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더탐사, 이태원 사망자 명단 공개…진보성향 성직자 “尹 전용기 추락하길” 막말 논란

시민언론 민들레가 14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좌), 이재명 민주당 대표(중), 김규돈 신부가 14일에 올린 SNS글. ⓒ민들레 홈페이지(좌), 시사포커스DB, 김규돈 페이스북
시민언론 민들레가 14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좌), 이재명 민주당 대표(중), 김규돈 신부가 14일에 올린 SNS글. ⓒ민들레 홈페이지(좌), 시사포커스DB, 김규돈 페이스북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 필요성을 역설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장외로 나가 범국민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여론전에 들어갔지만 진보 성향 매체가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거나 진보 성향 성직자가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기원하는 등 진보진영에서 악재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오히려 국민의힘에 반사효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민들레·더탐사, 이태원 희생자 명단 일방적 공개에 정치권 파장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이연희 부원장이 문진석 민주당 의원에게 “유가족과 접촉하든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서 당 차원의 발표와 함께 추모 공간을 마련하자”고 보낸 문자가 포착돼 논란이 된지 일주일 만인 14일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가 유족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망자 155명의 명단을 전격 공개해 정치권까지 파장이 일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라는 이 매체는 이날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란 제목으로 홈페이지에 참사 희생자 명단 전체를 공개한 뒤 “시민언론 더탐사와 협업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다.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게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공개 배경을 밝혔는데, 2개 업체 중 ‘더탐사’는 최근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유튜브 채널로 이보다 앞서 지난 4일엔 소속기자가 한동훈 법무부장관 스토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또 ‘시민언론 민들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해 최근 출범한 매체로 두 매체 모두 친민주당 성향의 온라인 매체인데, 지난 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겠나”라며 사망자 명단 공개 요구를 한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선 당장 민주당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당장 국민의힘에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유족 대부분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것을 누가 공개했는지, 여러 법률적 문제가 있을 것이다. 법적 책임이 있다면 져야 한다”며 “광주 유공자 명단도 공개되지 않고 있지 않나. 유가족을 모아 정치적 도모를 하려는 이들이 한 것 아닌가”라고 정치적 목적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라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를 설계했던 것은 민주당”이라며 “지금은 온라인 매체 뒤에 숨어 방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도 공범”이라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박 수석대변인은 “2차 가해도 언론의 자유라고 보장해줘야 하나. 이건 자유의 영역이 아닌 폭력이고 유족의 권리마저 빼앗은 무도한 행태”라며 “유족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은 온라인 매체와 민주당은 즉각 유족께 사과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데 대해 비판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좌), 이정미 정의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데 대해 비판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좌), 이정미 정의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실제로 해당 매체는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유족 동의를 받지 않고 공개한다는 점을 스스로 밝혔는데, 이들은 “이번 참사는 그 과정과 규모 면에서 내각 총사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안인데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명단 공개를 정당화했다.

즉, 희생자 유족의 동의 여부보다 내각 총사퇴 등 사안 확대 필요성에 우선 방점을 둬 공개했다는 의미로 비쳐질 수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 수사 중인 사건 당사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데 대해 일각에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란 지적도 없지 않고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방적인 명단 공개가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가 되지 않겠느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유족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무단 공개는 법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 野 국정조사 여론전에 여파 미칠까

한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는 민주당과 함께 공동 제출했지만 유족 동의 없는 사망자 명단 공개엔 부정적이었던 정의당에서도 이정미 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하다. 누차 밝혔듯 정의당은 유가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게 아니라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라고 몇 차례 말씀드린 바 있고 과연 공공을 위한 저널리즘 본연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고 해당 매체를 비판하는 반응을 보였다.

또 민주당 위성곤,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지난 9일 오후 직접 국회 의안과를 찾아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공동 제출했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앞서 같은 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 “유가족들이 장례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희생자 명단과 사진이 공개돼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는 유가족들 결정을 통해 진행되는 부분”이라고 정의당과 비슷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야권이 공조해온 이태원 국정조사 추진에도 자칫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도입을 놓고 당내 3선 이상 중진들과의 회의 후 장제원 의원이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선 의원들 대부분 다 일치했다. 거대야당이 장외투쟁하는 게 정치적 이용이고 방탄 국회하겠다는 거에 우리가 어떻게 합의하는가”라고 ‘수용 불가’ 의견이 우세하다는 내부 분위기를 밝히는 등 국정조사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 도리어 야권의 공조마저 흔들 수 있는 악재가 터져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그래선지 민주당에서도 이날 오후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동의 없이 이런 (희생자) 명단들이 공개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도 말한 것처럼 진정한 추모가 되기 위해선 희생자 명단, 사진, 위패가 있는 상태에서 추모가 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유가족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라고 강조했는데, 다만 유족이 동의하는 일부 희생자 명단만 공개할 가능성에 대해선 “외부에서 하는 것보다 당사자 의사가 중요하고 당사자 의사가 모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발 더 나아가 안 수석대변인은 자당이 이날 일부 유족과 비공개로 진행한 면담 내용을 들어 “억울하게 희생당했는데 희생자들이 국민 속에서 기억됐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것들이 대부분 공개 안 돼 답답하다는 취지의 말이 있어 그런 것으로 봐선 유가족 중에서도 실제 희생자들 명단이 공개되고 사진도 공개되며 제대로 된 추모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가진 유가족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으며 신현영 의원은 아예 일부 매체의 명단 공개에 대해 “오늘 모인 유족 중 그 부분에 부정적 의견을 표명한 분은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처럼 이번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여전히 명단 공개와 관련해 적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사진, 프로필 공개 등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파장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민의힘에선 같은 날 홍석준 의원이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피해를 가할 우려가 제기된다”며 유족 동의 없이 사망한 사람의 사진 및 영상을 유포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윤 대통령 전용기 추락하길”…선 넘는 ‘막말’도 野엔 악재

비단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 뿐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윤석열 정권을 향한 야권 지지층의 막말에 가까운 극언도 장외서명운동까지 벌이는 민주당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집 대표이자 대전교구 소속인 김규돈 신부는 해외순방 중인 윤 대통령을 겨냥해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의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라고 대통령 전용기 추락 참사를 기도하는 글을 올려 급기야 대한성공회 측에서 김 신부에 대한 직권면직 처분을 내리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인 박주환 신부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하늘을 날고 있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떨어지는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를 공유하며 “기도 2”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기체결함으로 인한 단순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등의 문구를 써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그 역시 논란이 되자 자신의 글을 삭제했지만 앞서 지난 11일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 분들, 윤석열과 국짐당이 여러분의 동료를 죽인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는 무기고가 있음을 있지 마십시오”란 글도 올린 바 있어 파장은 잦아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선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이날 대통령 전용기 추락 등을 거론한 성직자를 꼬집어 “일반 국민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막말과 저주”라며 “성직자의 정치적 신념 표현에 대한 논란 이전에 이 같은 저주를 가벼이 입에 담는 자는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권리도, 이유도 없다”고 일침을 가했고, 같은 당 원내대변인인 김미애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분 맞는가. 악령에 씌지 않고서야 어찌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염원하는가”라고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여기에 민주당에서도 장경태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소년의 집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순방 행보를 꼬집어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주장했으며 김용민 의원까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장식품처럼 활용하는 사악함”이라고 성토하는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김 여사 비판까지 나섰는데,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작 김 여사의 행보 이후 후원 문의가 쇄도해 조만간 해당 환아가 한국으로 와 치료 받을 기회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무작정 강도 높은 발언으로 정권 비판에만 집중하다가 여론의 역풍이나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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