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마당, 악화는 역시 양화를 구축하나?

한국은 명실공히 인터넷 인프라 구축의 최강국이다. 그런데 인터넷 사용인구가 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교육 전문가들은 인터넷 중독증을 지적한다.

인터넷 중독이란 일차적으로 사용자가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화면을 통해 정보를 흡수하고 있지 않으면 까닭 없이 불안해지는 이상심리를 말한다. 우울증과 양극성 기분장애, 종내는 심신쇠약까지 불러오는 결코 가볍게 취급할 병이 아니다.

인터넷 중독자들은 사이버상의 인간관계와 정보 습득을 중시하다 보니 당연히 현실적인 대인관계에선 대부분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인터넷에 접속해서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면 원하는 볼거리는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허나 사이버 세상에서 내공 높은 고수가 된다 하더라도 실제의 삶에서 그러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점점 현실과 사이버 세계 사이에 걸쳐진 외줄 위에서 균형감각을 상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할 때 더 큰 두려움에 빠져드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다보니 비교적 안전한 인터넷이란 매체에 빠져들어 현실에서 보상받지 못한 욕망을 거침없이 분출하려고 한다.

별 상관도 없는 아무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른 유저들이 쓴 글 밑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거나 중상 비방을 일삼는 이들을 가리켜 ‘악플러’라 한다. 이들은 현실적인 관계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과격해지는 성향을 보인다. 당하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입장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막말과 욕설에 저주를 퍼붓는다. 인터넷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요 그 음지에서 무성해지는 독버섯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이버 세상에선 익명성과 얼굴 은폐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태무심하게 무책임해지기 쉽다. 지난해에는 자신에 대한 악플러들의 중상모략과 헛소문에 분개한 어느 여자 연예인이 악의적이며 무책임한 유저들을 상대로 한꺼번에 고소한 일이 있다. 그 결과 여자로서 참기 힘든 악성 루머를 퍼뜨려서 전도유망한 연예인을 공격한 그 떼거리 악플러들은 합당한 죗값을 치르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인터넷 매체를 가리켜 ‘타락의 광장’이라고 말한 어느 문인의 말은 기억해 둘 만하다.

인터넷이 타락의 광장으로 둔갑한 까닭이 현실 삶에서 실패한 유저들의 분노와 울분이 빚은 무책임한 언동에 있다고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좋은 매체’의 발전과 순기능에 적응하지 못한 한국인들의 미성숙에 기인한 데 있다고 본다.

처음 인터넷이 우리 사회 안으로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값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그 놀라운 매체력(媒體力)에 열광했다. 속도전이라도 붙은 것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인터넷의 기술력은 지금 이 순간도 놀라울 정도로 급진전하고 있다. 동시에 악성적인 풍토가 조성되는 것 또한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숙명적 상황이다.

현재의 인터넷 이용 풍토를 하루아침에 제도적으로 법률적으로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악화(惡貨)와 양화(良貨)가 동시에 개입하게끔 돼 있다. 자신이 악화가 되느냐 양화가 되느냐는 자신의 윤리적 선택에 달린 문제다. 그 선택의 책임은 자신의 것이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는 생존에 급급해지다 보니 삶의 멋을 추구하기보다는 먹을 것을 조달하는 일이 더욱 절실한 문제였다…시대가 변해도 지금은 너무 많이 변했다. 한국은 꿈의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자신 스스로 인터넷에서 양화인지 악화인지 한번 점검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나 하나쯤이야’ 하는 기분으로 인터넷과 다른 유저들을 학대하는 것처럼 살아왔다면 이제는 ‘나 하나부터’라는 자세로 인터넷을 보람찬 공간으로 바꿔나가야 할 때이다. 바라건대 더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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