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尹순방 내내 ‘외교참사’ 주장…여론은 ‘尹 성과 없을 것’ 과반
朱, “여당이 왜 사안마다 입장을 다 내야 되나” 불쾌감 드러내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부터 영국 방문을 시작으로 5박 7일간 진행 중인 해외순방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외교참사라며 혹평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에선 흠집 내기라고 반박하고 있어 이번 두 번째 해외순방에도 스페인 방문으로 시작됐던 윤 대통령의 지난 6월 첫 순방 못지않게 정치권 화두로 되어가는 모양새다.

◆ 尹순방 내내 혹평 일관한 野, 일부 자충수에도 공세 이어가

민주당은 순방 초기인 윤 대통령의 영국 방문 때부터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대한 당일 조문 일정이 교통 통제 상황을 이유로 취소됐다고 전해지자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0일 “윤 정부가 여왕 서거 당일부터 여왕 이름에 오타 내고 조문 외교에 조문을 빼먹는 모습을 국민은 윤 대통령이 왜 영국에 갔는지 의문을 품게 됐다”며 “교통 통제를 몰랐다면 무능한 일이고, 알았는데도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면 더 큰 외교 실패, 외교참사”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대통령실에선 영국 왕실의 시간 조정으로 하루 미룬 것이어서 윤 대통령 외에도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나 파키스탄 총리, 모나코 국왕,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 다수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배 및 조문록 작성을 다음날로 순연했다고 해명했고, 한덕수 총리도 대정부질문에서 윤 대통령처럼 장례식 참석 후에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 다수 인사들이 장례식 참석과 조문록 작성 뿐 아니라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조문했다고 지적해 윤 정부를 한층 압박했다.

다만 이처럼 공세에 집중하다보니 일부 야권 지지층서 자충수를 두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는데, 영국 여왕 국장 참석 당시 김건희 여사가 착용한 검정색 베일 모자에 대해 김어준씨가 지난 2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로열패밀리의 여성들만 망사를 쓰는 것이어서 장례식에 참석한 다른 나라 여성들을 보면 검은 모자를 써도 베일을 안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슷한 주장을 펼쳤으나 정작 전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한 프랑스, 브라질 대통령의 배우자와 캐나다 총리의 배우자 등 왕족이 아닌데도 검정색 베일 모자를 착용한 인사들은 여럿 포착됐다.

또 대통령실 관계자도 김 여사의 망사모자와 관련해 “영국 왕실은 장례식에 참석하는 영부인의 드레스코드로 검은 모자를 착용해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며 해당 논란을 일축했는데,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한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탁현민 전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 20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나와 “조문록을 쓸 때 통상 오른쪽 면에다가 정상들이 쓰는데 윤 대통령만 왼쪽 페이지에 조문록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비판을 이어갔지만 이 역시 인도·코소보 대통령, 쿠웨이트 왕세자, 일왕 등 왼쪽 페이지에 조문록을 쓴 인사들도 적지 않아 국민의힘에선 이런 지적을 ‘흠집 내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록 이런 부분도 있었지만 민주당에선 윤 대통령이 영국을 떠나 미국 뉴욕에서 일본 총리와 가진 첫 대면 양자회담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혹평을 이어가면서 “빈손, 비굴 외교” 등의 표현을 동원해 총공세를 펼쳤는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문 외교라더니 정작 여왕 관 조문은 못하고, 일본 수상은 손수 찾아가 사진 한 장 찍고 바이든 대통령과는 스치듯 48초간 나눈 대화가 전부였다. 왜 순방 간 건지, 무엇을 위한 순방인지 의아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당초 대통령실 발표와 달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계속 부정적,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회의차 방문하고 있던 한 콘퍼런스 빌딩으로 비공개로 찾아가 성사된 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도 한미정상회담의 형태가 아니라 미 대통령이 주최한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48초 동안 함께 손을 맞잡고 짧게 대화를 나눈 정도여서 이 부분을 꼬집어 혹평을 퍼부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文정부 시절 꺼낸 與 “민주당의 尹 흠집 내기가 도 넘어”

2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2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이처럼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공세를 집중시키는 데에는 여론 동향 역시 이와 비슷한 분위기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진행해 22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해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과반인 55%로 나왔으며 ‘성과가 있을 것’이란 응답은 오차범위 밖인 40%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뿐 아니라 동 기관이 함께 조사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에서 긍정평가는 2주 전과 동일한 32%였으나 부정평가는 1%P 오른 60%를 기록했으며 이는 영국 여왕 조문 취소 논란이 일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고 있는데, 다만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답변자들 중 84%는 이번 해외순방에 대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지속적인 윤 대통령 비판에 맞서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외교를 다시 거론하면서 역공에 나섰는데,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2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국가를 위해 열심히 뛰는 동안 정쟁을 자제해 달라. 민주당이 외교참사라 공격하는데 문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혼밥’하고 우리 언론인이 공안에 두들겨 맞았던 일이 진정한 외교 참사였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드린다”고 맞불을 놨으며 30분간 진행됐던 한일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문 정부가 망가뜨린 한일관계가 윤 대통령에 의해 복원되고 있음에 국민이 안도하고 있다”고 민주당과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당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정상외교 하고 고군분투하는데 최근 민주당에서 쏟아내는 마구잡이식 흠집 내기는 도를 넘었다. 어제 주한 영국대사 논평이 ‘영국을 대한민국 정상이 방문하셨고 새 국왕 만나셨고, 공식 장례식 참석하는 걸로 조문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며 “지엽말단적인 부분을 가지고 대한민국 국가원수를 악의적으로 폄하하는 일은 국격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대통령실에서도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간 관계 개선 필요성에 서로 동의했고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면서 “한일 간 여러 갈등이 존재하지만 양 정상이 만나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으며 48초에 그친 한미 정상 대화에 대해서도 같은 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이 만난 시간의 총량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사안과 관련해서도 “런던에서 운을 한번 띄우고 글로벌 펀드 회의에서 확인 받고 리셉션에서 재확인 받는 일련의 절차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이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에 한미 통화스와프 문제를 집중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으며 양국 보도자료 내용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리가 백악관보다 훨씬 상세하게 자료를 낸 것이고 우리가 발표한 자료에 대해 미국 측과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강조했고, 한일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일본 측은 ‘약식 회담’이 아니라 ‘간담’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엔 “돌다리도 두들겨가는 일본 입장이 투영된 것”이라고 답했는데, 미쓰노 일본 관방장관도 같은 날 한일 정상 만남에 대한 양국 간 표현이 다른 이유를 기자들이 묻자 “(약식회담과 간담은) 의미가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정리했다.

◆ 尹 ‘비속어’는 자충수로…野 “대형사고, 외교라인 경질해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지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외교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지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외교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장에서 미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눈 뒤 퇴장하면서 주변 수행 인사들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한 부분을 꼬집어 강공을 퍼부었는데, 박 원내대표는 2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한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대형 외교사고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뒤이어 출연한 ‘YTN 뉴스라이브’에선 “졸속, 무능, 굴욕, 막말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외교에 대한 책임을 물어 외교라인을 경질하고 다시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막말 사고로 규정하면서 순방단이 귀국한 뒤 현안질의 등을 통해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압박수위를 높였는데, 심지어 이들 중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더 이상 구차한 변명을 해선 안 될 일이고 한국 국민과 미국 측에 즉각 사과 말씀을 표명하라”고 윤 대통령에 촉구했으며 같은 날 김의겸 대변인도 소통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함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 박진 외교부장관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욕설까지 이어진 외교참사에 국회 국정조사도 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은 ‘이 XX’라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여당 내홍을 부채질하는 데에도 활용했는데, 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욕설했다는 이준석 전 대표 폭로에 그래도 ‘설마’했는데 이번 뉴욕에서의 발언을 보니 사실이었겠구나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으며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 이준석 대표에게만 쓴 육두문자가 아니었군요”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고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이날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향해 ‘이 XX, 저 XX’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대통령의 욕설 입버릇이 영상에 담기며 정상외교 자리에서 국익과 국격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듯 국민의힘에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날 윤 대통령의 욕설에 대한 당 입장을 묻는 질문에 “없다. 여당이 왜 사안마다 입장을 다 내야 되나”라며 일단 말을 아꼈지만 같은 당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 뉴스N이슈에 출연해 “저건 방송을 좀 하지 않아야 되지 않나. 보도 되면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이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윤 대통령을 자꾸 공격하는 차원에서 보다 보면 공격을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치는 일이 벌어지니 안타깝다”고 해당 보도가 나온 데 대해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미국 의회 폄하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 기사 링크를 공유한 뒤 “윤 대통령님, 정신 차리십시오. 정말 X 팔린 건 국민들”이라고 윤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는데, 그러자 김기현 의원이 같은 날 SNS를 통해 유 전 의원을 겨냥 “과도한 폄훼를 쏟아내는 것은 당을 함께 하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의에 맞지 않는다. ‘X팔리다’느니 하는 자극적 표현은 결과적으로 자기 얼굴에 침뱉기일 뿐”이라고 응수하면서 급기야 윤 대통령의 설화로 인한 논란은 민주당 기대대로 여당 내홍까지 격화시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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