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송 전 사장이 쌓은 명성 이종수 사장이 깎고 있다?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의 임기가 후반부로 넘어가고 있다. 이종수 사장은 2006년 4월에 취임한 이후 곧 2주년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는 취임할 때부터 “이지송 전 사장과 다른 경영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지송 전 사장은 현대건설의 부활로 상징되는 인물로 막대한 실적을 쌓은 장본인이다. 이종수 사장은 취임시 예고대로 새로운 경영 성과를 보였을까. 임기까지 1여년 남은 이종수 사장의 경영 성적표를 분석해 봤다. <시사신문>은 세계화 도약, M&A 등을 앞둔 현대건설 실태를 짚어보며 발전적 대안을 모색해 보는 기획 시리즈 ‘현대건설의 명과 암’을 연재한다.

사장 취임 특명 “전임자를 뛰어넘어라” 하지만 결과는 갸우뚱
현장 출신 건설통 이지송 사장과 사무직 출신 이종수 현 사장
지난해 순익 둔화됐지만 취임 이후 전반적 실적 상승 전망 밝아
이지송 전 사장 때는 없던 ‘대형사고’ 짊어진 이유, 항의 잇따라

▲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현대건설. 하지만 화려한 실적에 비해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의 취임 2주년이 목전으로 다가오며 현대건설을 둘러싼 분위기가 분주하다. 매각에 대한 전망이 점차 가시화되는 한편 한반도 대운하 및 정권교체 등의 굵직한 사안을 앞두고 있는 탓이다.

성장세는 다소 꺾이기도

이렇게 각박하게 돌아가는 현대건설의 중심에는 이종수 사장이 있다. 이종수 사장은 2006년 4월 취임한 이후 현대건설을 진두지휘하는 최고경영자(CEO)다. 취임 당시 그의 취임사는 의미심장했다. 이종수 사장은 전임직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현대건설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객관적 지표에서 업계 1위를 해야한다”며 “변화를 통해 수주ㆍ매출ㆍ순익 등은 물론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성에서도 최고 위치를 확보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종수 사장이 “전임 이지송 사장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돼 전과는 분명히 다른 경영을 할 것”이라고 천거한 점이다. 이지송 전 사장은 현대건설의 부활로 상징되는 인물. 그런 그와 다른 경영을 한 이종수 사장의 지난 2년은 어떻게 평가될까.

사실 현대건설은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며 화려하게 재계에 데뷔한 건설사로 손꼽힌다. 2001년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당시 현대건설은 2조9천억원의 적자에 4조4천억원의 부실을 떠안은 자본 잠식 상태였다. 하지만 이를 본격적인 성장궤도 올린 것이 바로 이지송 전 사장이다.

▲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송 전 사장은 2003년 3월에 취임해 2006년 3월까지 현대건설 사장을 역임했다. 부임 첫해인 2003년에는 5조1천5백22억원의 매출, 7백85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04년에는 4조6천4백61억원 매출, 순익 1천7백14억원을 기록하며 창사이래 최대 수익을 경신했다. 현대건설이 본격적인 부활 궤도에 오른 2005년에는 4조2천8백51억원의 매출에 3천2백6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해마다 순익이 두 배 가량 오른 셈이다.

이종수 사장이 부임한 2006년 이후에도 적잖게 성장했다. 부임 첫해에 매출은 5조8백48억원, 3천9백7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2007년 실적도 목표치 5조5천5억원을 달성하고 3천3백억원대 순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하지만 성장세가 꺾이며 지난해 순익은 다소 떨어졌다.

특히 2006년 시공능력평가 3위이던 현대건설은 4위 GS건설에게 지난해 3위를 내어주며 순위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재계 전문가는 “올해 현대건설의 실적은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외수주 성적이 양호한 만큼 당분간 실적은 양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는 이종수 사장이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상위권 건설업체와 경쟁하게 됐지만 이에 밀리지 않고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종수 사장의 수주실적은 이지송 전 사장시절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

특히 금년도 수주액은 12조4천2백59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지난해 9조5천억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물론 이지송 전 사장은 수주 액수보다는 워크아웃 시점에서 많은 수주를 따냈다는 점이 업계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이지송 사장이 사실상 해외 수주의 기반을 닦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해외수주에서 주택 주력으로

▲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
이종수 사장의 취임 이후 가장 두드러졌던 점은 주택시장의 적극적 공략에 있다. 이종수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기존 건축사업본부를 주택영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로 분리, 종전 8개 본부체제에서 9개 본부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주택강화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셈이다. 2006년 9월 현대건설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가 만들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이종수 사장이 총력을 다했던 해외시장 수주와는 얼핏 상반된 노선이다. 사실 이지송 사장은 국내 주택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그가 취임할 당시 현대건설 사정을 고려한다면 건설회사의 사기 진작이나 조직의 힘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공사 수주만한 조치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사장은 취임 이후 '수주극대화'를 강조하며 국내외 수주현장을 두루 챙겼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수주를 정상궤도로 회복시킨 현대건설의 현황상, 여타 경쟁 건설사들과 주택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이종수 사장의 취임 이후 진행된 ‘힐스테이트’ 아파트는 당시 치열한 브랜드 싸움에도 불구하고 점차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인지도 측면에서는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향후 인지도가 아닌 선호도를 확보할 계획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일각에서는 이미 2004년 이지송 사장의 시절부터 현대건설의 차기 아파트 브랜드를 검토했다는 이유에서 사실상 힐스테이트가 이지송 전 사장의 작품이 아니겠느냐는 평가도 내린다.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현대홈타운을 버리고 과감히 새 브랜드를 2004년부터 추진한 것.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은 “당시 거론된 B·I만 7만 종류가 넘었을 정도로 다양한 안건이 상정되고 또 거부됐다”고 회술 한다. 그만큼 신중한 시도가 오늘날 힐스테이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지송 전 사장과 이종수 사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경영스타일이다. 이 두 사람은 현대건설에서 종사하던 업무부터가 적잖은 차이를 갖는다.

두 사장의 경영스타일은 정반대

이지송 전 사장은 현장 출신의 경영인이다. 지난해 서울대 공대가 한국공학한림원과 함께 뽑은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던 그는 현재 경북대학 학장으로 재임 중이다. 그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현대건설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지송 전 사장은 “난 촌놈이라 격식 차리는 건 딱 질색”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할 만큼 호탕한 성격으로 전해졌다. 포도주나 양주보다는 소주와 막걸리를 즐긴다는 그는 현장에 찾아가 족구도 하고 술잔도 기울이며 직원들을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의 신년마다 이뤄지는 이색행사 ‘시루떡 돌리기’도 사실 이지송 전 사장이 만들어 이어져 내려온 경우다. 이른바 ‘직원 기 살리기’다. 특히 30년 현대맨으로 근무해온 이지송 전 사장은 현대맨에 대한 자부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재임 시절 사장실에는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었을 정도.

반면 이종수 사장은 현장이나 수주분야가 아닌 인사·기획 분야에서 일해 왔다. 이지송 전 사장이 현장 출신이라면 이종수 사장은 사무직 출신으로 분류된다. 특히 그는 현대건설 내부에서도 입이 무겁기로 유명한데, 이종수 사장의 결정사항은 그의 최측근도 모를 정도여서 ‘자크’라는 별칭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다소 독선적인 성격이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존재한다.

그는 차분하고 온화한 인품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경영에 있어서도 유한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이 사장 역시 정통 현대맨 출신이지만 이지송 전 사장만큼 현대건설 내의 입지가 넓지 않다는 것이 현대건설 안팎의 평가다. 특히 건설사 특유의 사내문화가 이종수 사장에 와서 실무적이고 간소화되고 있다는 것에 내부의 불만이 있다는 말도 돈다.

현대건설의 비리나 부실공사 등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내부 통제력, 리더십이 거론되는 것도 이 탓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인지 이종수 사장은 추석을 비롯해 지난해 설에도 해외에서 근로자들과 명절을 같이 보내는 등 글로벌 현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총 25개국 3백50여개 현장을 방문했다.

무리한 실적 추구 논란

하지만 이종수 사장의 현대건설이 순탄한 성장을 거듭하는 배경에는 무리한 실적 추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 1월22일 충북민주노총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건설의 산재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건설이 무리한 사업으로 노동자의 잦은 사고를 은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노동부에 보고하거나 산업재해보상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은폐하면서 공사장 안전관리에 치명적인 구멍이 뚫렸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종수 사장 재임기간에 있었던 사고는 결코 적지 않다. 2006년에 사망재해가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히는 것에 이어 지난해 역시 사고투성이었다. 지난해 4월 소록도 육지부 공사현장 상판과 철골구조물이 붕괴돼 부실공사 혐의를 받았고 11월에는 지하철7호선 담합, 로비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힐스테이트 특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슈퍼빌 편법 분양 등 불법, 특혜 등 각종 비리의혹에 연루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충남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증설 공사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6개월간 3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지송 전 사장이 안전, 투명한 현대건설로 이름을 떨쳤다면 이종수 사장이 이를 깎아먹는 격이다. 이지송 전 사장은 재임 당시인 2005년 ‘자정(自淨) 안전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써 왔다. 본부 차원에서 안전점검팀을 만들어 본사의 안전참여도를 높였다는 점도 그의 발상이다. 하지만 그런 이지송 전 사장의 안전 결의대회는 후임 이종수 사장에 와서 무너진 셈이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현장의 사고는 늘 잠재돼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유독 한 건설사에게서 이렇게 많은 사고, 의혹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단순 ‘악재’로 받아드리기 힘들다는 눈치다.





사장 임기 1년을 앞둔 과제

이제 이종수 사장의 임기는 이제 막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당초 선언한대로 업계1위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매각을 앞두고 실적면에서는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종수 사장 앞에 놓인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건설이라는 업종이 안전과 직결된 만큼 사고와 또 이에 대한 방비가 충분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란 것은 나아가 기업 실적에 도움도 안 되고, 이미지도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국내 건설사의 맏형격인 현대건설이 연이은 사고에 시달리는 것은 전문경영인의 근시안 적인 경영 때문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향후 이종수 사장은 이런 오명을 씻어내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매각과 각종 대형 사업을 앞둔 이종수 사장. 취임 마지막 1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현대건설과 이종수 사장의 평가가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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