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문재인 조사’ 논란으로 법사위 처음부터 ‘시끌’...‘정치탄압 중단하라’ 피켓등장
기재부, 영빈관 신축은 총리도 모르는 예산 vs 문정부 재정운동 방만해 맞불
행안위에선 “버르장머리” 등 설전까지, 교육위는 김여사 논문놓고 대치
서해공무권피격사건, 순방외교 참사, 취임식명단 파기 등 곳곳이 지뢰밭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첫날부터 곳곳에서 여야가 정치 현안으로 충돌하며 정쟁 국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 문재인 국감? 법사위서 文 탄압 외친 野…기재위서 文 방만운영 주장한 與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이날 시작부터 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조사 통보를 문제 삼으면서 ‘정치탄압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 시위에 나서려고 해 이를 제지하던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과 설전이 벌어지는 등 현 정부 국정감사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사안으로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개의가 예정보다 1시간이나 지연됐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피켓을 반입하면서 “감사원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질의서를 보낸 데 대한 정당한 의사표명이다. 정치 탄압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김 위원장은 “대법원 국감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대법원장이 나와 있는데 누가 정치탄압을 한다는 것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자 기 의원은 “왜 이런 중요한 시기에 민주당이 이런 행동을 했을지 고민해 달라. 검찰과 감사원 등 힘 있는 권력집단이 존립에 맞게 독립적이고 균형적으로 운영돼야 정책 국감과 민생우선 국감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은 헌법상 중립기관이란 존엄을 인정받았으나 윤 정부 들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저희가 규탄하고 알리기 위해 피켓을 걸었다. 표현의 자유, 국정감사와 의정활동의 일환”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장동혁 의원이 “이게 탄압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문 전 대통령은 정치말살의 주역”이라고 꼬집었으며 같은 당 조수진 의원도 “문 전 대통령은 2016년 퇴임 후 불기소 특권이 없어지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말씀을 했다. 본인이 퇴임했다고 상황이 달라졌나”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고 심지어 김 위원장까지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에 성역이 있어야 하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정쟁국감NO, 민생국감YES’란 피켓을 배치해 민주당에 정면으로 맞섰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작년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피케팅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 회의가 진행이 안 된 바 있다”고 개의를 미룬 채 피케팅 반입 관련 간사 간 협의를 요청했고 결국 여야 간사 협의 끝에 민주당 의원들이 피케팅을 떼기로 합의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국감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날 문 전 대통령 이름이 거명된 곳은 비단 법사위뿐이 아닌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선 민주당이 영빈관 예산 문제를 꼬집어 맹공을 퍼붓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정부의 공공기관 인력 증가 등을 들어 방만한 재정운용이라고 맞불을 놨다.

먼저 민주당에선 대통령실 이전 비용과 영빈관 신축 계획을 싸잡아 맹공을 퍼부었는데, 양기대 의원이 “영빈관 신축 예산은 누구 지시로 신축계획을 수립해 대통령과 총리도 모르는 예산이 국무회의를 거쳐 제출됐나. 신축과정에서 대통령보다 센 비선실세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든다”고 비선실세 의혹까지 제기하자 국민의힘에선 송언석 의원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공무원이 14만명 넘게 늘었는데 이렇게 짧은 기간 늘어난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공무원이 그만둘 때 나가는 돈인 연금충당부채도 292조원으로 늘어나 부담이 크다”고 과거 문 정부의 재정운용 실태를 꼬집었다.

이 뿐 아니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도 “문 정부 기간 전국 평균 자산이 25%증가했는데 서울, 수도권 광역시는 많이 늘고 도 단위는 감소한 곳이 많다. 문 정부가 자산 양극화를 심화하고 지역별 불균형을 악화한 정부였다는 결론”이라며 “계층별로는 문 정부 기간 하위 20%는 순자산 실질증가율이 1%고 5분위는 28.95%로 하위계층은 약탈당하고 상위 20%는 자산을 불린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책에 총체적으로 실패한 정권”이라고 전임 정권인 문 정부를 난타했다.

또 조해진 의원도 노동편향 정책과 정규직 강제 전환, 공공부문 방만 운영 등을 지적하며 문 정부를 비판했고, 주호영 의원도 지난 정부 채무증가 폭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국가부채 급증에 대해 문 정부에 책임을 묻는 등 법사위와 달리 기재부에선 야당이 아니라 여당 의원들이 먼저 문 정권을 거론하고 나섰다.

◆ 교육부 국감선 김건희 증인 공방…행안위 국감선 “바이든으로 들리나”

이에 그치지 않고 다른 상임위에서도 민생 현안보다는 대통령이나 그 배우자 등을 놓고 설전이 벌어져 민생 우선 국감보다 정쟁 국감으로 기우는 모양새였는데, 외교통일위원회에선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던 민주당이 박 장관의 퇴장을 요구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충돌했다면 정작 외교 관련 사안인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당시 발언에 대해선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질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행안부 국정감사에선 비속어 논란이 불거진 윤 대통령의 발언 동영상을 재생한 뒤 이형석 민주당 의원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바이든’으로 들리나 아니면 ‘날리면’으로 들리나”라고 질문했는데, 이 장관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것 같다”며 즉답을 피하자 재차 이 의원은 “답변하기 어렵죠”라고 물었고 이 장관은 “잘 들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행안위에선 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윤 정부는 너무 거짓말로 일관한다. 대통령실 이전 496억원이면 괜찮다는 것 거짓말 아니냐. 대통령 취임식 참석 명단 파기했다는 것도 거짓말이고 비속어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안 난다’고 했는데 그 거짓말을 누가 믿나”라고 이 장관에게 질의했다가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이 “무슨 근거로 얘기하나”라고 반발하자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까지 나서서 “의원 발언 갖고 이래라 저래라 상황까지 간다면 어떻게 국감하나. 이 간사는 사과하라”고 요구하다가 양자 간 발언수위는 원색적 비난까지 오가는 수준으로 격화됐다.

먼저 이만희 의원이 “의원 발언에 대해 통제할 의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나 김 의원은 “통제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고, 이에 이 의원이 “들으세요”라고 고성을 지르자 김 의원이 “뭘 들어. 버르장머리가 없잖아”라고 응수하면서 이 의원이 즉각 “누구한테 버르장머리라고 하느냐”고 반발하는 등 설전이 점점 격화됐고 김 의원이 “어디 감히 의원 발언에”, “예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의원도 “누구한테 무슨 사과를 요구하나. 버르장머리라니”라고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결국 이채익 위원장이 나서서 “오늘은 국정감사 첫날인데 여야 의원들이 자제해 달라. 김 간사도 이 간사에게 버르장머리 그런 말씀은 사과해 달라”고 주문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정부에 대한 평가 못하나”라고 반발했고, 이 위원장은 “이곳에서 질의하는 것은 국민을 대표해 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각 위원들은 질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한다. 불만이 있는 부분에 대해선 정확하게 팩트를 갖고 반박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행안위에선 윤 대통령 발언 등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간 설전이 촉발됐다면 교육위 국감에선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놓고 여야가 대치했는데,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김 여사 의혹 관련 국감 증인 채택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해 무효를 주장하면서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당시 회의장 배포 안건엔 어떤 이유서도 첨부돼 있지 않았다. 날치기 처리를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고 몇 차례 여야 협상에서 관련 증인 채택을 제안했지만 여당 측에선 어떤 증인도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 문제만큼은 국민들이 반드시 진상규명하라는 여론이 절대적”이라며 “국회법엔 이유서를 각 의원 테이블에 배포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이유서는 절차에 맞게 분명히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김병욱 의원이 “이미 해당 대학에서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해 결론 내렸고 이 일은 국감 사안이라고도 볼 수 없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과도한 정치 공세를 멈추라”며 “조국 전 장관이나 현재 민주당 대표, 그리고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당 인사들이 청문회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논문 표절 시비가 벌어졌을 때 그분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돌이켜보라”고 재차 지적하고 나섰는데, 이에 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우리 당 대표, 조국 교수 얘기를 했는데 김 여사를 부르고 문제 제기했던 인사를 부르라. 저도 우리 당 인사 관계자를 만나 같이 출석하라고 권유할 테니 그렇게 하겠나”라고 김 여사 출석 요구로 응수했다.

◆ 정책보다 정치 이슈 매몰돼…여야, 서로 탓만 하다 끝나나

이밖에 국방위에서도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날 시급한 안보 현안인 북한 문제보다 정작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나 대통령실 이전 비용 등을 주제로 정쟁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였고 그나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간 정책국감이 진행됐지만 대부분 상임위에선 민생과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정치적 이슈에 무게가 쏠리는 모습을 보였다.

양당은 이날 공식 논평에서도 서로를 향한 날선 정치 공방만 이어갔는데, 민주당에선 오영환 원내대변인 브리핑에서 감사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쏟아내며 “민주당은 소모적인 논란과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국방위원장에게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비공개 회의록 열람을 신청한다”며 “경제위기 상황이고 국회가 정쟁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국익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진실을 밝혀 소모적 논란을 막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신주호 부대변인이 이날 외통위 상황을 꼬집어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민주당의 파행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순방을 외교참사로 규정하고 국민 선동하는 정치행위 중”이라고 논평해 윤 정부 첫 국감도 그저 상대를 탓하는 정쟁만 하다 끝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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