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제일은행 인수설

세계 최대 금융사인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2위 금융회사인 HSBC(홍콩상하이은행)가 제일은행을 인수하기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알려져 국내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릿지캐피털이 HSBC와 제일은행 지분매각 협상을 거의 마무리하고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금융권의 지각변동과 함께 국내 ‘금융주권’ 위기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제일은행 노조측은 HSBC의 제일은행 인수추진과 관련, 매각논의가 밀실협상으로 진행되면 반대투쟁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일銀, 인수설 진위 여부 확인 중 이러한 인수설에 따라 제일은행은 12일 대주주인 뉴브릿지캐피탈의 지분매각 보도와 관련, “대주주에게 진위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며 회신이 오는대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제일은행은 이날 증권거래소로부터 HSBC와의 매각협상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고“지분매각은 대주주인 뉴브릿지캐피탈의 고유 의사결정 사항으로 제일은행은 이 같은 보도와 관련해 뉴브릿지에 진위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의 최대주주인 뉴브릿지캐피탈은 최근 HSBC와 제일은행 매각협상을 진행왔었다. 뉴브릿지는 1999년 제일은행 지분 9천9백99만주(48.56%)를 주당 5천원에 사들였으나 이번 협상에서 뉴브릿지는 매각 희망가격으로 인수가격의 3배인 주당 1만5천원, 총1조5천억원 가량을 HSBC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내 양해각서(MOU) 체결을 목표로 가격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일은행 2,3대주주로 예금보험공사가 48.49%와 재정경제부가 2.95%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제일은행에 부실채권 매입, 출자 등의 형태로 17조6천532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현재까지 자산매각 등을 통해 10조1549억원을 회수한 상태다. HSBC 서울지점 고위 관계자는 “이미 뉴브릿지캐피탈이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지 팔겠다고 밝힌 터라 지난해 말 이후 수시로 접촉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급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뉴브릿지캐피탈코리아 관계자도 전화통화에서 “소문일 뿐”이라고만 밝혔고, 금융감독위원회와 제일은행 2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쪽도 “현재까지 아직 아무런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 인수·합병 업무에 정통한 한 외국계 투자자문 회사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HSBC,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대형 외국계 은행들은 일찌감치 제일은행에 공을 들여왔다”며 “협상이 상당히 진척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와 뉴브리지캐피탈은 지난 1999년 매각협상을 하면서 드래그-얼롱 조항을 계약조건에 삽입시켰다. 이 계약에 따르면 뉴브리지가 보유지분 30%이상을 매각할 경우엔 예보와 협의를 거쳐야 하며 예보 역시 같은 지분규모와 같은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또 30%미만의 지분을 매각할 때는 예보에게 같은 매각조건으로 팔 수 있는 권리(팩-얼롱)가 주어진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일은행에 투입했던 공적자금 가운데 5조원이상의 손실을 기정사실화하는 처지가 돼, 제일은행 매각당시 허가했던 이헌재 현 경제부총리에 비난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제일은행의 매각은 이미 `현재 진행 중` 단계에 들어갔으며 그 상대가 HSBC일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또 한 차례의 태풍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미 한국씨티은행의 출범으로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 데 이어 세계 2위의 HSBC라는 또 다른 강적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세계 1, 2위 은행과 국내 토종은행 간에 금융시장 주도권을 놓고 본격적인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865년 출범한 HSBC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자산 1172조원에 세계 76개국에 1만여개의 지점을 둔 대형 은행이다. 지난 82년 부산에 지점을 내면서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며, 현재 전국에 8개 지점을 두고 소매대출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다. 제일銀노조, 반대투쟁 선언 제일은행 노동조합(위원장 김환필)은 최근 보도 된 HSBC의 제일은행 인수추진과 관련, 매각논의가 밀실협상으로 진행되면 반대투쟁에 적극 나서겠다고 12일 밝혔다. 제일은행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대 주주인 뉴브릿지캐피탈은 제일은행 인수를 통해 초기투자액의 3배를 넘는 차익을 거 둘 것으로 보도됐다"며 "이는 자신들만의 몫이 아니며 따라서 차익의 일부를 제일은 행의 영업망과 조직문화를 바로 세우는 데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또 "뉴브릿지는 작년 12월 열린 이사회에서 향후 경영권 변화에 대해 노조와 협의할 것을 서면약속했다"며 "뉴브릿지는 노조와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향후에 있을 매각 논의에서 노조를 협상주체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환필 위원장은 "이날 오전 로버트 코헨 행장과 면담을 했으며 이 면담에서 코헨 행장은 아직까지 매각과 관련한 협상에 있어 진전을 보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