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金 지지율…출마 제동 걸린 羅과의 연대로 ‘결선’ 노리는 安
金, 40%선 넘어서, 다자 아니라 ‘독주’ 로 기울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당권경쟁이 점차 김기현 의원 독주 구도로 기우는 모양새인데, 그간 선두를 달리던 나경원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 이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 사실상 출마가 어려워지고 있다 보니 일부 후보들은 나 전 의원과의 연대를 통해 표심 확대를 모색하려고 하고 있다.

◆ 40%선 넘은 김기현…당권경쟁, 다자 아니라 ‘독주’ 형세로

국민의힘 당권경쟁이 김기현 의원의 연이은 급상승으로 이제는 다자구도가 아니라 ‘일인 독주’의 형세가 되어가고 있는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6~17일까지 국민의힘 지지층 1202명에게 실시해 19일 공개한 차기 당 대표 지지도(95%신뢰수준±4.3%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은 40.3%를 기록했으며 나 전 의원은 25.3%, 안 의원은 17.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유승민 전 의원 8.1%, 윤상현 의원 3.1%, 조경태 의원을 포함한 기타는 1.6%,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4.3%로 집계됐는데, 일단 선두인 김 의원과 후위 후보인 나 전 의원 간 격차만 해도 이미 오차범위 밖인 15%P로 벌어졌으며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매우 잘한다’고 평가한 적극 지지층의 경우 김 전 의원 지지도가 과반인 54.8%로 나와 23.8%에 그친 나 전 의원과의 격차는 두 배 이상으로 더 벌어졌다.

김 의원의 지지율은 동 기관이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7.8%P나 올랐는데, 당시 32.5%였던 김 의원의 지지율은 이젠 40%선을 넘은 반면 26.9%를 기록했던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은 그때보다 더 떨어져 그간 나 전 의원의 독주도 결국 본인 인지도나 능력에 따른 개인기라기보다 윤 대통령의 지지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좌우될 수 있는 ‘거품’이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로부터 직격 당했던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탄 데 반해 당초 인지도 면에서 열세였던 김 의원이 이제 독주 중인 상황은 사실상 ‘당심=윤심’ 아니냐는 이런 해석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이처럼 당심에 ‘친윤’ 색채가 짙어진 데에는 대선 이후로도 여당은 상대적으로 의석수가 적은 반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가 지속되고 있어 당정이 한 목소리로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재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 역시 국민의힘 지지층이 ‘윤심 후보’에 힘을 실어주려는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에게 실시해 19일 발표된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는 이 기관의 직전 조사인 지난해 10월 29~30일 여론조사 때보다 3.3%P 상승한 37.2%로 나왔으며 부정평가는 동기 대비 4.1%P 하락한 55.3%로 집계됐는데, 집권여당 대표 후보들로선 좋든 싫든 대통령 지지율이 호조세인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선지 김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지율 1위 저변에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조속히 우리 당을 통합의 리더십으로 안정시키고 불필요한 잡음을 최소화해 윤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라는 당원, 지지자 여러분들의 명령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당정대’ 일체 기조에 무게를 실었으며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등 윤 정부의 3대 개혁과제를 제대로 뒷받침하겠다. 군림하는 권위주의적 대표 시대를 끝내고 다정다감한 소프트 카리스마로 쌍방향 소통하면서 당원을 주인으로 섬기는 대표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 ‘어대현’ 기류에 상대 후보 공격보다 ‘통합’ 외친 김기현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과 통합 메시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과 통합 메시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또 추격자 입장이거나 접전을 벌이던 당시 경쟁자들에 견제구를 던지고 설전도 불사했던 모습과 달리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 기류로 흐르기 시작하자 ‘통합’ 등 당 안정에 방점을 두면서 상황 관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현재의 우위만 전당대회 때까지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 됐기에 총선 공천 등 당내에서 자칫 민감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선 아주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당장 김 의원은 등판 초기에 스스로 ‘친윤 후보’임을 강조했었기 때문인지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특정 계파를 배제한다거나 하는 등의 불공정한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취하지 않겠다. 다른 후보와 선의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되, 뜻과 방향을 같이 할 수 있는 분 모두와 폭넓게 연대해 나가겠다”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 뒀고, 심지어 회견 뒤엔 기자들과 만나 ‘연대를 위해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과 추후 회동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저는 우리 당과 가치를 공유한 사람은 언제든지 누구와도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통합의 길을 걷기 위한 논의를 계속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나 전 의원 측에 만남을 제안한 적 있는지 묻자 김 의원은 “진행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말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밖에 ‘김·장 연대’의 주역인 장제원 의원이 당 사무총장을 맡을 것이란 내정설이 도는 데 대해서도 “지금 어느 누구에게도 당직을 제가 제안한 적 없고 당직에 그 누구도 내정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긋는 등 내내 ‘당 통합’을 우선 염두에 두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뿐 아니라 김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선 “저의 경우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고 또 그렇다고 과도하게 우쪽으로 치우친 것도 아니었다. 중도우파와 중도 좌파 사이의 이념 색채를 늘 유지해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확장성이 더 높은 것”이라며 이념성향에 있어서도 특정 색채를 강조하기보다 ‘중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는데, 선두 자리를 굳혀가는 데도 오히려 이렇게 전략을 바꾼 데에는 결선투표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 스스로도 이날 인터뷰에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결선투표 없이 끝내겠다는 속내를 밝혔는데, 결선에선 자신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반(反) 김기현 연대’가 경쟁후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브리씨앤알이 에브리뉴스와 폴리뉴스 의뢰로 지난 14~15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417명에게 설문해 16일 공개한 안철수 의원과 김 의원 간 1대1 가상 양자대결(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안 의원이 48.4%, 김 의원이 42.8%로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본래 결선투표는 친윤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안전장치로서 마련된 것으로 비쳐졌으나 이제 선두로 나선 김 의원에게는 오히려 ‘변수’로 여겨지게 된 셈인데, 이미 후위주자들과 격차를 크게 벌려가는 상황임에도 김 의원이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전날 수도권인 경기지역 당협위원장 30여명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갖는 등 최대한 지지세를 확대하고자 열을 올리는 데에는 경선에서 50% 이상 득표를 우선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金 독주 제동 걸려는 羅-安, 수도권 연대?…역효과 가능성도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좌)과 나경원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좌)과 나경원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김 의원을 추격해야 하는 경쟁후보들은 연대 가능성을 띄우면서 반전을 노리는 모양새인데, 아직 나 전 의원 본인은 대통령실에서 비판 메시지를 내놓은 이후 사흘째 분명한 거취 표명을 하지 않은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나 전 의원 측근인 박종희 전 의원은 1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출마 여부는 윤 대통령 귀국 이후에 할 것이라면서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부분은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고 주장했고, 김 의원 지지율이 급등해 나 전 의원이 안 의원과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대해선 “그런 연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전날만 해도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 전 의원 관련 입장 낸 것을 어떻게 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에 대해 나름대로 정확하게 알리고자 그런 의도로 한 것 같다”며 대통령실 입장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던 안 의원 역시 다시 수도권 연대론을 고리로 추격해보려는 듯 바로 다음 날인 19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선 “윤상현 의원이나 나 전 의원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고 나 전 의원과 손을 잡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반박한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나 전 의원과 연대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안 의원까지 ‘반윤’ 후보로 비쳐질 수 있는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목소리를 낸 데에는 다른 후보들과의 연대 없이 독자 경쟁만으론 급상승 중인 김 의원과의 격차를 더욱 좁히기 어렵다는 현실을 절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안 의원의 경우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나 전 의원에게조차 다자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앞서지 못하고 있어 초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이런 속내를 보여주듯 19일 안 의원은 김 의원의 지지율이 선두라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방식상 여러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으며 청년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방송에서 김 의원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자 19일 캠프 차원에서 입장문을 내고 “특정 후보에게 편향된 의견을 보수 전체의 객관적 시각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장 이사장이 방송에 나와 똑같이 편향적 발언을 한다면 강력한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을 강하게 의식해 경쟁자들이 견제하는 데 맞서 김 의원은 19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반(反) 김기현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가 확실히 1등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응수했는데, 김 의원이 현 상승세를 바탕으로 오는 3월 8일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달성해 조속히 마무리 짓는 게 목표라면 반대로 안 의원은 “이번 선거의 특징은 결선투표가 있는 것이다. 1위 할 자신이 있다”고 결선투표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과연 어느 쪽 뜻대로 흘러갈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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