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복씨 “이 총리가 여러 차례 손찌검 했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1995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자신의 형 부동산 등기서류를 잘못 작성했다는 이유로 서울 송파구청 직원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송파구청 특별감사를 지시했다고 월간조선 12월호가 보도했다. 월간조선은 당시 서울 송파구청 재무국장으로 있었던 정태복씨(70) 등 사건 당사자 두 명의 증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1995년 당시 대기업을 다니다 퇴직한 이 총리의 형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7억8000천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비롯됐다고 한다. 송파구청 직원이 이 총리 형의 소유권 이전 등기를 앞두고 토지ㆍ건물가액의 총액을 기재해서 법원에서 등기가 반려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이해찬 당시 부시장은 공무원 네 명을 부시장실로 불렀다고 한다. 정태복씨는 “그날(1995년 12월18일) 오후 1시 반쯤 관련서류를 보여주며 해명을 하려는 순간 이 부시장이 ‘네가 뭔데, 얼마 받아먹으려고 그렇게 지시했어’라며 내게 반말로 고함을 쳐서 ‘이 사람이 왜 이러나’하거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부시장이 ‘잘못했다’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실무 직원에게 책인지 서류인지를 집어던졌고 다가가서 손찌검을 했다”면서 “서울시 감사관이 말리자 ‘이자들 재산등록서류를 가져와’, ‘내일 당장 송파구 특별감사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공무원은 “이 총리가 한 차례가 아니라 여러 차례 손찌검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정태복씨는 “행정 착오가 있었지만 단순한 실수에 불과하다”며 “이 총리가 자기 형의 개인적인 일로 구청 공무원들을 불러 폭언을 하고 뺨을 때린 일은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에선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6월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 당시 이 총리는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서면질의에서 “민통련 간부로 재직하던 재야 시절 잘못된 기사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모 중앙지 취재기자의 뺨을 때린 적이 있느냐”고 묻자 “1987년 재야운동을 할 당시 잘못된 보도에 항의하고 언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답변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다음은 월간조선과 정태복씨의 일문일답이다. -국장인 나를 포함해 담당과장, 계장, 직원이 이 부시장실로 불려갔습니다. 이 부시장의 형이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직금으로 송파구 가락동 근처에 7억8000만원짜리 건물을 구입했지요. 그런데 부동산 등기과정에서 행정적 착오가 있었어요. 그게 문제가 됐습니다. ▲무슨 문제였습니까. -건물(가액)과 토지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관한 것이었지요. 금액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랐습니다. 우리 직원과 이 부시장의 형 측과 견해가 달랐어요. ▲형이 부동산을 구입했는데 왜 이 부시장이 나섭니까. -정무부시장실에서 근무하던 한 비서관이 우리 구청 담당 계장에게 전화를 했어요. “건물을 구입한 사람이 이 부시장의 형이니까 잘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지요. 형이 아마도 동생에게 얘기를 했겠죠. 전화를 받은 계장은 신경을 썼지만 담당직원의 실수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예요. ▲무슨 실수였습니까. -법원 등기소에서 등기를 하는 과정에서 서류가 반려됐어요. 알고 보니 토지가액과 건물가액을 합한 액수가 서로 달랐던 거지요. 계산상의 착오였습니다. 담당과장 전결 사항이었는데 더하기를 잘못 했던 겁니다. 바로 수정조치를 해서 등기가 완료되기는 했습니다. ▲큰 실수였나요. -담당직원이 잘못한 건 맞지요. 그러나 단순한 실수였습니다. ▲그런데 이 부시장실에 왜 갔습니까. -저는 그날 오전에 區의회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담당과장이 “빨리 부시장실로 가자”며 저를 찾아왔어요.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상황을 설명하더군요. “서류를 가져오라”고 한 후 직접 확인해 봤어요. 담당직원의 실수가 한눈에 들어왔고, 납득이 가는 단순한 실수였습니다. 그래서 “나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고 했더니 “(이 부시장이) 국장까지 오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 부시장에게 서류를 보여주며 설명을 하면 충분히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고 곧장 달려갔습니다. ▲이해찬 정무부시장과 송파구청 소속 정선생과는 어떤 관계라고 봐야 할까요. -업무상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요. 저와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법적으로는 서울시가 우리 구청에 대해 감사권을 가지고는 있지요. ▲이 부시장실에 간 게 몇 시였습니까. -오후 1시쯤이었어요. 이 부시장이 부재중이라 부속실에서 한 30분쯤 기다렸더니 그가 들어오더군요. 담당직원을 제외하고 저와 과장, 계장이 부시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차분히 설명하니까 이 부시장이 이해를 하던가요. -가져간 서류를 펴 놓고 설명을 하려던 순간 이 부시장이 갑자기 반말로 제게 “네가 뭔데, 얼마 받아먹으려고 그렇게 지시했어”라며 고함을 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순간적으로 돌변하기에 “이 사람 왜 이러나”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더니 “(서울시) 감사관 오라고 그래” 한 후 “담당직원 어디 갔어”라고 했습니다. ▲부속실에서 대기 중이던 담당직원은 그때 들어왔습니까. -네. 그 직원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고는 “잘못했습니다”라고 했어요. 이 부시장은 제 부하 직원에게 몇 마디 폭언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서울시 감사관이 들어왔습니다. ▲그러고 끝났습니까. -의자에 앉아 있던 이 부시장이 무릎 꿇은 직원을 향해 책인지 서류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뭔가를 집어던졌어요. 그러고는 그에게 다가가 한 차례의 손찌검을 하는 겁니다. 그 순간 감사관이 달려들어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말렸어요. 그런 후 이 부시장은 “이자들 재산등록 서류 가져와” 하더군요. 그런 후 감사관에게 “내일 당장 송파구 특별감사 해”라고 했습니다. 감사관은 “국장만 해당되고 나머지 직원은 직급이 낮아 재산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저는 그 순간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해찬 부시장이 “당장 가져오라”고 해서, 곧장 송파구청에 있던 제 재산등록 서류를 서울시의 다른 직원이 가서 가져왔습니다.(손찌검과 관련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당사자는 “한 차례가 아니라 여러 차례 손찌검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뇌물을 받기 위해 일부러 서류를 조작한 것은 아닙니까. -저는 그 이듬해에 30년이 넘는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는 퇴직을 앞두고 있었어요.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슨 뇌물입니까. 감독 책임이 있는 제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부시장은 저를 도둑놈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속이 아주 상했어요. 당시 그의 나이 40대 중반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리 부시장이라고 하지만 젊은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제 인생이 처량해지더군요. ▲당시 재산은 얼마나 됐습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현재 살고 있는 집 하나뿐이었습니다. 이 부시장은 제 재산등록 서류를 검사처럼 꼼꼼히 보더니 “숨긴 것 없어. 이게 다야?”라고 하더군요. ▲이 부시장실에서 언제 나왔습니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오후 5시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송파구청으로 바로 돌아왔습니까.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후 감사관실에서 경위서를 작성하고 추가로 조사를 받았어요. 그렇게 끝난 시각이 밤 10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9년 전의 일을 어떻게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까.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 제 일기에 그날 일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그런 일은 처음이었으니 기억을 못 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요. ▲특별감사는 어떻게 됐습니까. -감사거리가 안 됐는데 무슨 감사가 있었겠습니까. 그 자리에 있었던 감사관도 “단순한 실수를 가지고 부시장이 난리다”고 했어요. 누가 봐도 단순한 실수를 고의로 몰아넣은데 대해 너무 화가 났어요. ▲부하 직원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고의가 아니고 단순한 실수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묻습니까. 부하 직원이 제게 미안해하며 “사표를 쓰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작은 실수를 가지고 사표 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만류했지요. ▲그 일이 있은 후 이 부시장이 “미안하다”는 뜻을 전달해 오던가요. -사과는 무슨 사과…. ▲이후 이 부시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제가 왜 그 사람 얼굴을 봅니까. 그 일이 있은 후 선거기획단장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당으로 가버렸어요. ▲이 부시장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까.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1998년 그가 교육부 장관이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교육부, 참 잘도 되겠네”라고 혼자 중얼거렸지요. 총리가 된다고 했을 때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총리하나. 나라가 좀 시끄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형 문제로 난리 친 사람이 어떻게 국정을 논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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