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언론 때문에 만신창이 됐다”

“무책임한 언론 때문에 만신창이가 됐다.” ‘국민가수’ 나훈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불거져 나온 각종 루머로 홍역을 앓고 있던 그는 지난 1월25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가량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나훈아가 하고 싶은 말’이란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훈아는 독백형식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복잡했던 심경을 전하며 자신의 갖가지 악성 루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해명은 오보를 한 기자나 언론에서 해야 할 것”이라면서 “절대 이런 자리를 만들려 하지 않았지만 후배인 김혜수와 김선아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고백했다. <시사신문>은 최근 나훈아를 두고 항간에 떠돌고 있는 악성 루머에 대해 집중 조명해봤다.


“음흉한 마음 눈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집에 키우는 개XX”
미혼인 후배 김혜수와 김선아 위해 기자회견 하기로 결심해

▲ 나훈아는 항간에 떠도는 각종 루머에 대해 침묵을 지켜오다 지난 1월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심경고백을 했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지난 1966년 ‘천리길’로 가요계에 데뷔한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로 스타덤에 올라 1970년대 남진과 함께 트로트의 양대산맥을 이루며 최고의 인기가수로 군림했다.

당시 나훈아와 남진의 인기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두 사람이 리사이틀 극장 쑈를 할 때면 여공들이 단체로 결근해 공장들이 모두 자동 휴무가 됐다.

노래인생 40년을 훌쩍 넘긴 현재도 나훈아의 국민적 인기는 대단하다. 2006년 3월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마흔번째 봄’은 10만원을 호가하는 티켓값에도 전석이 매진, 아이를 데려온 30대 부부에서부터 70대 어르신에 이르는 폭넓은 팬층을 자랑했다.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만도 2백여 장. 취입한 노래 2천6백여 곡 가운데 8백곡 이상을 자작곡한 싱어송 라이터로 세계 최다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가요계의 수많은 후배들은 선배인 나훈아를 동경의 대상이자 가요계의 거목으로 꼽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1년간 악성 루머에 곤혹을 치루며 ‘만신창이’가 됐다고 고백했다. 잠적설과 은퇴설에 이어 야쿠자의 등장에 이은 성기절단까지 괴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됐던 것.

하나. 건강 악화로 ‘은퇴설’

루머의 단초가 된 것은 지난해 3월 예정된 세종문화회관 공연 취소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함께 관객을 압도하는 탁월한 무대 매너로 매년 화려한 대형쇼를 성공적으로 열었던 그였기에 갑작스런 공연 취소는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수천만원의 개런티를 포기하면서까지 공연을 취소할 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훈아 잠적설’을 낳게 됐다. 나훈아가 운영하고 있는 ‘아라기획’ 사무실이 공황상태로 알려지면서 잠적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잠적의 이유는 바로 건강 악화설로 이어졌다. 부산시내 한 건물 화장실에서 쓰러져 부산 A병원에 입원했다는 제보가 나오는가 싶더니 부산과 김해의 한 암자에서 요양 중이라는 둥 후두암에 걸려 가수생명이 끝났다는 둥 ‘은퇴설’까지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나훈아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으로 답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관 자체를 몰랐으며 건강에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2006년에 다음해 공연을 잡지 말라고 미리 얘기를 해 뒀는데, 기획사 측에서 내가 마음이 변해 공연을 하게 되면 세종문화회관은 대관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대관을 잡아놨던 것 같다”며 “이것을 쓴 기자가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정황을 모두 알 수 있는데도 다른 방향으로 얘기를 몰아가고 싶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나훈아는 이어 “아라기획은 내가 쉴 때 같이 쉬는 회사인데 이것을 두고 잠적했다, 잠행했다, 행적이 묘연하다는 표현을 썼다”며 “잠적했다는 소리가 나온 날 스태프들과 함께 휴가를 갔다”고 덧붙였다.

나훈아는 와병설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공연을 쉬는 대신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전라도 남원 뱀사골에서부터 서울근교까지 걷기 시작했다. 순전히 새로운 발상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괴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그는 외국으로 나가 간단한 시험을 거친 뒤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1년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나훈아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학교에 다니는 한국인이 점차 자신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행동반경 폭이 좁아졌던 것. 그는 결국 국내로 다시 입국했다.

나훈아는 “한국에 돌아왔더니 이제는 나를 죽이려 했다”며 “지난해부터 가지 않은 부산을 언론에서는 나를 부산 모 병원에 입원했다니, 생명이 위험하다니 그런 말들로 나를 죽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둘. 개그맨A 아내와 ‘동거설’

나훈아는 개그맨 A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개그맨 A의 아내와 나훈아가 내연관계로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지만 나훈아는 특별한 대응 없이 사태가 조용히 가라앉길 기다리고 있었으나 이번 기자회견 자리를 빌어 그간 가슴속에 담아뒀던 응어리를 끄집어냈다.

나훈아는 개그맨 A의 전 부인과의 염문설에 대해 “실제는 물론이고 남의 아내를 탐했다든지 가정을 파괴할 마음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여러분 집에 키우는 개XX다”며 “대한민국에는 간통죄가 있는 법치국가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벌써 법적으로 문제가 일어나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나훈아는 1985년 후배 여가수인 정수경과 결혼식을 올렸고,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그의 아내 정수경은 미국 하와이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법적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나훈아 이혼설’ 역시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 나훈아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기자회견 도중 단상에 올라 바지를 벗으려는 등 극단적인 방법도 서슴치 않았다.
셋. 야쿠자 폭행으로 ‘신체 훼손설’

괴담설은 나훈아 본인이 입장표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과 달리 국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그중에 가장 민감한 사안은 나훈아가 야쿠자로부터 성기가 절단됐다는 소문이다.

글래머 미녀스타 K의 스폰서인 야쿠자가 나훈아와 K의 부적절한 관계를 눈치 채고 성기를 훼손시켰다는 것이 소문의 주된 내용이다.

야쿠자까지 개입돼 있다는 소문에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나훈아가 봉합수술을 받은 곳으로 알려진 병원 탐문수사를 비롯해 의료보험 사용내역을 조회하는 등 소문의 진상을 추적하는 소동도 일어났었다.

경찰은 나훈아와 관련된 각종 루머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 수사의 보도에도 소문이 가라앉지 않자 나훈아는 기자회견 중에 돌발행동을 취했다.

나훈아는 “Seeing is believing(보는 게 믿는 것)”을 말하며 단상에 올라가 혁띠를 풀더니 “원하는 대로 하겠다. 대표자로 한 사람만 말하면 바지를 내려서 5분을 보여주겠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극단의 처치로 바지까지 내리려고 했던 나훈아는 장내에 참석한 팬들이 “나훈아님을 믿어요”라고 외치자 단상에서 내려왔다.

넷. 톱스타 K양과 ‘염문설’

나훈아는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장에 모인 취재진들에게 자신과 함께 소문에 연루된 배우 김혜수와 김선아를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으로 바로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나훈아 신체 훼손설’이 돌면서 K로 지목된 김혜수와 김선아는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는 등 공식해명으로 그동안 받아온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나훈아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었다면 자살까지 했을 것”이라면서 “나는 괜찮다. 다만 결혼 전의 여자 후배들의 구겨진 자존심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하지만 한국은 굴뚝이 없는 데도 연기를 피운다”며 “누가 뭐라 하든지 나를 믿어준 팬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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