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307개 기업 실태조사
열 곳 중 여덟 곳은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

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책 유뮤. ⓒ대한상의
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책 유뮤. ⓒ대한상의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한국은행이 1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2%p 인상하면서 고금리의 영향이 국내 기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번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밟는 것이 기정사실화 돼있고, 한은도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7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금리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실태 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1.2%가 ‘고금리로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어려움이 매우 많다’고 답한 기업도 26.7%였으며 ‘어려움 없다’고 답한 기업은 12.7%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으로는 ‘이자부담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67.6%)가 가장 많았고, 이어 ‘설비투자 지연 및 축소’(29.3%), ‘소비위축에 따른 영업실적 부진’(20.7%) 순이었다.

기업들이 현재 벌어들이는 영업이익과 지출되는 생산·운영비용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2.91%’로 집계됐다. 3.00%를 꼽은 기업이 41.7%로 가장 많았으나 현재 금리수준인 2.50%를 꼽은 기업도 23.1%에 달했다. 전체 응답결과의 가중평균값은 2.91%였다.

최근 급등한 원자재가 환율 등에 따른 고비용 경제구조 속에서 이자비용 부담까지 떠안은 기업들의 위기감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기준금리(2.50%) 수준에서도 시중 대출금리가 5∼6%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3.00%를 넘어서면 시중금리는 7∼8% 이상이 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응답기업의 과반이 지난 1년여 간 2.0%p 오른 기준금리의 인상 속도가 빠르다고 체감했다. ‘다소 빠르다’(38.4%)와 ‘매우 빠르다’(19.2%)를 선택한 기업이 ‘다소 느리다’(4.6%), ‘매우 느리다’(1.3%)를 선택한 기업을 크게 상회했다.

기업들은 최근 금리인상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이 38.8%로 가장 많았으며, ‘내년 연말’(17.6%)과 ‘2024년까지’(8.5%) 이어질 것을 전망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고금리 피해가 현실화됨에도 불구하고 기업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한 기업은 20.2%에 불과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10곳 중 1곳만이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이 마련 중인 대책은 ‘비용절감 등 비상경영체제 돌입’, ‘고정금리로의 전환’, ‘대출금 상환유예’ 등이었다.

최근 금리상황에 대해 금융당국에 바라는 지원책으로 기업들은 ‘고정금리 전환 지원’(34.9%)을 가장 많이 꼽았고, ‘상환유예 연장’(23.5%), ‘금리 속도조절’(22.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지만 그 결과가 기업의 부담이 되고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 사업재편, 신규사업 투자에 적극 나선 기업이나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 중견기업들이 체감하는 채무부담이 더욱 큰 만큼 건실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고비용 경제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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