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선 그은 대통령실 “가짜뉴스 없을 때까지” vs 민주당, 박진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기다리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위), 본회의장을 나와 가진 의원총회를 마친 뒤 민주당과 김진표 국회의장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기다리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위), 본회의장을 나와 가진 의원총회를 마친 뒤 민주당과 김진표 국회의장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 논란을 강공으로 돌파하려 하지만 국정수행평가도 흔들리기 시작한데다 야당에선 다수 의석을 무기로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끝내 강행하면서 난국을 극복하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 ‘발언 논란’ 여파에 尹 부정평가 상승…與 일각서도 비판 나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 논란에 대해 왜곡보도를 지적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국정수행평가는 흔들리고 있는데,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24~26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한 윤 대통령 지지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긍정평가는 같은 기관의 추석 직전 조사 때보다 3.7%P 하락해 30%선 아래인 27.7%로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동기 대비 4.5%P나 상승한 71.3%로 취임 후 처음으로 70%선을 넘어버렸다.

비록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6~27일 전국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진행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긍정평가가 지난주보다 0.5%P 오른 35.9%로 나오기도 했으나 부정평가도 0.6%P 오른 62.7%로 집계됐고 특히 ‘매우 잘하고 있다’는 적극적 지지층은 지난주보다 0.5%P 하락한 반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적극적 부정의 경우 동기 대비 4.9%P나 오른 57.5%를 기록해 적극적 지지층보다 적극적 반대층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꼬집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란 주제로 대구 경북대에서 가진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온 국민이 지금 청력 테스트를 하는 상황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나. 이런 문제로 이 중요한 임기 초반에 시간을 허비하는 게 너무나 답답하다”며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나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이 문제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고 대통령이 사과로 풀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이 잘하고 우리 당도 잘해야 총선에 희망이 있는 거지 이대로 가면 총선은 뻔하다. 임기 초반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게 괴장히 중요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국민이 신뢰하고 지지를 보낼 만한 그런 일을, 그런 태도와 그런 자세와 그런 정책을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국민의힘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 위원인 박성중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예 “‘이 XX들’도 전문가들도 판단 못한다. 저도 정확히 잘 안 들리더라”고 주장했고 대통령실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에게 여쭤봤는데 본인도 기억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바이든’ 부분에 대해선 “상황상 ‘바이든’이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 나오면 (국회가 아니라) 의회라고 했을 것”이라고 역설했으며 “불분명한 것을 기사화할 때는 그 말을 한 사람에게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걸 안 거쳤다. (확인하지 않고) 괄호 열고 괄호를 닫고를 첨부했는데 그걸 핵심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 대통령실 “지지도 유·불리 떠나 가짜뉴스 다시는 없을 때까지”

김대기 비서실장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주호 전 교육기술부장관)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대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대기 비서실장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주호 전 교육기술부장관)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대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심지어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를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광우병 사태’를 예로 든 뒤 “이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가짜뉴스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이간질할 수도 있어서 엄중하게 보고 있다. 가짜뉴스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라며 “정치와 지지도 등 유·불리를 떠나 이는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가치기 때문에 그게 확보될 때까지 할 예정”이라고 못을 박았고, 이번 논란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지 묻는 질문엔 “언젠가는 엑시트(퇴장하다) 해야 한다”면서도 “MBC쪽도 입장 발표가 전혀 없고 조금 시간이 걸리겠죠”라고 답했다.

특히 김 실장은 이번 논란과 그로 인한 여파를 들어 “미국과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언론은 한미 간의 동맹을 날조해서 이간시키고 정치권은 그 앞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치려고 하고, 이거 아니라고 본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이 논란으로) 국익에 상당히 손해가 있다. 한미동맹을 싫어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 있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힘을 싣는 민주당에도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결국 사과할 가능성엔 선을 그은 셈인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같은 날 오후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 위원장인 박대출 의원이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 영상에 ‘바이든은’ 자막을 달아 최초 보도한 MBC를 겨냥 “자막 조작 사건에 대해 어떤 반성도 없이 적반하장 격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일을 계속 자행하고 있다”며 대검찰청을 직접 방문해 박성제 MBC 사장 등 관계자 및 기자 4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해 발을 맞췄다.

이 자리에서 ‘언론 탄압일 수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방송 장악 문건’이란 것을 만들어서 방송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무자비한 일이 벌어졌던 것을 국민들이 5년 동안 목격했다.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에 재승인을 무기로 평가점수를 조작하면서 언론을 겁박하고 장악하려 했던 일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고 그런 일들이 언론 탄압”이라고 응수했으며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위 위원장인 윤두현 의원도 “언론의 자유는 진실을 알리기 위한 자유지, 거짓을 알리기 위한 자유가 아니다. 왜 하지 않은 말이 들어 있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없었는지를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허위자막과 함께 대국민 유포된 영상으로 윤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음은 물론 70년 가까이 함께 한 동맹 국가를 조롱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으며 국격도 심대하게 훼손됐다. 사건 경위가 명명백백 밝혀지도록 끝까지 따져 묻고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진상이 파악 되는대로 관계자들을 추가 고발할 계획”이라고 추가 공세까지 예고했는데, 이번 논란을 외교참사라 주장하는 야권의 주장을 일축하려는 듯 같은 당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미 부통령이 방한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강력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美 “바이든, 尹 신뢰”에도 박진 해임건의 강행 나선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실제로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방문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안부를 꼭 전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깊은 신뢰를 갖고 있고,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서도 “한국 내 논란에 대해 미국 측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축으로서 한미동맹이 더 발전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발언했고, 주요 현안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서도 “법률 집행 과정에서 한국 측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마련되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필요시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공급장치를 시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한미 정상 차원의 합의사항도 재확인했는데, 유동성공급장치에는 한미 통화스와프 등이 포함돼 있어 민주당이 그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 명분으로 내세운 ‘무능 외교’ 주장도 흔들 것으로 관측되는데, 그래선지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을 내세워 “더 이상 본질을 벗어난 논란이 무의미한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히려 “부통령이 있을 때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에 책임을 따져 묻는 것은 미국의 향후 입장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리스 부통령 방한 기간에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가 국익적으로 나쁘지만은 않다”는 자세를 취했으며 오후 6시에 본회의가 열리면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힘자랑이고 말 안 들으면 앞으로도 이렇게 하겠다는 압박 밖에 되지 않는다. 어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실용과 국익이란 표현을 사용했는데 일련의 민주당의 행위가 실용과 국익에 맞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길 강하게 촉구한다”며 “치열한 외교현장에서 공무집행 중인데 거기에 대해 해임 건의한다고 난리 치는 민주당 행태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할 것”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아울러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지 않으면 될 거라고 하지만 건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헌법에 있는 국회의 해임건의안도 무력화되고 사문화되는 결과가 오는 것 뿐만 아니라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도 지적했으나 도리어 민주당에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성명을 통해 “욕설은 누구 입에서 나왔고 국격은 누가 훼손했느냐. 언론사 사장과 취재기자까지 무더기 고발하며 광기를 보이고 있다”고 국민의힘에 맞받아쳤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은 이날 김홍걸 무소속 의원과 함께 성명을 내고 “윤 정부의 해외순방 외교는 앞으로도 더 큰 외교 참사를 일으킬 가능성은 물론 국격 및 국익에 치명적인 훼손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박 장관은 외교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윤 대통령은 사과하고 외교안보라인을 즉각 교체하라”며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고,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선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하고자 퇴장하자 민주당은 끝내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상황이 ‘강 대 강’ 대응 식으로 치달으면서 윤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를 예상한 야권도 해임건의 거부를 고리로 다시 윤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동안 정국은 다른 현안보다도 이 문제에 매몰돼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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