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12개 손보사 교통사고 입원 환자 31% 조기 ‘합의퇴원’
“결국 건강보험에 부담 전가하는 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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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 중 30% 이상이 진단 입원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퇴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들이 ‘합의퇴원’을 적극 유도해 진단서 입원일수 대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12개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통사고 입원환자의 31%는 진단서 상 입원일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 합의퇴원’했고, 이들의 입원기간도 진단일수의 43%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자동차 교통사고 접수 건수는 매년 200만건 꼴로 총 1087만건을 넘어섰다. 이중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고는 298만건으로 27% 수준이었다.

그러나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고 298만건 중 92만건 이상은 손해보험사들의 조기 합의퇴원 유도 등으로 진단서 상 입원기간을 제대로 다 채우지 못한 채 퇴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 의원은 “손보사들이 환자들의 입원일수를 줄이는 대신 입원금액을 합의금에 더해 지급하는 방법으로 조기 합의퇴원을 적극 유도해 자신들의 부담을 더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2개 보험사의 입원환자들의 진단서상 입원 요구일수는 평균 17일이었지만 실제로 입원한 기간은 평균 7일로 진단서보다 10일이나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 의원에 따르면 조기 합의퇴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손해보험이었. 하나손보는 지난 5년간 총 5만8695건의 입원건수 중 5만95건(85.3%)이 조기 합의퇴원이었다.

이어 롯데손해보험(82.9%)과 악사손해보험(82.7%)이 80%를 넘기며 뒤를 이었고, ‘빅4’로 불리는 국내 4대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DB손해보험이 입원 60만5899건 중 38만9432건(64.3%인)으로 가장 높았다.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캐롯손해보험 등 3곳은 합의퇴원 건수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양 의원은 “소형 손해보험사뿐만 아니라 4대 보험사까지 60% 넘게 조기 합의퇴원이 높은 것은 소비자 건강 차원에서 되짚어 봐야 할 문제”라며 “조기 ‘합의퇴원’이 결정된 이후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불이익은 없는지 관리·감독 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조기 합의퇴원으로 손보사가 환자에게 지급한 합의금은 5년간 3조6973억원으로, 1인당 평균 134만원에 달한다. 양 의원은 손보사들이 엄청난 부담에도 조기 합의퇴원을 적극 유도하는 것은 합의가 늦어질수록 환자관리의 부담과 비용, 잠재 리스크가 늘어나기 때문에 조기 합의퇴원을 통해 이런 부담을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영역으로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으로 봤다.

양 의원은 “조기 합의퇴원은 손해보험사 민간영역의 개별회사 위험부담과 비용발생 요인을 공적영역인 국민건강보험으로 돌리는 파렴치한 꼼수 아니겠느냐”며 “손보사들은 국민과 소비자들은 안중에 없이 자기 이익만 쫒는 잘못된 행태는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손보사 관계자는 “조기 합의퇴원은 통원 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와 협의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종용을 하거나 유도를 하는 경우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모든 회사가 일반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세스인데 (조기 합의퇴원) 비율이 회사마다 상이한 것은 의아하다”며 “회사마다 집계하는 기준이 다른 게 아니라면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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