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ㆍ야 정면충돌 예고... 전운 감돌아

경련, 타협안까지 제시했는데 왜... 한나라. 이제는 4대입법 마지노선 정기국회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시기에 열린우리당이 야당과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주춤했던 당초 의도와 구상들을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조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18일 저녁 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표결이라는 방식을 내세워 통과 시키고, 운영위가 최광 국회예산정책처장에 대한 면직동의안도 표결로 처리함에 따라 정국,재계에 다시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 전원찬성 공정거래법 단독 처리 열린우리당이 정기국회 중 처리를 다짐했던 ‘50대법안’ 중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18일 정무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됐다. 정무위는 1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최처장 면직동의안 철회를 주장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에 부쳐, 찬성 11명, 반대 1명으로 가결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11명 전원이 찬성했고, 민주당 이승희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정무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순자산의 25%를 넘어 다른 국내 기업에 출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출자총액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재벌금융사 의결권 제한을 현행 30%에서 오는 2008년까지 15%로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또 기업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위한 금융거래 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을 3년 시한으로 재도입했다. 개정안은 계좌추적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발동 주체를 공정거래위원장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바꾸고, 권한 남용시 형사처벌 등 벌칙조항을 신설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경제4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기업의 투자의욕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개정 공정거래법은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당장 재벌금융사 의결권 제한이 축소됨에 따라 삼성전자 등 주요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비상을 걸게 됐다. 재계, ‘공정거래법은 기업도시하지 말라는 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재계이다. 전경련은 이미 15일 그동안 주장해온 공정거래법 개정안 무효화 입장에서 후퇴한 수정안을 제출한 바 있으나, 이번 정무위에서 통과된 법안에는 전경련의 수정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결국 기업도시 등 경영권 방어에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처지고 있다. 또한, 기업도시의 경우 앞으로 시민단체의 반대여론이 높아져갈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새로 마련된 법안이 기존 정부안보다 불리하게 만들어졌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정부 원안대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통과돼 연내 입법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열심히 기업경영환경에 대해 설득해왔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참여정부 이후 예견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전경련은 18일 삼성전자 LG필립스LCD SK(주)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12개 업체 기업도시 담당 임원회의를 긴급히 열고 국회에서 마련한 기업도시관련 특별법안에 대해 “기대 이하”라며 반발했다. 이들 임원은 의원입법안이 시민단체들의 반대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기존 정부안보다 더 후퇴한 것으로 평가하고, 기업도시특별법이 현행 제도로는 불가능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임원들은 지정제안자와 관련 의원 발의안과 같이 민간기업 단독신청을 없애고, 지자체와 민간기업 공동으로 제안토록할 경우 지자체장이 바뀌면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지자체의 안정위주 사업으로 인해 공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토지수용권의 경우 협의매수비율 50%규정이 지가상승을 초래해 사업시행 초기단계에서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으며, 출자총액제한 예외와 관련해서는 적용대상을 기업도시 기반시설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기업도시 건설에 소요되는 전체금액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전경련 관계자는“회의에 참석한 기업 임원들이 법안대로라면 기업도시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회의 분위기는 매우 격앙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오는 23일 건설교통위원회에 배정돼 법안이 상정되며, 24일 건교위 주최 비공개 공청회와, 25일 법안심사소위를 거친 뒤 26일 최종 법안처리될 예정이다. 전경련은 내주부터는 기업도시 건설을 희망하는 지자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한편 전경련은 18일 정무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통과시키자 ‘경제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정부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공정거래법개정안 국회통과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과 공동명의로 밝힌 이날 발표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과연 공정거래법 개정내용이 우리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개혁인지가 의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발표문은 또 “경제계는 그동안 누차 지적했듯이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이 기업의 투자의욕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것으로 분명히 판단한다”며 “앞으로 경제난국 극복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크게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 국회 본회의 등 입법절차가 남아 있어 완전히 종결된 사안이 아니다”며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3권 분립이 아닌 3권 불(不)립 체제” 한편 한나라당은 "여당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논리로 비난하고 나섰다. 두 안건의 처리를 4대 법안의 전초전 성격으로 파악, 대여전선을 청와대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사안의 본질은 여야의 타협이 아닌 청와대와 정부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의 실세장관들의 밀어붙이기에 여당은 역할을 수행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남 수석부대표는 "이해찬 총리를 비롯해 정동영·김근태 등 실제 장관들이 분위기 이끌고 여당의 내부의 몇몇 의원들이 합리적인 목소리를 억압하고 강경하게 몰고가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여야 타협의 본질은 변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기획위원장은 "17대 국회 위상은 청와대의 일방적인 독주와 음모 아래 초라한 모습"이라며 "3권 분립이 아닌 3권 불(不)립의 일청 독주체제"라고 성토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당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수와 힘만 믿고 단독처리를 강행했다”며 “4대 입법도 밀어붙인다면 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대변인도 회의 브리핑에서 “여당이 합의되지 않은 안건을 처리하려 할 경우엔 몸으로라도 막는다는 각오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해당 상임위에서 4대 입법 처리수순을 밟게 될 내주부터 갈등곡선은 가파르게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4대입법과 기금관리 기본법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란 뜻이다. “지도부가 계속 밀려왔다”는 내부 비판이 거센 점도 한나라당을 강경 대응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당내 분위기는 ‘합의’란 말을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경위야 어찌됐든 공정거래법 개정안 줄다리기에서 짐으로써 4대 입법에 대해선 배수진을 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그렇다고 단상점거 등 무리력으로 무작정 휘두를 수는 없다는 데 한나라당의 고민이 있다. 파행과 충돌이 지속될 경우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내부적으로 단일 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일정 시점에 ‘결사 저지 법안’과 ‘저지하다가 통과를 용인할 법안’, ‘합의 처리해줄 법안’을 분류해 냉정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분리대응 전략으로, 당내엔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법을 반드시 막아야 할 대상으로 꼽는 의견이 다수다. 한나라당의 선택 시기는 내달 초부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열린우리당, “여야 단독처리가 아닌 한나라당 단독퇴장”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국회예산처장 면직동의건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데 대해 "여당 단독처리가 아닌 한나라당 단독퇴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부영 의장은 "오래 전부터 지난 12일까지 공정거래법을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었다"며 "한나라당이 법 개정을 반대하던 경제계에 면목이 없으니까 퇴장해 놓고 여당이 단독처리했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의장은 특히 공정거래법 표결에는 민주당 이승희 의원이 참석했고 최광 예산정책처장의 면직동의안건도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참가해 12대 0으로 가결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의장은 이와 함께 최광 국회예산처장 면직동의안건 처리와 관련해 "특정한 정치적 신념과 소신을 밝히면서 국회 고위직에 있을 수는 없다"며 "다른 국회 직원과 공직자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19일 열린우리당의 문건인 ‘정기국회 중점관리 쟁점법안’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기금관리기본법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공정거래법 △종합부동산세법 △한국투자공사법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 △주택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8개 법안을 중점관리법안으로 정했다. 또 △국가보안법 폐지 및 형법 개정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진실규명화해기본법 등 ‘4대 입법’과, △공직자부패수사처 신설법 △공직자윤리법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 등 7개 개혁법안도 중점관리가 필요한 법안으로 선정됐다. 열린우리당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열리는 ‘법안점검회의’를 상설화해 원내대표단을 중심으로 이들 중점관리 법안의 처리 일정과 전략 등을 집중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법안, 한나라당이 이견을 제기해 집중적인 점검이 필요한 법안 등을 주로 선정했다”며 “이들 15개 중점관리법안을 올해 정기국회 안에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달 초 정기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할 ‘100대 법안’을 선정한 데 이어 지난 12일엔 이를 ‘50대 법안’으로 압축해 발표했으나, ‘15대 중점관리법안’은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이 중점관리법안을 15개로 압축한 것은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집중적인 법제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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