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삼엄한 경비망 교묘하게 탈출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사실상 파업이 무산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경찰의 검문검색을 피해 `게릴라식' 시위 등으로 대정부 투쟁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전공노에 따르면 파업 3일째인 17일 직장에 복귀하지 않고 서울에서 산발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은 지도부를 포함해 모두 200명. 이들은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다가 승객이 붐벼 검문검색을 피하기 쉬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지하철역 역사안이나 부근에서 기습적으로 10∼20분 정도 집회를 벌이고 있다. 특히 집회를 한 다음 경찰이 도착하기 전 지하철역으로 숨어 지하철을 타고 뿔뿔이 흩어져 지도부가 시시각각 보내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하고 있다. 전공노는 15일 오후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 역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뒤 경찰이 눈에 띄자 지하철을 타고 긴급히 피신했고 16일 오후에도 3호선 종로3가역 안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전공노 관계자는 "경찰의 검거망을 피하려면 게릴라식 시위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이 어제부터 지하철 수사대까지 동원하는 바람에 `지하철 작전'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전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경찰의 표적이 된 전공노 지도부도 경찰의 검거망을 피하기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전공노 지도부는 영장 발부 뒤에도 집회와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 경찰의 삼엄한 경비망을 무색게 하고 있다. 15일 오전 9시께 한양대에 집결한 지도부는 경찰이 한양대 정문을 비롯해 모든 출구를 봉쇄하고 사복경찰을 교내에 배치해 검거에 나서자 한양대병원에 환자 보호자를 가장해 몸을 숨겼다. 지도부는 한양대 노조의 협조를 받아 구급차를 타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궁리를 한 끝에 인근 중국요리집에 자장면을 주문했다. 전공노 안병순 사무총장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 배달원을 설득해 헬멧과 윗옷, 허리에 차는 전대와 마스크를 빌려 중국집 배달원으로 꾸민 뒤 `철가방'을 오토바이 뒤에 싣고 한양대를 빠져나갔다. 정용해 대변인 등 나머지 지도부와 조합원은 택시 운전사를 가장해 나가려고 했지만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이 삼엄하자 공대 뒤쪽의 가슴높이 담을 넘어 중랑천을 건넜다. 정 대변인은 성동구청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 인근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조합원은 경찰이 철수할 때까지 교내 곳곳에 숨어 있다가 이날 오후 8시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도부는 16일 저녁 사복경찰이 겹겹이 둘러 쌌는데도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물에 재진입,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정 대변인은 "민주노총 건물을 드나드는 방법은 `일급비밀'"이라며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수는 줄어들었지만 마지막 한 명이라도 남아서 민주노총의 26일 총파업투쟁일까지 게릴라식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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