체 조사가 아니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할 것”
與 “대국민사과와 사퇴 입장 표명이어야”

1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창설 60주년 기념식에서 노태악 위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창설 60주년 기념식에서 노태악 위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노태악 선관위원장에게 거취를 요구하는 여당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등 정치권 주요 이슈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 늘어가는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규모…노태악 “국민께 송구”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지난 10일 처음으로 언론 보도된 이후 한 달도 안 돼 혐의 사례가 추가로 계속 나오면서 22대 총선을 11개월 앞둔 정치권에도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5일 박찬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음에도 상황이 수습되기는커녕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사례가 10건을 넘어가면서 그간 선관위를 이끌어온 노태악 위원장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선관위는 5급 이상 간부 전원을 대상으로 자녀 채용 의혹 전수조사에 들어갔는데,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김세환 전 사무총장, 윤재현 전 세종 선관위 상임위원, 김정규 경남 선관위 총무과장 등 기존에 확인된 사례 외에도 4·5급 직원 자녀의 경력 채용 사례가 5건 이상 나오는 등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송 차장의 자녀는 채용 계획 단계부터 이미 내정됐다는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되기도 했는데, 30일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실에 따르면 충북 선관위의 ‘2018년도 경력경쟁채용 시험 실시 계획’ 내부문건엔 송 차장 자녀의 인적사항이 기재돼 있었는데, 송 차장 자녀와 같은 비다수인 대상 채용 방식으로 뽑은 다른 지역 선관위 사례를 봐도 응시 대상자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아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특정인의, 특정인을 위한 채용 계획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2015년 전북선관위, 2016년 울산선관위 비다수인 채용 계획 문건에는 채용 인원과 절차 등 내용은 송 차장 자녀가 뽑힌 충북선관위 문건과 다르지 않지만 응시 대상자의 인적 사항은 기재돼 있지 않은데, 더구나 ‘충남’ 지자체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송 차장 자녀가 채용 공고 없이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추천 등을 받아 채용하는 방식인 비다수인 채용 대상으로 2018년 ‘충북’ 선관위에 경력 채용됐다는 점 역시 논란을 피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선지 노 위원장은 30일 오전 긴급 위원회의 참석차 선관위 과천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는데, ‘그간 의혹 제기에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그런 이유는 없다. 주목하고 있고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與 “선관위 조사 누가 믿나. 수사 필요해…盧, 사퇴 입장 표명해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하지만 이미 일부 시민단체는 송 차장이나 박 총장 자녀 관련 선관위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기관에 고발한 상황이고 여당에서도 선관위 자체 조사로 끝낼 게 아니라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정책해커톤 ‘청년ON다’ 공개오디션 축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칫하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것일 수도 있다. 선관위 내부의 자체 조사가 아니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할 것이라 보고 동시에 사무총장, 사무차장 정도 수준이 아니라 환골탈태하는 형태의 대대적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김 대표는 현재 선관위에서 진행 중인 자체 조사에 대해서도 “5급 이상으로 한정해서 일부만 조사했다는데 또 추가로 5명이 나온 것은, 전 직원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해야 될 것 같다”며 “국민들에 대해 공정이라고 하는 잣대를 가지고 늘 심판하는 입장에 있는 선관위가 무소불위의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면서 이렇게 내부적으로 곪았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또 박 정책위의장 역시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이 지난 25일 전격 사퇴했으나 본인들만 사퇴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셀프 결재한 선관위가 셀프 감사로 진상을 밝히겠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고 선관위는 외부감사에 응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 촉구, 검찰 수사 의뢰 등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 누군가에겐 기회조차 없었다는 얘긴데 더 이상 아빠찬스로 우리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정책적 개선책도 마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정책위의장은 노 위원장을 겨냥 “헌법기관이란 이유로 그동안 선관위가 얼마나 견제 없이, 감시 없이 엉망진창으로 일해왔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썩을 대로 썩은 선관위 조직에 개혁의 칼날을 들이댈 용기와 배짱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도리”라고 거취 압박까지 가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위원장은 ‘여권의 선관위원장 책임론과 사퇴 촉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송구스럽고 위원회 입장을 내일 밝히겠다”며 거취 관련한 즉답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선관위가 내일 자체 감사 결과발표와 함께 노 위원장이 입장을 발표한다고 하는데 지금 국민께선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선관위의 말과 행동 그 어느 것도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문제가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큰소릴 떵떵 치던 사무총장의 말이 무색하게 불과 며칠 사이 특혜 채용 의혹은 추가로 4명이 더 드러났고, 자체 조사를 고집하며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이 사퇴 의사까지 밝히고 나서도 또다시 5명이 늘었다”며 “지금 선관위는 제대로 설 수 없는 지경에 놓여있음을 잊지 말라. 내일의 입장 발표는 오직 노 위원장의 대국민사과와 사퇴 입장 표명이어야 한다”고 노 위원장을 압박했다.

심지어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 대법관 겸 선관위원장은 내가 존경하는 고향 후배”라고 밝히면서도 “선관위 인사부정 사건을 보니 관리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냥 깔끔하게 사건 전모를 밝힌 후 물러나라. 그게 그동안 보인 모습으로 보아 올바른 처신”이라고 한 목소리로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아울러 정우택 국회부의장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 위원장의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선관위가 아빠찬스 자녀특혜채용으로 사표 낸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을 의원면직 처리할 예정이라는데 내부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두 사람이 징계 받지 않고 퇴직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제 식구 봐주기 특혜 면직이다. 파면·해임이 아닌 의원면직을 하면 공직 재임용이나 공무원 연금 수령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번 기회로 선관위의 비대한 특권에 대한 대수술은 물론 정치적 중립을 위한 외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먼저 회생불능 지경까지 방치한 선관위원장이 빨리 거취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민주당 측 “與, 총선 앞두고 선관위 장악하려 盧 사퇴 요구”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5일 또다시 시작된 감사원의 특별감사 2주 연장과 관련해  "나올때까지 기간을 연장해서 기우제식 감사를 하는 기관이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5일 또다시 시작된 감사원의 특별감사 2주 연장과 관련해 "나올때까지 기간을 연장해서 기우제식 감사를 하는 기관이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9일 성명서를 통해 “노 위원장은 2022년 5월 17일에 취임했다. 전임 사무총장의 자녀가 채용된 시점은 2022년 1월이고 사무차장의 자녀는 2018년 3월로 현 선관위원장 임기 중 발생한 일이 아닌데도 국민의힘은 무조건 책임을 지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를 장악하려는 정치적 술수로밖에 볼 수 없다. 선관위 인사 장악을 위해 정치공세를 펼치는 것에 대해 민주당 행안위 일동은 강력 규탄한다”고 맞대응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노 위원장의 임기는 5년 더 남아있다. 특히 2020년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장제원 행안위원장이 ‘굉장히 균형 감각이 있는 분’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중립성에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며 “전수조사 후 문제가 있으면 자체 징계 조치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면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력채용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고 주장했는데, 공교롭게도 노 위원장 역시 30일 회의 직후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도적 개선에 관한 것들인데 자세한 내용은 내일 자세히 말하겠다. 제 기본 입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원할 때까지 방안을 고민하고 국민을 또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다만 노 위원장은 ‘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에 대해 이르면 31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할 방침’이란 보도를 묻는 질문엔 “내일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낀 데 반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채용비리 통합신고센터’에서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라면서 내달 1일부터 30일까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공문으로 선관위에 전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선 “(권익위와의 합동 전수조사를) 내부적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상반된 자세를 취했다.

다만 노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내달 27일까지인 자신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조사단 구성과 조사 원칙 확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데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까지 내부적인 의견수렴절차를 거친 바 없다. 국민 관심이 집중된 중요 현안에 관해 위원장 일방에 의한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게 적정한지 의문”이라며 “권익위가 적극 관여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임기 한 달도 남지 않은 위원장이 참여할 공간은 크지 않다”고 온도차를 보여 권익위 조사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또 선관위가 31일에 구체적인 선관위 쇄신 계획을 확정 발표한다지만 노 위원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정치권에 풍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당장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30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고위직들이 불공정 채용으로 자기 자녀들을 공무원으로 만들고 있는데 이 사태를 몰랐든 알았든 선관위원장이 책임지지 않으면 대체 누가 책임져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노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선관위 장악 술수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사에 대해 어떻게 선관위 장악이 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선관위 장악했었나 보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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