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박물관, ‘한국 설’이랬다가 황급히 ‘중국 설’ 꼬리내려

英 총리는 “음력 설”이라고 중립적 입장

‘음력 설’ 주장한 서경덕 교수, 중국 누리꾼들에게 악플 테러당해

영국박물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각) 올린 한국 설날 관련 게시물. (사진 / 트위터 캡처)
영국박물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각) 올린 한국 설날 관련 게시물. (사진 / 트위터 캡처)

영국박물관이 이틀 사이에 ‘음력 설’을 놓고  ‘한국 설’로 적었다가 갑자기 ‘중국 설’로 바꾸는 소동을 벌였다. 

‘한국 음력 설’이라고 했다가 중국인들의 댓글 공격에 시달린 영국박물관이 황급히 트위터 등에 중국 그림을 올리고 ‘중국 설’이라고 공식화하는 등 중국 네티즌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영국박물관은 22일(현지시각) 중국 청나라 여성의 그림을 올리면서 해시태그에 ‘Chinese New Year’(중국 설)이라고 적어 이틀 전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영국박물관 대변인은 “우리는 박물관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새해 좋은 일을 기원하면서 국내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중국 설’을 기념한다”고 말했다.

영국박물관은 설을 앞두고 20일(현지시각) 저녁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전통 공연 등의 행사를 하면서 홍보 문구에 ‘Korean Lunar new Year’(한국 음력 설)라고 적고, 흰 저고리와 분홍색 한복 치마를 입은 한 여성이 대영박물관 내에서 공연을 펼치는 사진도 첨부했다.

이에 박물관 측은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테러에 가까운 댓글 공격을 받고 수정했다.

영국박물관은 당시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했지만, 웹사이트 안내문에서 ‘한국 음력 설’이란 표현을 빼고 ‘음력 설’ 기원에 관한 설명을 추가하는 등 일부 조정을 했다.

국제무대에서 ‘중국 설’이란 표현이 널리 사용됐지만 최근엔 한국, 베트남 등의 명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점차 보편적 의미의 ‘Lunar New Year’(이하 음력 설)로 바뀌는 추세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지난주 총리실에서 설 맞이 행사를 개최하면서 중국, 한국, 베트남 관련 인사들을 초청했고, 연설 중에도 ‘Lunar New Year’(음력 설)이라고 말했다.

BBC는 중국어 판에서 이번 사태를 보도하면서 최근 '설날' 이름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가 보도한 대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19일 설 연휴를 앞두고 우리가 말하는 ‘설’ 즉 ‘음력 설’(Lunar New Year)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표기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자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악플 공격을 받고 있다.

서 교수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누리꾼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몰려와 댓글로, 특히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서 중국 누리꾼들은 “Happy Chinese New Year For you”라고 조롱하거나 설날이 중국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중국 설도 훔쳐 가는 한국”, “설은 중국인이 발명” 등 어처구니없는 말만 내뱉고 있다고 공개했다. 또 “이들은 한국의 좋은 문화는 다 중국에서 유래했고, 한국에서 먼저 훔쳐 갔다는 억지 주장만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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