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범위 놓고 정쟁 확대
박범계 "자유 탄압, 마치 전두환 시대 연상케 해"
조용익 "문화에 대한 통제, 민주주의 언어 아냐"
전재수 "블랙리스트 시즌3, 문체부장관 문책해야"
이준석도 가세 "尹,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사형 구형"
표절 의혹에 학교명 공개로 지역갈등 유발 요소로 확대

4일 시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 '윤석열차'가 등장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사진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해당 작품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4일 시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 '윤석열차'가 등장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사진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해당 작품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한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 대통령을 비꼬는 풍자만화 '윤석열차'가 한 축제 행사에서 수상(경기도지사상)을 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행사 주최측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 경고를 내려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마치 전두환 시대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고등학생이 국제만화대회에 출품해서 '윤석열차'라는 그림, 만화 하나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MBC 지금 고발하고 있다"면서 "완전히 전두환 시대로 역행하고 있다"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아주 묵직하게 국민과 함께 가겠다. (여권은) 그렇게 자신 있으면 그렇게 계속 비아냥 거리시라"면서 "촛불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광우병 파동 때 시작됐다. 범국민적인 저항운동, 불복종 저항운동의 한 일환이다. 민주당의 어떤 액션들을 지켜봐 주시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강한 대응을 예고했다.

논란이 된 해당 만화는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가 김건희 여사와 칼을 들고 있는 검찰의 검사들을 태우고 달리자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윤석열차'라는 제목을 붙여 담아냈는데, 이 작품은 한국만화축제가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금상을 받고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고, 이에 더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도 전시되면서 급속도로 내용이 알려졌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 4일 만화영상진흥원을 향해 "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고 부적절함을 지적하면서 "주최측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풍자만화는 문체부의 경고 행동이 발단이 되어 여야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정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 엿보였는데, 실제로 민주당 소속의 조용익 부천시장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풍자는 창작의 기본이다. 이번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의 공모 부문은 '카툰'과 '웹툰'이었고, 공모주제는 '자유주제'였다. (그런데) 카툰 공모에 왜 풍자했냐고 물으면 청소년은 무어라 답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소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간섭해선 안된다. 어디선가 상처받아 힘들어하고 있을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문화에 대한 통제는 민주주의의 언어가 아니다"고 쏘아 붙였다.

더욱이 야권에서는 경고장을 날린 문체부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일제히 비난을 쏟아 냈는데, 특히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어 블랙리스트 시즌3가 시작되는 것인가. 문화 예술인들을 또 핍박하는 것인가. 또 공무원들을 희생시킬 것인가"라면서 "지시하거나 의논한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따로 입장을 내지 않고 문체부 대응을 참고하라 할 것이 아니라 박보균 문체부 장관을 엄중히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대립 구도에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모의 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윤 정부가 해당 풍자만화를 경고한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고등학생과 대학생이면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난다"면서 "만화로 정치 세태를 풍자하는 것은 경고의 대상이 되고,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서슬 퍼렇던 시절에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에게 모의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한 일화는 무용담이 되어서는 같은 잣대라고 하기 어렵다. 후자는 40년 전에도 처벌 안 받았다고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즉,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서울대 법대 재학 당시 열린 모의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아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는 일화를 언급하며 윤 정부의 문체부가 해당 풍자만화를 경고한 것은 잘못되었음을 비판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윤석열차'에 대한 감상평을 요청하는 질문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고 잘라 말해 사실상 문체부의 경고 행동은 윤 정부에 되려 독이 된 형국을 보였다.

한편 이와 별개로 해당 작품은 표절 논란까지 일었는데, 이는 지난 2019년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를 비판한 영국의 '더 선'의 만평과 매우 닮아 있다는 지적도 나와 표절 의혹으로 번졌고, 더 나아가 해당 작품을 제출한 학생의 실명과 전라도 지역의 학교명까지 공개되기까지 하여 지역 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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