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그림, 영화..........예술의 향기를 쫓아서

북프랑스 테마기행 가끔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사는 듯한 생각에 공허함이 느껴질 때, 불쑥 떠나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북프랑스의 작은 마을들이다. 그곳에 가면 마치 오랜 친구인 양 정겨운 얼굴들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와즈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열정적인 삶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 말년을 보낸 그는 광기 어린 손놀림으로 그의 아픔을 절규하듯 화폭에 담아냈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골목마다 교회와 하숙집, 시청 건물 등 고흐 작품의 소재가 되었던 건물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고독과 허무, 그리고 광기에 괴로워하던 고흐는 마을 뒷길의 작은 묘지에 이르러서야 그의 동생 테오와 함께 영원한 휴식을 취하게된다. 작은 그의 무덤 위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꺾어다 놓은 야생화 한 다발이 놓여져 있고, 무덤 너머에는 끝없는 밀밭이 스산한 바람에 출렁이고 있다. 그가 남긴 <까마귀가 있는 밀밭>의 장면처럼.... 고흐 마을에서 40분 거리에는 지베르니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모네를 만날 수 있다. 고흐와는 달리 화려한 삶을 살다간 모네는 말년에 이 곳 지베르니에서 정원을 가꾸며 유명한 연작그림인 <수련>을 그려냈다. 모네의 정원은 그의 삶처럼 온갖 꽃들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다. 발길을 북쪽으로 돌려 노르망디 지방에 이르면 탁 트인 바다가 여행자의 지친 심신을 씻어준다. 이 해안이 바로 수많은 인상파 화가들의 산실이었던 알바트로 해안이다. 프랑스의 예술가 중 이 곳을 거쳐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단언할 정도로 많은 화가와 시인, 소설가들이 이곳에 작업장을 두고 있었고, 지금도 화가 지망생들이 곳곳에 이젤을 받쳐 놓고 있다. 알바트로 해안 중에서도 특히 에트르타 해안은 기묘하게 생긴 바위와 해안절벽, 그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너무나 예쁜 집들에 반해 그냥 눌러앉아 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이 해안을 따라 내려가면 앙드레 지드의 명작 <좁은 문>의 배경지 마을인 쿠베르빌이 있다. 앙드레 지드는 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마들렌을 만나 결혼하는데, 그 과정을 소설로 엮은 것이 바로 소설 <좁은 문>이다. <좁은 문>의 청초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사이 좋게 누워있는 앙드레 지드 부부의 다정스런 무덤에서 다시 확인된다. 간혹 찾아오는 여행자들은 이 무덤 앞에서 젊은 시절 사랑했던, 그러나 오랜 세월 잊고 지냈던 사람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보곤 한다. 쿠베르빌 바로 옆에는 보고트 언덕이 있다.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에서 주인공 장의 남편 쥘리앵이 한 백작부인과 밀회를 나누던 중 들켜 떨어져 죽은 절벽이다.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정지시키고 천애절벽 밑으로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듣고 앉아있노라면 장의 기구한 일생이 쓸쓸한 감회로 되살아온다. 지금까지의 여행이 고흐와 모네, 지드와 모파상의 작품세계에 빠져드는 과정이었다면 이후부터 이어지는 여행길은 여행자 스스로가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여정이다. 옹플뢰르, 트루빌로 이어지는 해변 드라이브는 그 자체가 영화의 한 장면이고 한 폭의 그림이다. 그림엽서 같은 집들과 마을, 그 평화로움은 감탄에 앞서 도회지에 갇혀 사는 여행자에게 질투와 시기의 감정으로 다가온다. 환상적인 해변 드라이브는 북프랑스의 최고의 해양휴양도시인 도빌해안으로 이어진다. 오래된 영화 <남과 여>의 촬영장소로 더 유명한 도빌의 해안을 산책하노라면 흑백필름 속의 향수 어린 이름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알랑드롱, 장 폴 베르몬드, 이브 몽땅....... 이들의 이름은 해변가에 즐비한 방갈로의 입구에 차례로 새겨져 있다. 북프랑스 해변여행은 알렉산더 뒤마의 소설 <철가면>의 배경지인 몽 셀 미셀에 이르러 절정을 맞는다. 잠시 초원 길로 우회하다가 갑자기 만나게 되는 몽 셀 미셀의 자태는 신비감을 넘어 충격과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하늘에 떠 있는 듯, 바다 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듯, 몽 셀 미셀은 그 그로테스크한 거대한 몸체를 신비롭게 드러낸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몽 셀 미셀을 항상 '아! 몽 셀 미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생 말로에 이르러 여행자는 그 방랑의 종착점을 만난다. 영화 <라스트콘서트>에서 주인공 스텔라가 그랬던 것처럼 안개에 젖은 생 말로의 거리를 걷노라면 나그네의 공허한 마음도 짙은 안개에 휩싸여 우수에 젖는다. (여행지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www.themesaytour.co.kr 참조) - 테마세이투어(www.themesaytour.co.kr) 마경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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