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재해 최악의 기업…리더십 ‘흔들흔들’

현대건설의 매각이 조만간 가시화 될 전망이다. 지난 2006년 5년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지속적 성장으로 화려한 과거의 위상을 되찾은 탓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늘 성공적인 성장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이종수 사장의 취임 이후 끊이지 않고 터졌던 각종 의혹과 사건·사고 등은 그의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는 뒷말도 존재한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던 이종수 사장의 취임 이후 2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사신문>은 세계화 도약, M&A 등을 앞둔 현대건설 실태를 짚어보며 발전적 대안을 모색해 보는 기획 시리즈 ‘현대건설의 명과 암’을 연재한다.

▲ 2006년 5월 워크아웃을 졸업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현대건설의 한편에서는 각종 의혹과 사고 등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기업 정상화 이뤘지만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에 리더십 흔들
이지송 전 사장 후임 CEO의 조건 “채권단 말 잘 듣나(?)”

현대건설의 매각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민영화일정으로 매각일자는 잡히지 않았지만 최근 현대건설 채권단이 M&A회동을 갖는 등 구체적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올해 최대 매머드급 매물로 불리는 현대건설의 매각이 가시범위로 다가왔다는 방증이다.

현대건설 매각은 지난 2006년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 졸업한 이후 지속적으로 거론되던 과제다. 특히 이에 대한 긴장감은 이종수 사장에게 더욱 와 닿을 것으로 보인다.

유독 사고 많은 취임 2년

2006년 4월 이종수 사장의 취임은 경영을 통한 현대건설 발전보다는 ‘원활한 매각’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업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그러다보니 돋보이는 경영실적을 자랑하던 전임자 이지송 사장과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각종 사고와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업계 일각에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취임 2년이 다 돼가는 이종수 사장의 성적표는 썩 양호하다고 할 수 없다. 실적은 성장했지만 그 과장에서 잡음이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취임 이후 연달아 닥친 사고다.
노동건강연대와 매일노동뉴스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07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에 따르면 2006년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업체 1위는 현대건설이었다. 모두 8건의 사고 중 모두 10명의 사망자 발생이 발생했다. 물론 지난해에도 이에 못지않았다.

지난해 4월 소록도 육지부 공사현장 상판과 철골구조물이 붕괴돼 5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설계에서 안전관리까지 총제적인 부실시공으로 드러났고 현재 여수지청에 계류 중이다. 또 충남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증설 공사에는 지난해 말까지 6개월간 3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그밖에도 지난해 11월에는 지하철7호선 담합, 로비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 됐으며 서울 성동구 성수동 힐스테이트 특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슈퍼빌 편법 분양 등 불법, 특혜 등 각종 비리의혹에 연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건설계에서 맏형이라 불리는 현대건설이 연달아 이런 악재 휘말리는 터에 이종수 사장의 리더십이 우려의 시선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이종수 사장 취임 이후 현대건설의 매출 상승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현대건설의 2005년 연간 매출 4조2천8백51억원이었지만 현재는 2007년 연매출 5조5천5억원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2006년에도 5조8백48억원을 달성하며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긍정적 실적도 이종수 회장의 성과라기보단 그의 전임자 이지송 사장의 효과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실제 이지송 전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1등 공신이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성장 기반을 닦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2003년 3월부터 2006년 4월까지 현대건설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그는 적자에 시달리던 현대건설을 2003년에 2천5백41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05년에는 4조2천8백51억원의 매출, 3천2백65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무엇보다 내부적으로 공사수주의 기반을 다졌고 자금난의 원인이 된 1975~1985년 이라크 미수금 13억여달러(1조3천5백억원)을 받아낸 장본인이다.

▲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
사실 이종수 사장과 이지송 사장의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종수 사장 취임에 이기송 사장의 정치적 입지는 적잖은 작용을 했다. 재임 때 이미“제 주인을 찾을 때 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고 싶다”고 연임의사를 피력해온 이지송 전 사장이었다. 때문에 그가 2006년 2월 돌연 건강상의 문제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재계의 뒷말이 무성했음은 두말할 것 없다.사퇴 배경을 두고 청와대 외압설부터 차기 사장 내정설 등의 추측이 꼬리를 물었을 정도다.

이중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이지송 사장이 채권단의 구미에 맞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지송 전 사장은 평소 “물장사나 사탕장사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말이 되겠냐”며 “기업가 정신을 가진 곳에서 현대건설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채권단 입장에서는 현대건설 매각방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의사결정권이 없는 사장일지라도 사내 우호적인 분위기나 여론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 사장이 부담스런 존재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 후임 사장으로 내정된 것이 바로 이종수 사장(당시 경영지원본부장)이다. 채권단에서는 매각을 앞둔 시점에서 현대건설 사내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지송 전 사장 보다는 채권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CEO 앉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원활한 M&A 이끌 수 있나

하지만 연이은 사고로 구설수에 오르며 이종수 사장의 향후 매각이 내부에서 얼마나 힘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매각은 임직원이 간섭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현대 출신인 만큼 기왕이면 현대의 브랜드를 가진 곳으로 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인수전이 본격화 된다면 내부의 반발도 보다 구체화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60여년간 이어져 온 현대건설인 만큼 기업문화 융화 등의 문제에 있어 인력의 대거 이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번 매각으로 현대그룹의 모태가 된 ‘현대건설’이라는 이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범 현대가를 비롯한 현대건설 임직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취임 이후 잦은 악재로 구설수에 올랐던 이종수 사장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취임 2년에 돌입하며 적잖은 굴곡을 겪었던 그의 리더십이 현대건설 매각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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