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층부터 영어 남용 버릇 버려야'

이명박 당선자 인수위원회는 24일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내달초 2010년부터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교과목까지 ‘영어 몰입교육’이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서 실시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생각이다.

인수위측은 15조원 규모에 달하는 학부모들의 영어 사교육비란 짐을 덜어주며 한편으로는 영어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속국이 되자는 것이냐'는 극언까지 퍼붓는 누리꾼들의 비판 여론이 홍수처럼 일고 있는 가운데 <한글문화연대(www.urimal.org)> 고경희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고경희 대표는 이 성명문에서 ‘영어 사교육비가 나날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교육양극화가 심해지며, 조기 유학 등으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근시안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고 대표는 우선 ‘영어 광풍’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언급했다. 한반도의 남쪽 이남에 불어닥친 의존증을 넘어 영어중독증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고 있는 까닭에 대해 “실제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영어 능력보다 몇 십 배 몇 백배 부풀려진 ’영어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심리”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영어를 못 하면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은 사회분위기가 만연한 이유는 외면적으로는 ‘입시와 입사와 승진을 위한 평가 기준으로서의 영어능력이 영어교육과 학습의 목표인 이상, 영어 교육은 왜곡되고 사교육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정작으로 이런 불안 심리를 조장하는 세력이야말로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 세력은 ”국민들 앞에서 으스대며 영어 단어를 남발하는 지도층 인사들, 자기 자랑도 모자라 아예 공무원들의 회의를 영어로 하라고 강용하는 정치인들이 아닌가?“며 이런 교육정책은 ”카드 연체를 막기 위해 악성 사채를 쓰겠다는 생각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날선 어조로 비난했다.

고 대표는 이어 과연 지금 이 시대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생각하는 힘과 민주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며 ‘영어 전과목 수업’ 정책은 필연적으로 국어와 민족 정체성을 말살할 수밖에 없다는 정책의 태생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얼이 살아 숨쉬는 한글과 한국어를 통해서 점점 난맥상으로 치닫고 있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우리에게 얼맞는 지혜를 찾아야 할 이때, 오로지 ‘국제적인 자본에 선택받을 개인의 경쟁력만 키우자는 흐름으로 우리 국민들을 몰아갈’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4대 강국의 힘이 사납게 요동치고 있는 한반도에 살면서 이 거대한 세계사적 파도를 슬기롭게 타고넘어야 할 이 민족의 운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필자는 묻고 싶다.

또 영어공용화 교육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한류열풍’은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헌걸찬 뜻으로 창제된 한글이 점점 더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보급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렇게 역시대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저들의 일천한 현실의식이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이다.

국외와는 판이하게 국내에서는 요상하게도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사용하는 우리의 국어를 천대하고 학대하는 것은 아닌지 싶은 괴현상이 만연해가고 있다.

우리말과 글을 천대하고 학대까지 일삼는 풍토의 원인은 이른바 우리 사회의 성공한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보면 된다. 외국어를 잘 하는 것이 지식인인 줄 착각하고 있는 사이비 지식인, 사이비 언론인, 사이비 학자, 사이비 CEO들이 판을 치고 있다 보니까 자라나는 아이들도 우리말과 우리글을 학대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라고 하는 자들부터 영어 남용을 중지하고 우리말글을 아름답고 힘차게 가꿀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품격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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