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 ‘얼굴마담 찾기’ 동분서주

▲ 각 당이 총선 전면에 내세울 ‘얼굴 마담’ 찾기에 분주하다. 신당은 화합구도 속에 민주당·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으며 자유신당은 충청권 의원들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 페이스론’을 통해 쇄신을 보하려는 각 당이 본격적으로 ‘얼굴마담’을 찾기 시작했다. 당의 변혁을 주도할 큰 ‘얼굴마담’이 당 대표라면 이를 뒷받침할 ‘얼굴마담’은 외부인사로 충당하겠다는 것이 각 당의 계산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참여정부의 공과와 거리를 두면서 수도권 기반을 가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대표로 삼았다. 손 대표는 ‘친DJ반盧’ 전술로 신당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인재난에 허덕이고 있던 민주당은 신당과의 통합을 제의, 호남에서의 기반을 가진 중도민주세력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신당과 민주당 통합의 이면에는 DJ가 막후 조율자로 나섰다. 민주노동당도 진통 끝에 심상정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삼아 총선까지 민노당의 선장을 맡겼다. 창조한국당은 인재영입을 통한 세 확장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자유신당도 이회창 전 총재와 비등한 ‘거물급’을 영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각 당이 ‘뉴 페이스’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연륜과 능력을 지녔으면서도 당의 대선패배 책임에서 자유로운 인물들을 선별하기 시작한 것이다.

통합의 새 얼굴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이 가장 먼저 띄우기 시작한 인물은 ‘손학규 대표’다. 손 대표는 참여정부와의 관련이 적다는 점, 대선 과정서 화합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 신당이 취약한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 등으로 대표에 오른 것인만큼 당내 변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급격한 물갈이가 예고됐으나 손 대표와 신당이 택한 것은 조용한 ‘쇄신 회오리’였다. 그의 취임과 함께 당을 뛰쳐나간 친노세력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전 장관 등으로 친노의 색도 흐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최고위원 인선에 당 내 계파와 지역을 적절히 안배함으로써 ‘통합 속의 변화’를 시도했다.

신당의 ‘손학규 띄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반DJ친盧’를 통해 본격적으로 당의 분위기를 바꿔나가기 시작한 것.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DJ 잇고 盧 배척’…호남강세 전국으로
얼굴마담 손학규…‘50년 전통야당의 계승자’로 당 전면에 부각


손 대표는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이것은 적절치 못한 자세”라며 “물러가는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간섭하고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날선 비판을 가했다.

천 대변인이 ‘지도자의 자세’, ‘정체성’까지 거론하며 손 대표를 정면 비판하자 우상호 신당 대변인이 “청와대 대변인이 신당 대표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 것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맞받아치는 등 본격적으로 각을 세웠다.

반면 ‘호남의 맹주’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긴밀한 연대감 조성에 들어갔다. 손 대표는 취임 후 광주를 방문, 호남에 대한 예우를 했으며 이후 김 전 대통령을 만나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눴다.

“정통야당 대표 자부심 가져”

DJ는 자택을 예방한 손 대표에게 “이번 (대선) 같이 크게 진 일이 없었다. 나도 충격을 참 많이 받았다. 야당이 없어지면 민주주의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있다. 반성하면서 거듭나면 50년 정통야당의 맥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DJ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제안한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50년 전통야당의 맥’을 살리기 위해 DJ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것이 ‘대통합’이기 때문.

DJ는 또 “손 대표는 50년 전통야당의 계승자라는 자부심을 가져달라. 감동과 믿음을 준다면 국민들이 양당 체제를 복원해 주실 것이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야당의 전통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강조, 손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DJ는 이어 “(손 대표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극우 보수의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지 않느냐.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도 찬성했다. 손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한데 대해 당원과 국민이 평가해서 압도적으로 표를 밀어준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 손 대표의 정체성 논란을 일축시키기도 했다.

동교동계 인사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신당행, 민주당의 통합 제의, DJ 예방에서의 ‘훈수정치’ 등이 가리키는 바는 명확하다. ‘호남당’의 새로운 중심에 손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참여정부와는 거리를 두며 호남당의 적자로 인정받고자 하고 있다”며 “손 대표에게 ‘대통합의 주역’이라는 공을 안겨줄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논의는 그동안 걸림돌로 작용하던 친노의 색체가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의 탈당으로 흐려지면서 명분과 실리가 동시에 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김 전 대통령이 힘을 몰아주며 새로운 야당의 얼굴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에서 싸울 역량있는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당과 그 당을 대표할 ‘얼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손 대표의 행보는 이를 철저히 의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만 와도…”

자유신당도 전면에 내세울 ‘얼굴마담’을 찾기 위해 부산하다. 이회창 전 총재가 있기는 하지만 창당 파워를 4·9총선까지 연결시키기까지는 뒷심이 부족하다는 게 정치권 일반의 분석이다.

이 전 총재나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모두 충청 출신이라 자유신당은 충청에 기반한 당이라는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보수지역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지역 공략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러나 TK지역은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어 자유신당의 돌풍이 미풍에 그칠 위험이 있다.

자유신당이 ‘폭발력’을 얻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박 전 대표는 대중적 인기와 보수세력 내 막강한 영향력은 물론, ‘박근혜계’라 불리는 그룹까지 한번에 끌어 올 수 있는 매력적인 존재다.

박 전 대표의 파괴력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박 전 대표의 이탈을 전제로 4월 총선 예상 의석 분석에서도 나타난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남을 경우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185석(지역구 158석, 비례대표 27석)을 얻게 된다. 반면 박 전 대표가 탈당, 이 전 총재와 연대할 경우 한나라당은 147석(지역구 129석, 비례대표 18석)을 획득,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는 것.

한나라당은 “당에서 그런 조사를 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박 전 대표의 탈당이 불러오는 효과는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 정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유신당 ‘박근혜 효과’서 ‘충청권 터다지기’로 급선회
창조한국당·민노당 인재보다 ‘새는 바가지’ 막기 급급


자유신당은 “모든 것을 박 전 대표 쪽에 드릴 각오가 돼 있다. 박 전 대표측이 (당내에서)다수 세력을 형성한다면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는 건 당연하다”며 열렬한 구애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공천 갈등을 수습하고 박 전 대표를 끌어안은 것.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의 당 공천을 둘러싼 내부갈등이 자유신당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애써 섭섭함을 덜어냈다. 그는 이어 “자유신당은 4월 총선 제1당을 목표로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자유신당은 자유, 개방, 양심을 추구하고 신보수주의 운동을 전개해 거대 여당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유신당 관계자도 “박 전 대표의 탈당을 전제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 만큼 사정이 변했다고 전략이 바뀌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잔류해도 친박 의원 중에서 공천을 못 받을 사람은 못 받는 만큼 이들과의 접촉은 계속된다”고 말해 친박의원 ‘이삭줍기’가 진행 중임을 내비쳤다.

신당 충청권 의원들도 자유신당에는 좋은 인재다. 이 전 총재는 “신당 내 충청권 의원 가운데 곧 (자유신당에) 합류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신당 내 충청 지역 의원 중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충청권 의원들이 자유신당을 찾을 경우 충청권 기반을 더욱 강화, 여세를 몰아 전국으로 휘몰아 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민노당 창조한국당 ‘몸살’

얼굴마담급 인재 영입에 몸이 단 것은 비단 신당뿐이 아니다. 가까스로 새 얼굴인 ‘심상정 체제’로 흘러가게 된 민노당이나 문국현 대표만을 바라보는 창조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인재영입보다는 당에 드리운 암운을 걷어내기 위한 작업이 더 급선무다.

민노당의 경우 심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평등파가 대거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김형탁 민노당 전 대변인, 김석준 현 민노당 부산시당위원장, 조승수 전 의원 등 민노당 내 강경 평등파들은 “현 제체로는 당을 바꾸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소리높이며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 발족식을 열고 진보신당 창당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민노당은 이에 대해 “2월3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평가와 더불어 당 혁신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되면 전면적인 총선준비 체제로 전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창조한국당 내부는 심각한 갈등에 빠졌다. 대선비용과 관련 극심한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월25일 이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전격 취소, 2월 초로 논의를 미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내 복잡한 상황은 그대로”라며 “김갑수 전 선대위 대변인의 사직에 이어 김헌태 전 정무특보, 고원 전 전략기획본부장, 김영춘 최고위원도 거취를 고심하고 있는 등 당내 주축 인사들이 당에서 멀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범구 위원은 옛 민주당 출신 전 현직 의원 등이 결성한 ‘새물결’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한국당은 문 대표가 귀국하는 대로 앞으로의 구상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내홍의 그림자는 당 내부 깊이까지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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